론스타 이길 ‘스모킹 건’ 금융 당국이 덮었나…추경호 한국당 의원 “절차 따랐다”

KBS 뉴스 9, 정부 TF 문건 따라 관련자 추궁
KBS 뉴스 9는 16일 “한국 금융 당국이 론스타의 ISD에 이길 수 있는 ‘스모킹 건’을 일부러 포기한 의혹이 있다”고 보도했다. KBS1 캡처

 

미국계 사모펀드 론스타(LoneStar)가 2012년 한국 정부에 제기한 투자자·국가간 소송(ISD)이 진행 중인 가운데, 한국 정부가 론스타의 ‘결정적 약점’을 잡고도 스스로 포기한 것이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됐다.

 

2003년 외환은행 지분 51%를 인수한 론스타는 2012년 이를 하나은행에 매각했다. 론스타는 4조6000억 원에 달하는 차익을 남겼다.

 

론스타의 외환은행 지분 매입·매각 시점은 물론 보유 당시에도, 한국 금융 당국이 허점을 보이거나 특혜를 줬다는 의혹이 여러 차례 제기됐다.

 

먼저 론스타에 대한 ‘산업 자본’ 인정 여부다.

 

론스타가 산업 자본으로 인정될 경우 론스타가 제기한 ISD는 한국의 승소를 넘어, 애초에 분쟁 자체가 성립되지 않는다는 ‘각하’ 결정까지 갈 수 있다. 한국에 일방적으로 유리한 ‘스모킹 건’인 셈이다.

 

은행법은 ‘비금융주력자’라고도 불리는 산업자본이 은행 주식을 4% 이상 보유하지 못하도록 제한하고 있다. 법은 계열사 중 산업자본 계열회사의 자산 합계가 2조 원 이상이거나 그 비중이 25% 이상이면 비금융주력자로 규정한다. 금산분리 원칙을 지키는 핵심 근거로, 이에 따라 국내 대기업 대부분은 은행 지분 보유에 제한을 받는다.

 

론스타는 2011년 일본에 3조 7000억 원 상당의 골프장을 보유한 사실이 드러났다. 법원은 이에 따라 ‘외환은행 주주총회 의결권금지 가처분 결정’에서 “2005년부터 2010년까지 론스타는 산업자본”이라고 판시했다.

 

KBS에 따르면 2008년 론스타가 금융위에 제출한 자료에 따라 금융 당국도 론스타가 산업자본일 가능성을 인지하고 있었다.

 

그런데 론스타는 2008~2010년 금융당국의 ‘대주주 적격성 심사’를 한 번도 받지 않았다. 2010년 말 론스타가 일본 골프장 등 비금융 계열사를 제외한 서류를 제출하자 이듬해 3월 16일 금융위는 “비금융 주력사(산업자본)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밝혔다. 금융 당국이 론스타에 지나치게 유리하게 움직였다는 해석이 나온다.

 

다음으로 ‘모피아’라고도 불리는 기획재정부와 금융당국의 전횡에 대한 지적이다.

 

이로부터 석 달 뒤 론스타가 국제 분쟁을 예고하자 정부는 총리실 주채로 5개 부처가 참여하는 태스크포스(TF)를 구성했다. 론스타는 이듬해인 2012년 한국 정부를 상대로 ISD를 제소한다.

 

KBS는 한국 정부의 태스크포스가 ISD 중재판정부에 제출할 용도로 작성한 문서를 입수했다.

 

해당 문서 등에 따르면 론스타 분쟁의 핵심 인물은 추경호 전 기획재정부 1차관·금융위 위원장, 정찬우 금융위 부위원장, 그리고 김석동 전 금융위원장이다.

 

추경호 전 차관은 지난 총선에서 자유한국당 소속으로 대구 달성군에서 출마해 당선됐다.

 

이들이 론스타가 산업 자본임을 인정하는 데 소극적이어서, 한국 정부가 ISD 각하 기회를 놓치게 됐다는 분석이다.

 

16일 방송된 ‘KBS 뉴스 9’와 인터뷰에서 이들은 론스타에 대한 금융권의 판단 및 ISD 대응에 잘못된 점은 없다는 입장을 밝혔다.

 

김석동 전 위원장은 “론스타를 산업자본으로 볼지 여부는 금융감독원 소관이지 내가 관여할 일이 아니”라고 답했다.

 

기재부 차관을 지낸 추경호 의원은 “관련 부처 전문가와 법률 자문가들이 국익에 도움이 되는지, 소송에 이기는 게 도움이 되는지 그런 차원에서 결정한 일”이라며 “각하될 지 안 될지 단정할 수도 없다”고 말했다.

 

론스타를 둘러싼 금융당국의 각종 정책과 판단이 국익 손실을 초래했다는 비판이 이는 가운데, 론스타의 외환은행 인수를 원안으로 제작된 영화 ‘블랙머니’에 대한 관심도 오르고 있다.

 

김명일 온라인 뉴스 기자 terry@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