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유한국당 황교안 대표의 보수통합 구상이 시작부터 난관에 봉착했다.
황 대표가 총선 전 야권 통합을 위한 ‘통합추진위원회’(통추위)를 공식화한 지 하루 만에 통합의 방향과 방법을 놓고 당 안팎으로 이견이 쏟아져 나왔다. 보수통합 파트너로 거론되는 새로운보수당 유승민 보수재건위원장은 7일 “아직 정식 제안을 받은 것이 없다”면서 선을 그었고, 친박 의원들의 반발 등 당내 불협화음까지 터져나오고 있다.
황 대표는 이날 국회에서 취임 인사차 예방한 새보수당 하태경 책임대표를 만났지만 보수통합에 관한 원칙적 입장만 재확인하는데 그쳤다. 황 대표가 “큰 틀에서 통합추진위에 같이 참여하자”라고 제안하자 하 책임대표는 “보수개혁이 가장 선행돼야 하며, ‘보수재건 3대 원칙(탄핵의 강을 건널 것, 개혁보수로 나아갈 것, 낡은 집을 허물고 새집을 지을 것)’을 분명히 해야 한다”고 답했다.
하 책임대표는 기자들과 만나 “비공개 내용 가운데 기존에 언론에 나온 것 이외에 새로 진전된 내용은 없었다”고 설명했다. 다만 비공개 자리에서 황 대표는 보수통합 대상에 새보수당뿐 아니라 국민의당 안철수 전 대표의 정치세력 등이 모두 포함돼 있음을 분명히 한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하 책임대표는 회동 후 새보수당 의원들에게 황 대표에게서 통합의 진정성을 느낄 수 없었다는 취지로 회동 내용을 공유한 것으로 전해져 보수통합에 파열음이 날 조짐이다.
황 대표는 당초 유 의원이 제안한 ‘보수재건의 3원칙’을 수용하겠다는 뜻을 이날 공개적으로 천명하면서 보수통합 논의를 수면 위로 끌어올리는 방안을 검토했다. 그러나 당내 친박 의원들이 강력 반발하면서 ‘공개선언’ 계획이 무산된 것으로 전해졌다.
이에 한국당 윤상현 의원은 페이스북을 통해 “보수 진영은 여전히 무책임하고 한가한 소리만 하고 있다. 며칠간 보수통합 소리는 요란했지만 결과는 아무것도 없다”면서 “문제는 (황 대표) 뒤에 숨어서 이름도 드러내지 않고 무책임하게 대표의 판단을 흐리게 하는 사람들이다. 통합을 반대한다면 공개적으로 하라”고 쓴소리를 내뱉었다.
이틀 전 창당한 새보수당도 보수통합 논의에 일정 부분 선을 긋고 있는 모양새다. 유 의원은 이날 국회에서 열린 당 대표단 회의 직후 기자들과 만나 통추위와 관련해 “아직 정식 제안을 못 받았다”며 “이야기를 들어보고 상의해 결정하겠다”고 밝혔다. 그는 “12월 중순경 한국당 주호영 의원에 (협상) 책임을 맡기기로 했다는 전화 한 통 받은 게 마지막이었다”고 부연했다.
한편 이날 시민단체를 주축으로 한 범보수 진영은 잇따라 공개 석상에서 만남을 갖고 보수통합의 시동을 걸었다. 이들은 국민통합연대 주최로 열린 ‘중도·보수대통합 정당·시민사회단체 대표자 연석회의’에서 대통합을 위한 통추위 구성을 각 정당과 단체에 제안하기로 결의했다.
장혜진·곽은산 기자 janghj@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