文, 윤석열엔 “檢 개혁 앞장서야”… 조국엔 “마음의 빚”

文대통령 신년 기자회견 / “檢, 선택적 수사하면 신뢰 잃어” / 尹총장 겨냥 공개적 레드카드 / “조 前장관 고초 겪어… 놓아주자” / “부동산 강력대책 끝없이 낼 것 / 대북대화 비관할 단계 아니다”
문재인 대통령이 14일 청와대 영빈관에서 열린 신년 기자회견에서 질문할 출입기자를 지목하고 있다. 청와대사진기자단

문재인 대통령은 14일 “(검찰이) 어떤 사건에 대해 선택적으로 열심히 수사하고 어떤 사건은 제대로 수사하지 않는다면 수사의 공정성에 (의문이 제기돼) 오히려 국민들로부터 신뢰를 잃게 될 것”이라고 밝혔다.

 

문 대통령은 이날 오전 청와대 영빈관 2층에서 107분 동안 진행된 신년 기자회견에서 “검찰의 수사는 살아있는 권력에 대해서나 과거의 권력에 대해서나 검찰 자신이 관계된 사건에서나 항상 엄정하게 돼야 한다”면서 “요즘 일어나고 있는 많은 일들은 검찰 스스로가 성찰할 수 있는 좋은 계기가 되리라고 믿는다”고 말했다. 청와대가 연루된 선거개입 의혹 등을 수사하고 있는 윤석열 검찰총장을 겨냥한 것으로 해석된다.

문재인 대통령이 청와대 영빈관에서 열린 2020년 신년 기자회견에 입장하며 참석자들과 인사하고 있다. 연합뉴스

문 대통령은 최근 검찰 고위직 인사를 둘러싼 추미애 법무부 장관과 윤 총장의 갈등과 관련해서도 “검찰의 수사권이 존중돼야 하듯이 (법무)장관과 대통령의 인사권도 존중돼야 한다”면서 추 장관의 손을 들어줬다. 그러면서도 “그 한 건(검찰 인사갈등)으로 저는 윤 총장을 평가하고 싶지 않다”면서 “검찰 문화나 수사관행까지 고쳐가는 데 윤 총장이 앞서준다면 국민에게 더 많은 신뢰를 받으리라 믿는다”고 말했다.

 

법조계에서는 문 대통령이 윤 총장에게 레드카드를 내보이며 경고한 것으로 해석했다. 청와대와 검찰의 갈등을 유발한 조국 전 법무부 장관에 대해서는 “조 전 장관이 지금까지 겪었던 고초, 그것만으로도 저는 아주 크게 마음의 빚을 졌다”면서 애정을 보였다. 국민들에게도 “검경수사권 조정법안까지 다 통과됐으니 이젠 조 전 장관을 좀 놓아달라”고 부탁했다.

 

올해 신년사에서 ‘부동산투기와의 전쟁’을 선포했던 문 대통령은 이날 회견에서도 “일부 지역은 정말 서민들이 납득하기 어려울 만큼, 위화감을 느낄 만큼 급격한 가격 상승이 있었는데 가격 상승은 원상회복돼야 한다고 생각한다”면서 “그렇게 될 때까지 노력을 기울이겠다”고 강조했다. 문 대통령은 전 세계적인 과잉 유동성을 부동산 상승의 원인으로 거론하면서 “대책을 내놓으면 다른 우회적 투기수단을 찾아내는 것이 투기자본의 생리이기 때문에 정부는 지금의 대책이 시효가 다했다고 판단되면 보다 강력한 대책을 끝없이 내놓을 것”이라고 말했다.

질문 세례 문재인 대통령이 14일 오전 청와대 영빈관에서 열린 신년 기자회견에서 질문 기회를 가질 기자를 지목하고 있다. 청와대사진기자단

북·미, 남북관계에 대해서는 “낙관할 수도 없지만 비관할 단계는 아니다”고 정리했다. 문 대통령은 “북·미 대화만을 바라보지 않고 남북협력을 증진시키면서 북·미 대화를 촉진해나갈 필요성이 높아졌다”며 “남북관계에서 최대한 협력 관계를 넓혀간다면 필요한 경우 북한에 대한 제재 일부 면제나 예외조치를 인정하는 데 국제적 지지를 넓힐 수 있는 길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특히 “개별관광은 국제 제재에 저촉되지 않아 충분히 모색될 수 있다”고 말했다.

 

이와 함께 문 대통령은 “당연히 총선이 지나고 나면 야당 인사 가운데 내각에 함께할 만한 분이 있다면 함께하는 노력을 해나가겠다”며 협치 내각 구성 의지를 밝혔다. 낙하산 논란이 일고 있는 기업은행장 임명과 관련해선 “기업은행은 정부가 출자한 국책금융기관으로 인사권이 정부에 있다”며 “내부 출신이 아니라는 이유로 비토하는 것은 옳지 못하다”고 선을 그었다.

 

김달중 기자 dal@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