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교안 자유한국당 대표가 출마하겠다고 한 ‘험지’가 어디인지를 두고 의견이 분분한 가운데 이정현 무소속 의원이 냉소적인 반응을 내놨다. 이 의원은 13일 CBS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서 황 대표의 험지 출마 선언에 대해 “감히 험지라는 말을 쓰면 안된다”고 말했다.
◆“험지, 나 정도는 돼야… 무소속 출마할 것”
이 의원은 “험지라고 하면 적어도 이정현 정도는 돼야 한다. 저는 1995년부터 여론조사하면 당선 가능성이 제로였다”며 “국토가 얼마나 넓은데 여기서 포기할 데가 어디 있고, 포기할 사람이 어디 있나. 여야 정치인 막론 이런 자세는 절대 안 된다고 보다”고 비판했다.
이어 “정당에서 누구 내보낼 결정도 안 했으면서 유·불리를 판단하는 것이 바로 지금 기득권 정치들”이라며 “제가 새로운 정치 세력으로 바꿔야 하는 가장 큰 이유”라고 말했다.
이 의원은 황 대표가 언급한 보수 통합 대상에 포함된 것에 대해서는 “무소속으로 출마할 생각”이라고 단언했다.
그는 “36년 정치를 하고 3선 국회의원인 제가 거길 들어간다면 새로운 정치 세력이 되겠느냐”며 “국이 상했다면 국물만 상한 게 아니라 건더기도 상한 것이다. 저도 상한 건더기다”라고 말했다.
이 의원은 “두 번이나 당선됐던 순천을 놔두고 서울에서 무소속으로 출마할 것”이라며 “가장 어려운 여건과 조건에서 유권자들의 심판을 받고 유권자와 대화하고 유권자에게 묻겠다”라고 전했다.
◆황교안만 아는 ‘험지’에 추측 난무
황 대표는 지난 3일 서울 광화문 장회집회에서 “수도권의 험지로 나가 싸워 이기겠다”고 ‘험지 출마’를 공언했다. 황 대표의 출마가 점쳐지는 ‘험지’로, 이낙연 총리의 유력 출마지로 거론되는 종로구일 것이라는 추측이 우세했다.
하지만 황 대표는 이후 조선일보와의 인터뷰를 통해 “종로보다 더 험지가 많다”고 밝히면서 ‘험지’가 어디인지를 두고 여러 말이 나왔다. 황 대표가 종로가 아닌 보수당의 텃밭이었다가 진영 의원의 탈당으로 민주당의 지역구가 된 용산, 문재인 대통령의 최측근 윤건영 전 대통령비서실 국정기획상황실장이 사실상 출마를 확정한 구로을, 민주당에 넘어간 강남구, 현 정부의 부동산 정책을 비판했던 양천구 등이 출마 후보지로 언급됐다.
◆“黃, 나와 한판 붙자” 여당 의원 줄잇는 ‘도발’
이후 황 대표를 향해 “한판 붙어보자”는 더불어민주당 수도권 지역 총선 출마자들의 도발이 이어졌다.
국회부의장을 지낸 6선의 이석현 의원(경기 안양시동안구갑)은 지난 3일 페이스북에 “(황 대표가) ‘서울 험지’라고 안하고 구태여 ‘수도권 험지’라고 표현한 것은 이를테면 안양 같은 곳을 염두에 두고 있는 듯하다”며 “내 지역구에 와서 한판 겨룰 것을 정중히 제안한다”고 밝혔다.
용산 출마를 준비 중인 권혁기 전 청와대 춘추관장은 지난 8일 “야권의 대선후보 1위인 제1야당 대표와 용산의 비전 나아가 대한민국의 미래를 어떻게 만들어 나아갈지를 놓고 치열한 정책 토론과 정치적 경쟁을 펼쳐 당당히 용산 유권자의 냉철한 평가를 받기를 원한다”며 “다윗이 골리앗을 상대하듯이 배수진을 친 장수의 자세로 용산을 지키겠다”고 말했다.
이밖에 전현희 의원(서울 강남구을), 황희 의원(서울 양천구갑)도 황 대표와의 맞대결 제안을 통해 총선 승리에 대한 각오를 드러냈다.
◆이낙연 vs 황교안, 빅매치 가능성 솔솔
현재로선 황 대표의 가장 의미 있는 ‘험지’는 종로로 꼽힌다. 역대 세 명의 대통령(윤보선 노무현 이명박)을 배출한 ‘정치 1번지’인데다 차기 대권주자로 꼽히는 이낙연 총리가 출마를 유력하게 검토 중인 지역구인 까닭이다. 이 총리보다 지지율이 한참 낮은 황 대표가 맞대결에서 패하더라도, 다른 수도권 ‘험지’에서 패하는 것보다 타격이 덜할 것이라는 전망도 이런 추측에 힘을 싣고 있다.
13일 정치권에 따르면 이 총리는 최근 서울 종로구의 아파트 전세 계약을 맺었다. 이를 두고 이 총리가 퇴임 후 더불어민주당 복귀를 앞두고 사실상 종로 출마를 염두에 둔 것으로 해석됐다.
황 대표가 종로 출마를 공식화한다면 이 총리와 종로에서 빅매치를 벌일 가능성이 높아진다. 맞대결이 성사될 경우 전·현직 총리이자 여야 유력 대선 주자간 대결로 이번 총선의 최대 승부처로 관심을 모을 것으로 보인다.
정은나리 기자 jenr38@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