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붓아들 살인죄로 기소된 고유정이 두 차례 유산했는데도 남편이 자기 아들만 아끼는 것에 앙심을 품고 의붓아들을 살해한 뒤 남편에 의해 숨진 것으로 몰아가 복수의 효과를 극대화하려했던 정황이 드러났다.
전남편·의붓아들 살인 사건 10차 공판에서 검찰은 고유정이 의붓아들을 계획적으로 살인했음을 입증하는 새로운 정황을 추가로 제시했다.
제주지법 형사2부(부장판사 정봉기)는 6일 오후 2시 201호 법정에서 고씨에 대한 열 번째 공판을 진행했다.
이날 재판에서는 고씨가 의붓아들 A군이 사망하기 일주일 전인 2019년 2월 22일 오후 1시52분쯤 현남편과 싸우다가 “음음…. 내가 쟤(의붓아들)를 죽여버릴까!”라고 말한 녹음 내역이 법정에서 공개됐다.
검찰은 “고씨가 해당 발언을 하기 1시간 전에 인터넷을 통해 4년 전 발생한 살인 사건 기사를 검색했다”며 의붓아들 살인 사건과 매우 유사한 점이 있다고 설명했다.
해당 사건은 2015년 50대 남성이 치매에 걸린 어머니의 얼굴을 베개로 눌러 질식시켜 살해한 사건이다.
검찰은 “당시 부검을 통해 밝혀진 모친의 사인은 비구폐쇄성 질식사다. 해부학적으로 ‘살인’을 확정할 수 없는 사건으로, 범인의 자백으로 밝혀졌다”며 “당시 부검서에는 베개로 노인과 어린이의 얼굴을 눌러 질식시켰을 때 흔적이 남지 않는다는 내용이 있다”고 말했다.
고씨는 또 남편과 다투는 과정에서 ‘너의 모든 것을 다 무너뜨려 줄테다’, ‘웃음기 없이 모두 사라지게 해주마’, ‘난 너한테 더한 고통을 주고 떠날 것이다’, ‘끝을 보여주겠다’ 등 범행 동기를 암시하는 문자 또는 SNS 메시지를 보내기도 했다.
검찰은 "현남편이 유산한 아이를 진정으로 아끼지 않고 전처와 낳은 아들만을 아끼는 태도를 보이자 계획적으로 범행을 저질렀다”고 설명했다.
검찰은 또 “피고인은 의붓아들이 숨진 시각에 옆방에서 잠을 자고 있었다고 주장하지만, 새벽에 인터넷을 검색한 데 이어 남편의 전처 남동생과 친구 등의 연락처를 삭제하고 휴대전화 음성파일을 재생하는 등 깨어 있었다”며 증거를 제시했다.
고씨는 지난해 3월 2일 오전 4∼6시쯤 A군이 잠을 자는 사이 몸을 눌러 숨지게 한 혐의(살인)를 받고 있다.
이어 5월 25일 오후 8시 10분부터 9시 50분 사이 제주시 조천읍의 한 펜션에서 전 남편 강씨를 흉기로 찔러 살해한 뒤 시신을 훼손하고 버린 혐의(살인·사체손괴·은닉)도 받고 있다.
재판부는 오는 20일까지 고씨에 대한 결심공판을 마무리한 뒤 2월 초 선고공판을 진행할 예정이다.
제주=임성준 기자 jun2580@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