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어린이보호구역이 갖추어야 할 기본적인 요건

어린이보호구역은 ‘어린이·노인 및 장애인 보호구역의 지정 및 관리에 관한 규칙’에 따라 지정·관리되고 있다. 여기서 가장 중요한 것은 차량의 운행속도를 시속 30㎞ 이하로 제한하고 주정차 금지 등 필요한 조치를 하도록 규정하고 있다는 것이다.

한국교통연구원에 따르면 횡단보도에서 보행사고가 나면 사망 확률이 3.1%이지만 과속차량에 의한 보행사고는 사망 확률이 49.4%로 급증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횡단보도에서 과속할 수 없도록 하는 것이 얼마나 중요하고 필요한지를 방증하고 있다. 하물며 성인에 비해 신체적으로 미숙한 어린이의 경우에는 그 피해를 상상하기 힘들다.

심재익 한국교통연구원 연구위원

이에 운전자가 제한속도를 지키도록 하는 특단의 대책이 필요하며 과속단속카메라와 고원식 횡단보도를 통합 설치해 법적 제재와 더불어 물리적으로도 과속하기 어렵도록 하는 것이다. 마찬가지로 시야 가림으로 인한 어린이 교통사고를 방지하기 위해 횡단보도 인근(10m 이내)에는 주·정차를 절대 금지하고 구조적으로도 불가능하도록 내민보도(Curb extension)를 적극 활용할 필요가 있다.



2017년 기준 우리나라 초등학교 어린이의 평균 키는 131㎝, 6학년은 161㎝이다. 도로에 주차된 차량의 높이는 승용차가 약 150㎝,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은 약 170㎝이다. 이렇듯 주·정차 차량 사이에 어린이가 있다면 운전자가 발견하기 매우 어렵다.

보도가 없는 보차혼용도로에서 불법 주·정차에 따른 보행사고는 64%를 차지한다. 특히, 어린이보호구역에서 불법 주·정차 근절은 어린이 안전을 위한 필수적인 요건이다.

보도의 유효폭은 최소 2m 이상으로 하되 불가피한 경우 1.5m 이상으로 하도록 관련 규정에서 명시하고 있어 학교 주변 보도도 이를 준용하는 경우가 많다. 어린이보호구역과 같이 등·하교 시 어린이들이 무리를 지어 나올 때는 이러한 보도폭으로는 수용하기 힘들어 때로는 방호용 울타리를 벗어나 차도를 이용하는 위험한 사례도 있다. 따라서 예측하기 힘든 어린이들의 돌발적인 행동 패턴을 고려한다면 방호용 울타리도 필요하지만 충분한 보도폭이 함께 제공되어야 설치 효과가 담보될 것이다.

시각장애인을 위한 점자블록이 차도 연석에 접하여 설치돼 있는데 이는 시각장애인을 위한 시설이지만 어린이는 물론 일반인에게 횡단보도 대기선 처럼 활용되고 있다. 차도 연석에 바로 접해 있기 때문에 보행자의 즉각적인 횡단이 사고로 이어질 수 있어 최근 어린이보호구역에서는 어린이의 안전을 위해 노란 발자국 형태의 그림이 보도 안쪽으로 표시되어 있다. 즉, 차도 연석에 바로 붙어 대기하는 것이 그만큼 위험하다는 뜻이다.

어린이보호구역의 노란 발자국 표시도 좋지만 차라리 점자블록 자체를 30∼50㎝ 정도 보도 안쪽으로 이격하여 설치하는 것이 어린이는 물론 일반 보행자의 안전에도 더욱 효과적일 것이다.

미래 사회를 짊어지고 가야 할 어린이들을 교통사고로부터 보호하는 것은 국가적 차원에서 우선적으로 다루어야 할 중요한 사안이다. 어린이보호구역이 제대로 지정되고 유지되고 있는지 지속적인 관심과 점검이 필요하며, 어린이 안전을 위해 위험요인을 살펴보고 무엇이 더 필요한지를 고민하는 것은 어른들의 책무이기도 하다.

 

심재익 한국교통연구원 연구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