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정부 고위 인사의 경자년 신년사를 들여다보다 한 문장이 눈에 쏙 들어왔다. “자유민주주의와 시장경제 질서를 지키는 게 검찰의 책무다.” 윤석열 검찰총장의 말이다. 자유와 시장경제가 대한민국을 떠받치는 기둥이자 헌법의 기본 가치임은 누구도 부인하기 힘들다. 윤 총장의 눈에는 최순실 국정농단이나 조국 가족 비리, 울산시장 선거개입·하명수사, 유재수 감찰무마 의혹이 모두 자유민주주의와 시장경제 질서를 교란하는 중대 범죄로 비쳤을 법하다. 그는 국회 인사청문회 때 “예나 지금이나 정무감각이 없다”고 했다. 청와대와 여권 진영에서는 사흘이 멀다고 흠집 내기 바쁘고 보수 쪽에서는 찬사가 쏟아진다.
문재인 대통령은 물론이고 주요 부처 장관의 신년사에는 자유와 시장경제라는 말을 찾기 어렵다. 문 대통령은 작년에 이어 올해도 공정경제를 기반으로 한 상생도약을 국정 좌표로 제시했다. 올해는 스케일이 확 커졌다. 노와 사, 중소기업과 대기업도 모자라 “보수와 진보, 남과 북이라는 두 날개로 상생도약 하겠다”고 한다. 현실과 동떨어진 말의 성찬이자 희망 고문이 아닐 수 없다. 경제부처 장관들의 덕담과 각오도 ‘기회는 평등하고 과정은 공정하며 결과는 정의로울 것’이라는 마술 주문에 수렴한다. 정작 경제 현실에 작동하는 시장경제는 안중에 없고 문제를 해결할 능력도 부족하다. 시장이 자원의 효율적 배분을 통해 혁신과 성장을 촉진한다는 믿음도 있을 리 없다. 이러니 반(反)시장적 조치가 시도 때도 없이 쏟아지고 세금 퍼주기가 난무한다.
섣부른 시장개입은 화를 키우는 법이다. 문재인정부는 출범 이후 재정투입을 무섭게 늘려왔다. 예산 규모는 2017년 400조7000억원 이후 연평균 8.5% 이상 증가해 올해 512조2505억원으로 불어났다. 불과 3년 사이 100조원 이상 폭증한 것이다. 예산팽창에도 성장률은 지난해 2% 안팎으로 잠재성장률(2.5∼2.6%) 아래로 추락했다. 재정확대가 경기를 부양하는 마중물 역할을 하지 못한 것이다. 그 많은 세금이 어디로 사라진 걸까. 이헌재 전 경제부총리는 “재정지출 타기팅(과녁)이 잘못돼 기업의 투자를 자극하지 못했다”며 “문재인정부는 깜깜이”라고 꼬집었다.
주춘렬 논설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