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대통령이 올 총선 이후 야당 인사들을 내각에 참여시키겠다는 ‘협치 내각’ 구상을 밝혔다.
문 대통령은 14일 청와대에서 열린 신년 기자회견에서 “(4·15) 총선이 지나고 나면 야당인사 가운데서도 내각에 함께할 만한 분이 있다면 함께하는 노력을 해나가겠다”고 말했다.
문 대통령은 이날 기자회견에서 국회의장 출신이라는 부담에도 정 총리를 선택한 이유도 협치의 필요성 때문이라고 밝혔다. 문 대통령은 “정 총리가 국회의장을 하셨고 늘 대화하고 타협하고 소통하는 데 역할을 많이 하시는 분이기 때문에 정부 국회 사이에서 혁신의 정치를 마련하는 데 큰 역할을 할 수 있을 것이란 기대가 크다”고 설명했다.
문 대통령은 다만 “대통령의 의지만으로 되는 것은 아니다”라며 협치 내각의 현실적 어려움에 대해서도 털어놨다. 문 대통령은 “방금 말씀드린 노력은 임기 전반부에 여러 차례 한 바 있고 언론 보도는 안 됐지만 그보다 더 비중 있는 통합의 정치나 협치의 상징이 될 분에게 제안을 한 적이 있었다”며 “모두가 협치, 통합 제의에 다 공감했지만 아무도 수락을 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문 대통령은 “지금의 정치 풍토, 문화 속에서는 저는 그분들이 당적을 버리지 않고 기존 당적을 가지고, 기존 정치적 정체성을 가지고 함께 해도 좋다고 했지만, 그럼에도 우리 정부 내각에 합류하면 자신이 속한 정치적 기반과 집단에서 마치 배신자처럼 평가받는 그것을 극복하기 어려운 것”이라고 진단했다.
문 대통령은 아울러 “그렇다고 대통령이 그 부분(협치 내각)을 공개적으로 추진하면 그건 곧바로 야당 파괴, 분열 공작으로 공격받는 게 우리 정치 문화의 현실”이라며 “당연히 다음 총선 이후에 대통령이 그런 방식을 통한 협치에도 많은 노력을 기울이겠지만 다음 총선을 통해서 우리 정치문화도 달라져야 한다”고 당부했다.
문 대통령은 국회의 정치문화가 달라져야 한다고 거듭 촉구했다. 문 대통령은 제대로 가동되지 못한 ‘여야정 상시협의체’와 관련해 “국회가 지금처럼 돼선 안 된다”며 “말로는 (민생이) 어렵다면서 실제로는 정부가 성공하지 못하길 바라는 듯한, 우선은 제대로 일하지 않는 국회는 안 될 거라고 본다”고 지적했다. 문 대통령은 “국회와 정부가 합해서 국민을 통합의 방향으로 갈 수 있도록 해야지 정치권이 국론을 분열시키고 갈등을 조장하는 것은 옳지 않다”며 “다음 총선으로 그런 정치문화가 바뀌길 바란다”고 강조했다.
문 대통령은 마무리말을 하면서도 협치를 거론했다. 문 대통령은 “우리의 현실이 어려운 만큼 소통, 협치, 통합이 참으로 절실한데, 우리 현실은 너무나 거꾸로 이렇게 가고 있어서 정말 대통령으로서는 안타까운 마음을 금할 수가 없다”며 “물론 그 가운데 상당한 부분은 대통령에게도 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문 대통령은 “대통령으로서 우선 국민과 더 많은 소통을 해야겠고, 새로운 국회가 구성되면 새로운 국회와도 더 많은 소통을 통해서 협치의 노력을 해 나가고, 이를 통해서 우리 경제를 살려내는 더 강력한 힘을 얻어내겠다”고 마무리했다.
박현준 기자 hjunpark@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