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당 ‘목발 탈북’ 지성호·‘체육계 미투’ 김은희 영입

‘박찬주 영입 논란’ 두달 만에 재개 / 지성호 美 의회에 서 국제적 조명 / 김은희 “성폭력 피해자 위해 노력” / 한국당·새보수 통합 논의는 주춤
탈북민 출신 인권운동가 지성호(오른쪽) 씨와 '체육계 미투1호' 김은희 고양테니스아카데미 코치가 8일 서울 여의도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2020 자유한국당 영입인사 환영식에서 기념촬영하고 있다. 뉴시스

자유한국당이 8일 탈북자 출신 인권운동가 지성호(39)씨와 ‘체육계 미투 1호’로 알려진 테니스 선수 출신 김은희(29)씨를 영입했다. ‘공관병 갑질’ 논란의 당사자인 박찬주 전 육군대장 영입 논란이 있었던 1차 인재영입 이후 두 달여 만이다.

 

지씨는 북한 인권의 참상을 고발하고 탈북자들을 지원하는 단체 ‘나우’를 운영하고 있다. 14살이던 1996년 북한에서 화물열차의 석탄을 훔치려다 열차에 치여 왼팔과 왼다리를 잘라냈다. 20대 초반 목발을 짚은 채 두만강을 헤엄쳐 탈북한 지씨는 미국을 오가며 북한 인권의 참상을 고발하는 활동을 펼쳤다. 지씨가 국제적 조명을 받은 계기는 2018년 1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의회 국정연설이었다. 당시 트럼프 대통령은 북한 인권 상황을 전하는 과정에서 방청석에 앉아있던 지 대표를 소개했다. 이때 지 대표가 목발을 머리 위로 들어 보이는 장면은 전 세계로 방송됐다. 그는 이날 환영식에서 “대한민국에서 힘든 경험이 있지만 그래도 웃는 것은 ‘자유’가 있기 때문”이라고 강조했다.

 

초등학생 시절 학교 테니스 코치로부터 성폭력를 당한 김씨는 2018년 한 방송에서 이 사실을 밝혔다.

 

이 코치는 2018년 대법원에서 징역 10년 확정판결을 받았다. 김씨는 “한국당과 생각이 맞지 않는다”며 처음에는 입당 제안을 거절했으나 한국당 염동열 인재영입위원장이 ‘삼고초려’ 끝에 승락을 받아낸 것으로 알려졌다. 김씨는 “아무것도 할 수 없는 현실에 슬퍼하고 좌절할 (성폭력) 피해자들을 위한 일을 해달라는 요청을 받고 영입 제안을 수락했다”며 “‘체육계 미투 1호’인 저만이 할 수 있는 일, 피해자들의 침묵을 대신해 싸우겠다”고 말했다. 염 위원장은 “추가 인재영입 대상이 20명 넘게 있다”며 “일주일에 두 번씩 발표해 1∼2월 중에 인재영입을 마무리할 것”이라고 밝혔다.

황교안 자유한국당 대표가 8일 오전 서울 종로구 세종문화회관 세종홀에서 열린 2020년 교육계 신년교례회에서 눈을 감고 있다. 왼쪽은 손학규 바른미래당 대표. 뉴시스

보수통합 논의는 주춤거리고 있다. 한국당 황교안 대표가 당내 친박(친박근혜)계의 반발로 새로운보수당 유승민 의원이 제안한 ‘보수재건 3원칙’ 수용 여부에 대해 직접적인 확답을 피하면서다. 황 대표는 ‘진의’(眞義·참된 의미)라는 단어를 동원하면서 통합 필요성과 절박함을 재차 강조했다. 황 대표는 이날 페이스북을 통해 “참담한 심정이다. 자유민주주의! 그 진의, 함께 하나 된 힘으로, 대통합의 힘으로 보여주자”고 밝혔다. 반면 새보수당 보수재건위원장인 유승민 의원은 이날 “보수재건 3원칙을 배척하는, 부정하는 세력과는 손을 잡을 수 없다”며 한국당의 3원칙 수용을 거듭 압박했다. 한국당 내에서도 불만의 목소리가 나온다. 한 친박계 의원은 “통합 3원칙을 수용해서 유승민 의원이 꽃가마를 타고 들어오면 그동안 당을 지킨 사람은 뭐가 되느냐”고 성토했다.

 

한국당이 오는 총선에서 비례대표 의석을 겨냥해 만든 위성정당 ‘비례자유한국당’의 창당준비위원회 결성 신고는 이날 중앙선거관리위원회 홈페이지에 공고됐다. 창준위 대표자는 이지은씨로 기재됐다. 한국당 관계자는 “실무적 차원에서 발기인 중 한 사람을 대표자로 정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장혜진·이창훈 기자 janghj@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