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때만 해도 김이라는 것의 존재감을 모르고 있다가 일본의 스시나 마키 등을 먹으면서 서양인들이 김에 대해 조금씩 익숙해지고 있던 시절이다.
하지만 최근에는 세계적으로 한국 김의 위상이 높아져 외국인들이 한국을 찾았을 때 면세점에서 가장 많이 사가는 기념품이 되었고, 일본의 유명 셰프들도 한국의 김을 활용한 다양한 요리를 하고 있다. 안젤라의 마흔한 번째 푸드트립은 김과 비슷해 보이지만 고운 연둣빛 한국의 명품 식재료 감태다.
#바닷속 달콤한 솜사탕, 한국의 명품 식재료 감태
송철수 명인은 본래 김 장사를 하다가 우연히 시장에서 감태를 발견했는데, 김과 흡사한 모양을 가지고 있지만 은은한 연둣빛과 단맛에 매료돼 감태 연구에 몰입하게 됐다. 감태는 성장조건이 까다로워 청정 갯벌에서만 구할 수 있는데, 매생이나 파래와 다르게 양식이 되지 않고, 오로지 12월부터 3월 사이에만 자라기 때문에 더욱더 구하기가 쉽지 않다.
또, 손으로 일일이 채취해서 세척, 말리기, 써레질 등 모든 과정이 오직 수작업으로 이뤄지기 때문에 ‘사람 손’을 거쳐야 만날 수 있는 귀한 식재료다. 특히 감태는 충남 서북안에 있는 가로림만에서 집중적으로 채취되는데 희귀종인 줄무늬물범도 함께 살고 있다. 서해의 바다를 더욱 더 청정하게 유지해야 하는 이유다.
#감태에 싸먹는 갈빗살부터 감태 후토마키, 감태빵, 감태 캐러멜까지
갓 지은 쌀밥 위에 짭쪼롬한 명란만 올려도 맛있겠지만 그 위에 볶은 감태 가루를 솔솔 뿌려 먹으면 없던 입맛도 돌아온다. ‘내 식탁 위의 바다’라는 슬로건으로 감태 생산에 매진하고 있는 ‘바다숲’ 주최로 감태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고, 감태를 활용한 다양한 요리를 맛볼 수 있는 감태 미식회가 열렸는데, 그 자리에서 맛본 몇 가지 감태 레시피를 공개한다.
먼저 감태 떡국. 진한 쇠고기 국물로 끓인 떡국은 한끼 식사로도 든든하고, 다가오는 설 식탁을 채우기에 부족함이 없다. 쇠고기 양지는 찬물에 담가 1시간 정도 핏물을 뺀 후 물을 넣고 30분간 삶아 식혀 결대로 찢는다. 쇠고기 국물에 양지와 떡국 떡, 다진 마늘을 넣고 한소끔 끓인 뒤에 대파와 국간장으로 간을 한다. 그리고 마지막에 볶은 감태를 넣고 한 번 더 끓이면 떡국에서 화사한 바다 향이 피어난다.
감태 쌈밥. 미슐랭 2스타 레스토랑 밍글스 출신 강민구 셰프는 구운 감태로 밥을 싸 먹는 감태 쌈밥을 제안했다. 찹쌀과 멥쌀을 섞어 밥을 지은 뒤 소금, 조선간장, 참기름을 조금 넣어 간을 맞춘다. 곰취는 살짝 데친 후 조선간장에 무치고, 줄기콩은 2분간 삶는다. 백명란과 깨소금, 참기름을 섞어 백명란 소스를 만든다. 김발에 곰취를 편 뒤 밥을 고르게 올리고, 백명란 소스를 바른다. 줄기콩과 두릅장아찌를 말아 올려 먹기 직전에 구운 감태로 다시 한 번 쌈밥을 말아 한 입 크기로 썬다. 곰취의 산내음과 감태의 바다 내음이 조화롭게 어울려 입꼬리를 올라가게 만든다.
그 외에 갈빗살을 상추나 깻잎 대신에 감태와 싸먹으면 갈빗살의 육즙에 감태가 살짝 적셔져 깊은 맛을 내고, 커다란 일본식 굵은 김밥말이 후토마키를 김 대신 감태로 감싸고, 감태와 파르미자노 치즈, 페코리노 치즈, 잣, 올리브유, 참기름 등을 함께 다져 감태 페스토를 만든 뒤 따뜻한 바게트빵에 살짝 찍어 먹어도 좋다.
김유경 푸드디렉터 foodie.angela@gma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