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수 양준일(사진), 그를 기억하는 사람은 거의 없다. 아니 정확히 불과 얼마 전까지만 해도 없었다. 1990년대 초반 한창 노래방 문화가 전국을 강타할 때 즈음 노래방 ‘죽순이’를 자처한 나였지만 그의 이름을 기억하기란 쉽지 않았다. 오히려 그의 출세작인 ‘나의 사랑 리베카’의 선율을 ‘소환’하는 것이 양준일을 떠올리는 더욱 신속한 방법이었다.
90년대 초 혜성같이 나타난 양준일. 미국 교포 출신으로 서툰 한국말, 전체 가사의 절반을 차지하는 영어, 선정적인(어디가 선정적인지 도대체 이해가 안 가지만) 춤을 춘다는 이유로 비난과 힐난을 받으며 한국 대중문화에서 사라졌던 가수(한 보도에서는 사실상 퇴출이라는 표현을 서슴지 않더라). 2000년 초반 ‘V2’라는 이름으로 다시 가요계에 재도전했지만 여전히 두터운 대한민국 대중문화의 벽을 넘지 못했던 비운의 가수. 그랬던 그가 최근 ‘온라인 탑골공원’이라는 영상 플랫폼을 통해 ‘탑골공원 지드래곤(GD)’이라 불리며 재조명되었다.
그의 인기는 사실 꽤 오래전부터 시작되었다. 양준일의 영상을 본 이들이 삼삼오오 모이기 시작하더니 팬클럽을 결성해 그를 응원하고, 각종 댓글을 통해 그의 현재 소식을 궁금해 했다. 방송국에서는 그를 찾느라 여념이 없었지만 현재의 모습을 만나기란 쉽지 않았다. 드디어 지난해 12월 JTBC ‘슈가맨’이라는 프로그램을 통해 현재의 모습을 공개했다.
이때부터가 하이라이트다. 무려 30년 전임에도 그는 탑골공원 GD가 아니라 지금 당장 음악 프로그램에 올라가도 손색이 없을 만큼 완벽한 무대를 선보이며 귀환했다. 어쩌면 귀환이라는 단어조차 무색할 만큼 30년 전 TV 브라운관을 막 찢고 나온 모습 그대로였다.
더욱 신기한 것은 그 모습이 하나도 어색하지 않았다는 것이다. 뿐만 아니라 그가 내뱉은 말투와 생각, 패션 감각까지 그대로였다.
그가 지난 토요일 공중파 MBC의 ‘음악중심’에 모습을 보였다. 20~30년은 어린 현직 아이돌과 걸그룹 사이에서 그 어떤 가수보다 빛나는 모습으로 쇼의 마지막 순서를 화려하게 장식했다.
양준일, 그를 일컬어 ‘비운의 천재가수’라고 말한다. 30년 전에 그를 알아보지 못한 팬들은 그저 미안할 따름이라고 눈물을 흘리고, 미안해 한다. 그때마다 그는 ‘아니다’라고 한다. 지금 그 어느 때보다 그는 행복하고 감사하다는 말을 멈추지 않는다. 그를 보면서 ‘진짜’는 오랜 시간이 지나도 그 ‘진가’를 언젠가는 발휘하게 된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우리는 다양성을 입으로는 부르짖지만 막상 나와 너무 다른 이를 만나면 ‘마음의 거부감’을 표한다. 입으로는 다양성을 인정하고 존중한다고 하지만 어쩌면 듣기 좋은, 겉치레 말이기 일쑤다. 나와 다른 이를 보면 색안경을 끼고 보거나 앞에서는 ‘멋지다’, ‘내가 갖지 못한 면이 있어서 보기 좋다’고 하면서 한편으로는 나와 사뭇 다른 모습에 마음의 경계선을 긋고 거리를 둔다. 그래서 현대 사회는 다양성이 존재하지만 결국 획일화되고, 개성을 잃어가는 것이 아닐까 싶다. 다른 것을 가지고 있지만 쉽사리 꺼내놓지 못하고 표현하지도 못하는 이유이기도 하다.
한 사회를 이끌고 변화시키는 것은 이렇게 남과 다른 무엇을 갖고 있는 사람과 그것이다. 남들과 다르다고 해서 너무 놀라거나 힘들어하지 말자. 좀 튀고, 유별난 내가 어쩌면 이 시대에 남들이 가지고 있지 않은 무엇을 소유한 유일무이한 존재일지도 모른다.
이윤영 작가, 콘텐츠 디렉터 blog.naver.com/rosa0509, bruch.co.kr/@rosa0509
*’한량작가’가 들려주는 일상의 말들은 일상에서 보고 듣고 느낀 말들을 전합니다. 이 작가는 방송과 영화, 책 등 다양한 대중 콘텐츠를 읽고 씁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