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용균법에 김용균 없다”…노동단체들, 산안법 반발

40개 노동단체 기자회견 / 원청 사업주 책임 대폭 강화 불구 / 유해·위험 업무 도급금지 대상에 / 컨베이어벨트 점검 작업 등 빠져 / 당국 “직고용 강제 현실적 불가능” / 현장선 법적용 두고 벌써 갈등도

“개정 산업안전보건법엔 구의역 김군도, 김용균도 없다.”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민노총), 김용균재단 등 40개 노동단체가 일명 ‘김용균법’이라 불리는 개정 산업안전보건법(산안법) 시행을 하루 앞둔 15일 서울 중구 서울지방고용노동청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한 말이다. 이는 2018년 12월 한국서부발전 태안화력발전소에서 20대 청년 김용균씨가 산업재해로 사망한 뒤 ‘위험의 외주화’를 개선한단 취지로 산안법이 전면 개정됐지만 정작 ‘구의역 김군’이나 김씨 같은 처지의 노동자는 이 법의 보호를 제대로 받지 못할 거란 우려에서 나온 발언이다.

 

가장 큰 문제로 지적하는 건 사고 당시 구의역 김군이 맡았던 지하철 스크린도어 정비나 김씨의 컨베이어벨트 점검 등 작업이 해당 법이 금지하는 도급금지 대상 업무에서 빠졌단 점이다.

위험의 외주화를 해결하기 위해 하청노동자 안전에 대한 원청 책임 강화를 골자로 하는 개정 산안법이 16일 시행되는 가운데 이 법에 대한 노동계 비판이 거세다. 원청 사업주 책임을 제고하는 조항이 마련됐지만 정부가 사업주 입장을 고려하다 보니 그 조항의 적용대상이 지나치게 좁아졌다는 지적이다. 이런 노동계 비판과 별개로 일선 작업장에서 개정 내용을 현장에 적용하는 과정에서 법 조항에 대한 해석이 엇갈려 노사갈등도 나타나고 있다.

 

한국노동조합총연맹(한노총)은 이날 성명을 내고 “개정 산안법 시행에 우려를 표하지 않을 수 없다”며 “사망사고가 다수 발생하는 유해·위험한 작업에 대해서는 도급을 금지하고 있지 않아 정작 또 다른 김용균은 구하지 못할 것”이라고 비판했다. 실제 최근 국가인권위원회도 도급금지 작업 대상을 확대하라고 고용노동부에 권고했다. 개정 산안법 58조1항은 △도금작업 △수은, 납 또는 카드뮴을 제련, 주입, 가공 및 가열하는 작업 △유해·위험물질을 제조하거나 사용하는 작업에 대해서만 도급금지를 명시하고 있다.

 

그러나 이런 노동계 주장에 고용부는 난색을 보이고 있다. ‘도급금지’라는 건 곧 ‘직고용 강제’이기 때문에 실제 산업계 현실을 고려하면 그 대상을 무작정 늘리는 건 비현실적이란 것이다. 고용부 관계자는 “개정 산안법 내 도급금지 조항은 외국 입법례에서도 찾아볼 수 없을 정도로 강한 규정”이라고 설명했다. ‘김용균법에 김용균이 없다’란 지적에 대해서도 “기존 원청 사업주 책임이 일부 22개 장소로만 한정돼 있던 걸 이번에 동일 사업장이라면 원청 사업주가 하청과 동일한 책임을 지도록 했다”고 해명했다.

 

실제 현장에선 개정 산안법 해석을 둘러싼 노사갈등이 벌어지고 있다. 현대제철의 경우 개정법 시행을 앞두고 그간 협력업체가 맡았던 아연도금 업무 담당자를 직고용으로 전환하는 과정에서 협력업체 노조 반발을 샀다. 실제 이 업무가 도금과 운반 작업으로 나뉘어 2인1조로 진행되던 터라 현대제철이 해당 업무 인원 24명 중 12명만 별정직으로 직고용한단 방침을 정하면서 문제가 발생했다.

 

협력업체 노조는 현대제철 결정이 법 취지에 어긋난다며 “도금·운반 작업을 분리하지 말고 모두 정규직 채용하라”고 요구했고, 결국 법 시행을 하루 앞둔 현재까지도 별정직 채용은 진행되지 못했다. 현대제철 관계자는 “본사 퇴직 직원을 촉탁직으로 해당 업무에 임시 고용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김승환 기자 hwan@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