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택 공급 충분하다”는 서울시…정말일까? [FACT IN 뉴스]

류훈(왼쪽) 서울특별시 주택건축본부장이 6일 오후 서울 중구 서울특별시청 영상회의실에서 열린 '주택공급 관련 기자간담회'에 참석해 현안 설명을 하고 있다. 뉴시스

서울시 ”서울의 주택 공급이 부족하지 않고 오히려 과거보다 늘어 충분하다”

 

좀체 잡히지 않는 부동산 문제에 대해 서울시가 ‘면피성’ 입장을 내놓았다.

 

서울시는 주택공급이 부족해 아파트 값이 오른다는 지적에 대해 서울 주택 공급이 부족하지 않고 과거보다 오히려 늘었다고 반박했다. 그러면서 여러 요인 탓에 부동산 시장이 왜곡됐다는 논리를 폈다.

 

서울시는 6일 서울시청에서 ‘주택 공급 전망과 주택시장 진단’과 관련된 기자간담회를 열어 최근 6년 단위의 주택 공급 현황을 공개했다.

 

이 자료에 따르면 서울시 주택 공급은 ▲2008~2013년 연평균 6만1000가구(아파트 3만4000가구) ▲2014년~2019년 연평균 7만8000가구(아파트 3만6000가구) ▲2020~2025년(추산) 연평균 8만2000가구(아파트 4만9000가구)가 이뤄졌다. 주택 공급이 줄지 않고 오히려 늘었다는 것이다.

 

류훈 주택건축본부장은 “과잉 유동성 공급으로 투기수요가 늘어나며 주택이 보급되더라도 실수요자에게 돌아가지 않는 현상이 심해지고 있다”며 “공급부족은 말 그대로 우려일 뿐, 실제 통계상 맞지 않는 정보에 의한 심리적 불안감일 뿐”이라고 말했다.

 

◆연평균 7만7000 가구 준공…충분하다?

 

최근 집값 급등 원인으로 꼽히는 ‘주택 공급부족’은 잘못된 것일까.

 

전문가들은 서울시가 제공한 통계 자료만 가지고서 주택 공급이 충분하다고 할 수는 없다고 지적한다. 서울시가 제시한 통계는 재건축·재개발 등에 따른 멸실 물량을 반영하지 않은 통계라서 전체적인 상황을 보여주는 데에 한계가 있다는 지적이다.

 

서울시내 아파트 단지 모습. 뉴스1

서울에는 더 이상 아파트를 대규모로 지을 만한 공간이 없다. 공지에 새로 건물을 짓는 택지지구 개발은 거의 불가능하다. 결국 기존 주택을 허물고 재건축·재개발하는 방식으로 주택 공급을 할 수밖에 없다. 따라서 멸실 비율을 감안하지 않으면 공급이 순수하게 얼마나 이뤄진 것인지를 파악하기 어렵다.

 

부동산 빅데이터 플랫폼 ‘부동산114’ 관계자는 세계일보와 통화에서 “택지지구 조성을 통해 마련된 공급이 2014년 이후 거의 없다. 따라서 많이 지으면 지을수록 멸실 물량도 늘어나게 된다”면서 “물론 멸실 물량보다 공급 물량이 훨씬 많겠지만, 멸실 물량이 어느 정도인지 모르는 상황에서 공급 통계만을 가지고 충분하다고 볼 수는 없다”고 지적했다. 국토교통부 자료에 따르면 2017년 서울의 멸실 주택 수는 4만7000가구를 넘어섰다. 

 

◆향후 6년간 평균 8만 가구 준공? “추정기준 명확하지 않다”

 

서울시가 올해부터 2025년까지 추정한 공급 물량에도 문제가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서울시는 아파트를 기준으로 올해 4만1000가구, 2021년 3만8000가구가 공급될 것으로 전망했다. 

 

이는 민간단체 추정치와 다르다. ‘부동산114’는 올해 서울 아파트 입주 물량이 4만1913가구를 기록한 뒤 2021년에 2만1993가구로 반감할 것으로 내다봤다. 올해는 900가구밖에 차이 나지 않지만, 내년도 공급 전망은 민간단체와 1만7000가구나 차이 난다.

 

이유가 뭘까. 산정 기준이 달라 빚어진 일이다. 민간단체는 입주자 모집 공고를 기준으로 하는 반면 서울시의 경우 인·허가 건수를 기준으로 했다. 인·허가 이후에도 여러 사정으로 착공 절차는 장기간 늦춰질 수 있다. 하지만 서울시는 잠재적인 입주 물량으로 본 것이다. 

 

진희선(왼쪽) 서울특별시 행정2부시장이 6일 오후 서울 중구 서울특별시청 영상회의실에서 열린 '주택공급 관련 기자간담회'에 참석해 인사말을 하고 있다. 뉴시스

이런 지적에 대해 진희선 서울시 행정2부시장은 “민간의 조사가 정확하지 않을 것”이라며 “과거 10여년 동안의 공급 물량 예측 노하우를 통해 추산했기 때문에 정확도가 높다”고 반박했다.

 

‘부동산114’ 관계자는 세계일보와 통화에서 ”2008~2019년 데이터를 보면 정부 추정과 우리 단체에서 추정했던 내용이 거의 정확히 일치한다”며 “우리는 내년 추정에서도 기준을 달리 한 게 없다. 정부가 입주자 모집 공고 외의 어떤 물량을 포함해 추정한 건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이어 “입주자 모집 공고를 기준으로 하면 2021년까지밖에 추정하지 못한다. 서울시가 어떤 기준으로 2021∼2025년 각각의 준공 물량을 나눠 예측했는지 모르겠다”고 했다.

 

이현석 건국대 부동산학과 교수는 통화에서 “인·허가를 기준으로 할 경우 부풀려지기 쉽다”며 “입주 공고를 기준으로 하는 게 훨씬 정확하고 현실적“이라고 설명했다.

 

안명숙 우리은행 부동산투자지원센터 팀장도 “지금 추진되고 있는 것들이 별 차질없이 간다고 할 때 나올 수 있는 수치이기 때문에, 여러 상황으로 인해 사업이 늦어지면 일정 부분 공급이 안 될 수도 있다”며 “미래에 대한 상당 부분의 의욕 치만큼 포함된 전망이 아닐까 생각한다”고 밝혔다.

 

사진=연합뉴스

◆전문가 “공급 자체보다 적절한 공급인지 봐야”

 

전문가들은 또한 공급 규모 자체에만 주목해서는 부동산 문제를 해결할 수 없다고 지적한다.

 

우리은행 안 팀장은 “서울의 주택 문제에 있어 숫자가 많다, 적다고 얘기하고 있는데 양이 아닌 질에 대한 고민이 이뤄져야 할 것”이라며 “지속해서 수요가 있는 곳에 공급이 되지 않으면, 대기중인 수요들이 폭발하면서 전셋값이든 매매이든 과도한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다”고 강조했다.

 

이 교수도 “주택 공급이 충분하다는 것과 수요가 있는 곳에 충분하다는 것은 다른 문제“라면서 “정말 사람들이 원하는 핵심 지역의 아파트 값은 계속 오르는데도 공급이 부족하다는 점에 주목해야 한다”고 말했다.

 

서울시가 공개한 주택 공급 통계는 멸실 통계가 제외된 것인데다가 인·허가 건수를 기준으로 추산하다보니 정확하지 않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통계대로 공급 자체가 충분히 많다고 하더라도, 필요한 곳에 적절한 공급이 이뤄지지 않는한 수요는 지속적으로 생길 수 밖에 없다. 따라서 “주택 공급이 충분하다”는 서울시 주장의 사실여부 판단은 보류할 수밖에 없다.

 

장현은 인턴기자 jang5424@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