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권은 ‘반문(反文)연대’와 ‘통합’이라는 대의(大義)에는 공감하면서도 방식과 주체를 놓고 이견을 좁히지 못하고 있다. 준연동형 비례제 도입으로 범보수 진영의 분열이 가속하는 가운데 ‘새로운보수당’(새보수당)이 공식 출범하면서 보수 통합의 방정식이 더 복잡해졌다.
새로운보수당을 띄운 유승민 의원은 이날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중앙당 창당대회에서 “대한민국에서 새로운 보수·개혁 보수를 지킬 사람들만이 오늘 이곳에 모였다. 가다가 죽으면 어떤가. 한 사람씩 그 길을 가다 보면 대한민국의 정치가 바뀔 것이라고 확신한다”고 강조했다. 새보수당 하태경 책임대표는 “보수의 정의당이 되는 게 목적이 아니라 총선 1당과 집권이 목적”이라며 “극보수 통합은 지는 통합이다. 낡은 집 허물고 새롭게 큰 집 짓는 원칙에 동의하는 세력하고는 힘을 합칠 것”이라고 밝혔다. 새보수당은 이날 중앙당 창당대회를 마지막으로 모든 출범절차를 마치고 하태경·지상욱·유의동·정운천·오신환 공동대표 체제로 정식 창당했다.
유 의원은 지난해 11월 ‘탄핵의 강을 건너자’며 자유한국당에 구체적인 보수통합 조건을 제시했지만 한국당과의 보수통합 논의가 지지부진하자 새보수당 창당으로 방향을 틀었다. 유 의원은 지난 1일 신년하례회 후 기자들과 만나 “새보수당이 국민의 지지를 얻으면 기존의 다른 보수 세력들은 통합이든 연대든 생각하지 않을 수 없을 것”이라며 ‘새보수당 중심의 선(先) 보수 혁신, 후(後) 연대’라는 로드맵을 제시했다.
한국당 황교안 대표는 한국당 중심의 보수 통합 기조를 고수하고 있다. 대신 ‘험지 출마’를 약속하며 보수 통합과 혁신의 두 마리 토끼를 잡겠다는 의지를 피력했다. 황 대표는 지난 4일 자신의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수도권 험지 출마를 알리며 “잃어야 비로소 얻는 길을 선택하겠다. 그 길 위에서 새로운 한국당으로 태어나고 혁신도 통합도 반드시 이루겠다”고 밝혔다. 황 대표는 보수 통합의 대상인 유 의원, 안철수 전 바른미래당 대표, 무소속 이언주·이정현 의원 등과의 각개 접촉을 측근들에게 독려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황 대표의 통합추진위원회 추진에 대해 한국당 한 중진의원은 “반드시 보수통합을 이뤄야 하지만 물리적인 시간이 충분하지 않다”며 “통합 논의가 결국은 ‘반문(반문재인) 연대’ 차원의 선거 연대로 수렴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정계복귀를 선언한 안 전 대표의 행보는 오리무중이다. 안 전 대표의 측근인 김근식 경남대 교수는 이날 자신의 SNS에 안 전 대표가 신당 창당 대신 ‘반문 연대’를 중심으로 한 중도·보수 통합의 역할을 할 것을 주장했다. 김 교수는 “지지부진한 한국당의 혁신과 교착국면인 야권통합을 극복하고, 중도·보수의 광범위한 반문 야권연대를 안 전 대표가 주도하고 이끌어야 한다”며 합리적 중도를 모은 뒤 혁신에 성공한 한국당과 연합할 것을 제안했다.
친(親)이명박·비(非)박근혜 세력과 보수시민사회 단체가 주축이 된 ‘국민통합연대’는 보수통합을 위한 범보수 세력의 연석회의 참석을 촉구했다. 송복 국민통합연대 공동대표는 이날 서울 여의도에서 기자간담회를 열어 “국민통합연대는 보수대통합을 논의할 보수진영 내 정당과 시민단체 대표자 연석회의를 구성할 것을 제안하고 각 정당과 창당준비단체, 시민단체 등에 제안서를 전달했다”며 응답해달라고 촉구했다.
이창훈 기자 corazon@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