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상반기 한·미 간 최대 현안인 한·미 방위비분담금 특별협정(SMA) 협상이 이번주 재가동된다. 협상 시작과 같은 날 강경화 외교부 장관은 마이크 폼페이오 미국 국무장관과 5개월여 만에 외교장관회담을 갖게 돼 협상에 미치는 영향이 주목된다. 한·미가 풀어야 하는 고차방정식에는 미국이 최근 이란과 전면전 직전까지 가면서 긴장이 높아진 호르무즈 해협 파병 요구도 포함돼 있다.
강 장관은 14일 미국 샌프란시스코에서 열리는 외교장관회담에 참석하기 위해 13일 출국한다. 지난해 8월 초 태국 방콕에서 폼페이오 장관과 회담한 지 5개월여 만의 단독회담이다.
같은 날 워싱턴에서는 정은보 수석대표와 제임스 드하트 미국 수석대표가 해를 넘긴 11차 SMA 협상의 여섯 번째 협상을 개시한다. 정부 관계자는 12일 “이번 협상에서 양국이 가닥을 잡으면 빨리 마무리 수순을 밟을 수 있지만, 원칙이 어긋나면 밀어붙일 수 없다”고 설명했다. 지난달 말 5차 협상에서 양국은 서로 주고받을 수 있는 실무적 내용을 모두 교환한 상황이지만, 여전히 ‘원칙’ 문제에서 대치하고 있다. 미국은 분담 항목을 늘리려고 하고, 우리는 기존 SMA 틀을 유지해야 한다는 점에서 완강하다.
시간상으로 6차 협상이 마무리되기 전 열리는 양국 외교장관회담이 주목되는 것은 이 때문이다. 현재 양국 이견은 방위비 분담의 근본적 원칙과 관련된 문제여서 고위급의 ‘정치적 결단’이 아니면 풀기 어렵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지난 10일(현지시간) 폭스뉴스와의 인터뷰에서 또다시 한국을 ‘부유한 나라’로 거론하며 “방위비 분담금을 훨씬 더 많이 내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다만 양 장관은 회담 뒤에도 협상 상황을 지켜보기 위해 분담금 문제 논의에 대해 대외적 언급은 삼갈 것으로 보인다.
호르무즈 파병 역시 양국 외교장관회담에서 거론될 전망이다. 정의용 국가안보실장은 최근 방미 시 호르무즈 파병 요청을 받지 않았다고 했지만, 외교부는 이번 장관회담 의제 중 하나가 ‘중동지역 정세 의견 교환’이라고 밝혔다. 정부는 대이란 관계나 교민 안전을 고려해 ‘독자 파병’ 가능성 등을 고려하며 신중을 기하고 있다. 문재인 대통령이 신년사에서 밝힌 남북관계 개선 구상, 교착 중인 비핵화 협상도 외교장관회담에서 논의될 것으로 보인다.
한·미 간 이슈는 개별적으로 논의되지만 한 테이블에 올라가면 서로 영향을 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이번 회담 기간 샌프란시스코에는 모테기 도시미쓰 일본 외무상도 방문한다. 이 역시 한·미 간 고차방정식의 난도를 올릴 가능성이 있다.
홍주형 기자, 워싱턴=정재영 특파원 jhh@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