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종원(사진 앞줄 오른쪽)씨가 나오는 프로그램을 자주 본다. 점점 무너져가는 시장 상권을 살린다는 취지의 ‘골목식당’도 그렇고, 고속도로 휴게소에서 지역 특산물을 이용한 음식을 파는 ‘맛남의 광장’도 즐겨 시청한다. 게다가 그는 얼마 전부터 방송에서 나온 각종 요리를 비롯한 본인이 알고 있는 레시피를 상세하게 알려주는 유튜브 채널도 개설했다. 시작한 지 얼마 되지 않았지만 현재 300만 구독자가 넘었다. 어마어마한 속도로 늘었다.
매일 누군가의 먹거리를 책임져야 하는 나에게 쉽고 빠르게 할 수 있으면서 간편한 데다 어느 정도의 맛이 보장되는 이른바 ‘백종원표 레시피’는 삶의 아주 유용한 콘텐츠다. 이 부분이 하루하루 바쁜 삶을 살아가는 많은 현대인이 그의 레시피를 좋아하는 이유일 터다.
싫다는 의견도 많다. ’너무 간이 쎄다’는 이도 있고, 누군가는 이렇게 다 레시피를 공개하면 오히려 실제 소규모 식당 운영에 타격을 입는다는 말도 내놓는다.
무료로 제공되는 레시피나 그의 솔루션에 또 누군가는 그만큼 벌었으니 베풀어야 하는 것은 당연한 게 아니냐고 말한다.
세상에 ‘당연한 것’은 없다.
작가이면서 콘텐츠 디렉터로 활동하는 나는 다양한 이들과 기업, 단체의 콘텐츠를 들여다보고 컨설팅 및 디렉팅을 진행한다. 디렉팅 때 가장 많이 나오는 말이 바로 ’어디까지 내 콘텐츠를 보여줘야 하느냐’이다. 한마디로 어디까지 공짜로 퍼주어야 하느냐는 말이다. 자본주의 사회에서 어떻게 끊임없이 퍼주기만 할 수 있겠느냐는 항변이다. 나 역시 다량의 콘텐츠를 기획하고 진행하면서 작은 크리에이터로 활동하기에 이 부분에 대한 고민을 날마다 한다.
초창기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나의 콘텐츠를 소소하게 올릴 때는 오히려 이런 마음이 들기도 했다. ‘이렇게 공짜로 다 알려줘도 되나? 그럼 내 콘텐츠를 남들이 다 너무 쉽게 아는 것 아닐까’라고 말이다. 하지만 내 콘텐츠를 모아 책이 나오고, 각종 강연과 강의를 하게 되면서 점점 나는 더 과감히 내 콘텐츠를 그냥 가감 없이 더 많은 채널에 올리게 되었다. 그렇게 많이 풀어놓으니 더 많은 일이 내게 생기기도 하고, 혼자 할 수 없었던 다양한 일도 더 많이 과감하게 해나가고 있다.
자신만의 콘텐츠에 대한 강의도 많고, 이를 빙자한 다양한 고액의 프로그램도 무수히 많다. 하지만 내가 생각하는 진정한 자신만의 콘텐츠는 백종원의 그것처럼 누군가 어렵고 힘들어하는 부분을 공감하고, 그에 대해 내가 알고 있는 것을 가감 없이 솔직하게 알려주면서 서로 연대하여 해결안을 찾는 것이다. 그래야 진짜 자신만의 콘텐츠이자 가장 좋은 콘텐츠다.
여기서 반드시 달려야 하는 전제조건은 언제나 진정성이다. 진심으로 그들의 고통에 귀기울이고 공감하면서 끊임없이 내 것을 내놓으며 연대할 수 있는 마음이 절대 필요하다. 가짜 정보와 억지감동으로는 절대 이룰 수 없다.
오늘도 나는 백종원의 초간단 레시피를 보며 저녁거리를 사러 마트에 간다.
이윤영 작가, 콘텐츠 디렉터 blog.naver.com/rosa0509, bruch.co.kr/@rosa0509
*’한량작가’가 들려주는 일상의 말들은 일상에서 보고 듣고 느낀 말들을 전합니다. 이 작가는 방송과 영화, 책 등 다양한 대중 콘텐츠를 읽고 씁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