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쌍의 남녀가 새 출발을 다짐하고 있다. 북유럽 르네상스 미술을 대표하는 얀 반 아이크가 메디치 은행원인 아르놀피니의 뒤늦은 결혼을 기념하기 위해서 그린 작품이다. 아르놀피니가 왼손으로 신부의 손을 잡고, 오른손을 들어 혼인서약을 하고 있다. 성직자 앞에서 혼인서약을 하는 관습이 만들어지기 전에 치러진 예식행위임을 짐작할 수 있다. 얀 반 아이크가 그림 가운데의 거울 안에 맞은편에서 그림을 그리는 자신의 모습을 그려 넣었다. 그 위에 ‘얀 반 아이크 여기에 있다’라는 글도 써놓아 이들의 결혼을 증명하려 한 것 같다. 그림 아래에는 강아지를 그려 놓았는데, 강아지가 충직한 동물이라는 점에서 결혼서약이 성실하게 지켜질 것임을 상징적으로 나타내기 위해서였다.
유화물감 발명자로도 알려진 얀 반 아이크는 북유럽 미술이 중세 고딕 미술의 종교적 분위기에서 벗어나 현실에 충실한 묘사로 향하게 했다. 그래서 종교적 주제가 아닌 일상적인 결혼 장면을 그렸고, 방법에서도 현실감이 돋보이는 사실적인 세밀묘사를 강조했다. 이것은 레오나르도 다 빈치나 라피엘로가 활동한 피렌체의 방법과는 달랐는데, 전체 구도보다 그림의 세부적 요소에 초점을 두고 정밀하게 묘사했기 때문이다. 강아지의 터럭 하나하나부터 신부의 옷 주름 장식과 천장의 샹들리에까지 모든 부분을 자세히 나타낸 것이 그런 특징을 대변한다. 이런 세밀묘사는 상공업이 발달하면서 현실세계에 충실하려는 생각이 지배했던 북유럽의 사회적 분위기를 반영한 것이었고, 북유럽의 인쇄술 발달에도 영향을 끼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