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애가 있는 아들을 베란다에 있는 욕조의 찬물에 들어가 1시간가량 앉아 있도록 하는 등 학대해 숨지게 한 계모가 구속됐다.
경기 여주경찰서는 12일 A(31)씨를 아동학대치사 혐의로 구속했다. 앞서 이날 A씨에 대한 구속영장 실질심사를 맡은 수원지방법원 여주지원 허준기 영장전담 판사는 사건의 중대성과 도주 우려 등을 들어 구속영장을 발부했다.
경찰은 2016년에도 A씨의 B군 학대신고가 두 차례 접수돼 당시 아동보호전문기관을 통해 33개월 정도 A씨와 B군을 분리 조치한 기록을 확인하고 지속적인 학대 여부 등을 수사하고 있다. 경찰 관계자는 “아동보호전문기관에서 머물던 B군이 부모도 보고 초등학교에 다니고 싶다는 요청을 해 지난해 2월 부모에게 인계돼 집에서 생활했다”며 “정확한 사망 이유를 밝히기 위해 다음 주 초 국과수에 의뢰해 부검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끔찍한 아동학대 사건이 끊이지 않으면서 아동학대 정황이 의심되는 순간부터 경찰이 적극 개입하는 등 피해 아동 보호 대책을 강화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특히 아동학대를 한 부모 등 보호자와 피해 아동을 분리조치한 뒤 다시 아동을 가정으로 돌려보내는 과정에서 학대방지 환경이 제대로 조성됐는지를 철저히 따지고 돌려보낸 이후에도 면밀히 관찰하는 시스템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지난해 9월 인천시 미추홀구 한 빌라에서 계부 D(26)씨의 지속적인 학대를 받아 숨진 E(5)군도 계부의 학대를 피해 2년 넘게 보육원에서 생활하다 집으로 온 지 한 달 만에 눈을 감았다. D씨는 E군이 다시 집으로 온 지 보름쯤 지나서부터 화장실에 가두고 때리거나 심지어 20시간 넘게 목검으로 온몸을 때린 것으로 드러나 충격을 줬다. 그는 의붓아들이 자신을 무시하고 거짓말을 했다거나 동생을 괴롭혔다는 이유로 때렸다고 주장한 것으로 알려졌다.
보건복지부와 중앙아동보호전문기관에 따르면 아동학대로 숨진 아동은 2014년 14명, 2015년 16명, 2016년 36명, 2017년 38명, 2018년 28명 등 적지 않다. 가해자들은 원만하지 않은 계모와 계부 관계, 원치 않은 임신, 극심한 경제적 스트레스 등의 이유로 학대한 것으로 나타났지만 대부분 가정 내에서 벌어지고 주변에 도움을 요청하기가 쉽지 않은 아동들의 특성상 지속적인 학대가 이뤄져도 외부로 알려지는 게 드물다.
민간 영역인 아동보호전문기관에 맡겨진 초기 아동학대 조사 권한을 경찰에 넘기는 등 사회적 개입 강화를 주문하는 목소리가 나오는 것도 이 때문이다. 이수정 경기대 범죄심리학과 교수는 “오래전부터 아동학대 문제의 심각성을 지적하며 개선을 주문했지만 여전히 부모 등 보호자의 단순한 아동방임이나 경미한 학대는 사건으로 처리되지 않고 보호처분에 그친다”며 “학대 초기 단계나 학대 정황이 의심되는 단계에서부터 수사권한이 있는 경찰이 적극 개입하는 체계를 갖춰야 애꿎은 아동이 학대로 숨지는 사건을 막을 수 있다”고 말했다.
여주=김영석 기자 lovekook@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