한국방송통신대학교에 다전공으로 재학 중인 김모(48)씨는 지난 학기 방송대에서 교육학 석사학위를 취득했다. 4년제 대학교에서 전자공학을 전공했음에도 방송대에 편입해 교육학 석사학위를 딴 이유는 회사 HR팀 직원교육 분야에서 근무하면서 교육학에 흥미를 느꼈기 때문이다. 하지만 김씨에게 고민이 하나 생겼다. 교육학 박사학위를 취득하고 싶은데 방송대에는 박사학위 과정이 없는 탓이다. 김씨는 “직장에 다니면서 공부를 병행하고 있어 다시 대학원에 입학하기는 어려운 실정”이라며 “다른 나라처럼 한국 방송대에도 박사학위 과정이 개설됐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5일 방송대 설치령에 따르면 방송대는 박사학위 과정 개설이 불가하다. 평생교육을 진흥하기 위해 만들어진 국내 유일의 원격 국립대이지만, 창학 이념과는 다르게 석사에서 배움을 멈춰야 하는 셈이다. 이를 바로잡기 위해 지난해 2월 더불어민주당 정세균 의원 등 국회의원 175명이 ‘한국방송통신대학교 설립 및 운영에 관한 법률안’을 발의했지만 지난해 11월 국회 교육위원회 법안심사소위에서 심사를 진행한 이후 현재까지 계류 중이다. 최근 방송대가 진행한 설문조사에서 재학생 중 89.1%가 박사학위 신설을 원한다는 결과도 나왔다. 교육계에서는 방송대의 박사학위 신설이 하루빨리 이뤄져야 한다는 목소리가 지속적으로 나오고 있다.
박사학위가 개설돼 있는 외국 원격대학과 달리 한국방송대가 아직 후진적 체계에 머물러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방송대에 따르면 미국 UMUC, 일본 OUJ 등 선진국 원격대학은 물론 말레이시아 OUM, 남아공 UNISA 등 9개국 원격대학은 박사과정이 개설돼 있는 상태다. 지난해 10월 국정감사에서 바른미래당 임재훈 의원은 “방송대가 국민의 평생교육 진흥을 위해 중요한 역할을 한 것은 모두가 인정한다”며 “같은 역할을 하는 외국의 주요 원격대학이 박사학위 과정을 갖고 있다는 것만 해도 방송대 박사과정 신설이 당위성을 갖는다”고 말했다.
김옥태 방송대 교수(미디어영상학)는 “방송대는 교수 대부분이 전임교원일 정도로 박사학위를 개설할 수 있는 교육적 토양이 갖춰져 있다”면서도 “교육의 질적 제고를 끊임없이 노력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김 교수는 이어 “국립 원격대학인 방송대의 박사학위 과정 운영이 성공적으로 이뤄지면 차례로 사립 사이버대들에서도 같은 논의가 확대될 수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김청윤 기자 pro-verb@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