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녀 입시비리와 사모펀드 투자 등 각종 비위 의혹을 받아 재판에 넘겨진 조국 전 법무부 장관과 부인 정경심 동양대 교수 등 ‘조국 일가’ 재판이 설 연휴를 앞두고 본격화한다. 지난해 8월부터 4개월여에 걸친 검찰 수사는 ‘울산시장선거 개입’ 의혹이 남아 있는 조 전 장관 본인을 제외하고 마무리됐지만, 조국 일가가 모두 혐의를 강력 부인하고 있어 치열한 법정 싸움이 예상된다.
20일 서울중앙지법 형사21부(부장판사 김미리)는 ‘웅동학원 채용비리’ 등 혐의로 기소된 조 전 장관의 동생 조권씨의 첫 공판을 진행했다. 구속 상태인 조씨는 수의와 목 깁스를 한 채 법정에 걸어 들어왔다. 휠체어를 타고 출석하던 검찰 수사 당시와는 달리 거동에 큰 불편함은 없었다.
같은 날 조 전 장관의 5촌 조카인 조범동씨의 3차 공판기일이 중앙지법 형사24부(부장판사 소병석) 심리로 열렸다. 조씨는 이른바 ‘조국펀드’를 굴린 코링크PE를 실질적으로 운영하면서 주가를 조작하고 회사 자금을 횡령한 혐의로 지난해 10월 구속 기소됐다. 이날은 주가 허위공시 및 코링크PE에서 부당급여 지급 등 횡령 혐의로 최근 검찰로부터 추가 기소된 사건이 병합돼 서증조사가 진행됐다. 조씨는 이날부터 이틀 연속으로 주요 혐의에 대한 고강도 재판을 받는다.
검찰은 이날 공판에서 정 교수가 자신의 자산관리인인 김경록씨와 주고받은 문자메시지를 공개했다. 검찰에 따르면 2017년 5월 조 전 장관이 민정수석으로 취임해 백지 신탁을 해야 하는 상황이 되자 김씨가 투자처를 찾아보라고 제안했고, 정씨는 “남편에게 물어보고 할게”라고 답한다. 검찰은 조국 일가가 코링크PE가 운용하는 사모펀드에 출자하기 전 조 전 장관 부부가 협의했음을 보여주는 대목이라고 지적했다.
이달 초 법원에 보석을 청구했고 이에 반대 의견서를 제출한 검찰과 ‘신경전’을 빚고 있는 정 교수는 22일 첫 공판기일에서 검찰 공소사실에 대한 입장을 밝힐 전망이다. 이 재판은 형사25부(부장판사 송인권) 심리로 열린다.
정 교수가 법정에 서는 건 지난해 10월 구속영장실질심사 이후 석 달 만이다. 그는 사문서 위조, 업무방해 및 자본시장법 위반 등 혐의를 받는다. 정 교수 재판은 앞서 5차례의 준비기일에서 재판부와 검찰 간의 잡음이 컸다. 재판부가 앞서 검찰의 공소장 변경 신청을 받아들이지 않자 검찰은 “재판 진행이 편파적이다”라는 취지의 의견서를 법원에 제출하기도 했다. 준비기일부터 공방이 잦았던 만큼 정 교수 재판은 본격적인 심리에 들어가며 더욱 치열해질 전망이다.
설 연휴 직후인 29일에는 중앙지법 형사21부(부장판사 김미리)에서 조 전 장관 본인의 첫 공판준비기일을 진행한다. 조 전 장관의 공소장은 ‘입시비리’가 절반 가까이 차지한다. 아울러 검찰이 조 전 장관과 정 교수의 혐의 및 증거가 상당 부분 중복된다고 주장하는 만큼 관련 사건에 대한 병합 여부가 쟁점이 될 것으로 보인다.
안병수 기자 rap@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