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한미군을 '우크라 군사원조'와 비교… 트럼프 속내는?

"미국, 주한미군 주둔 비용을 ‘군사원조’ 맥락에서 이해하나" 의문 제기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세계일보 자료사진

“외국에 대한 (군사)원조 중단은 자주 필요하고 적절한 일이다.”

 

주한미군 방위비 분담금을 올리라며 연일 한국을 압박하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본심’이 마침내 드러난 것일까. 미 상원의 트럼프 대통령 탄핵심판 본격 개시를 앞두고 백악관이 20일(현지시간) 공개한 변론요지서의 한 구절에 한국인들의 눈길이 쏠린다.

 

외신에 따르면 백악관측의 변론요지서는 민주당 우위의 하원이 탄핵소추안에서 ‘트럼프 대통령에게 적용한 권한 남용 혐의에 근거가 없다’는 취지의 주장을 펴며 ‘외국에 대한 원조 중단은 자주 필요하고 적절한 일’이란 항목을 집어넣었다.

 

트럼프 대통령이 대권 경쟁자인 조 바이든 전 부통령 부자가 연루된 비리 의혹을 조사해달라고 우크라이나 행정부에 요청하면서 ‘그렇지 않으면 군사원조를 중단할 것’이라고 위협했다는 것이 탄핵소추 사유의 핵심이다. 그런데 우크라이나에 대한 군사원조 중단을 해명하는 과정에서 ‘외국에 대한 (군사)원조 중단이 이례적인 일이 아니다’는 취지의 입장을 밝히며 한국을 여러 사례 중 하나로 언급한 것이다.

 

구체적으로 백악관은 변론요지서에서 “사실 대통령은 외국 원조 프로그램을 자주 중단하고 재평가하고 심지어 취소해왔다”며 “2019년 8월 트럼프 대통령은 한·미 양국 정부가 한국에 대한 미국의 군사적 지원 비용에 있어 한국의 분담금을 상당히 증액하는 논의를 하고 있다고 발표했다”고 밝혔다.

 

정은보 한·미 방위비분담협상대사(오른쪽)와 제임스 드하트 미 국무부 방위비분담협상대표(정치군사국 선임보좌관)가 지난 14일 미국 워싱턴에서 열린 한·미 방위비분담특별협정 체결을 위한 6차 회의에 참석해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외교부 제공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해 8월7일 트위터를 통해 한국을 ‘부자 나라’라고 부르며 “한·미 방위비 협상을 시작했고 한국이 미국에 상당히 더 많은 돈을 내기로 합의했다”고 주장한 바 있다.

 

실제로 문재인정부 들어 한·미 동맹이 예전 같지 않다는 우려가 제기되고 한·미 방위비 분담금 협상이 2019년 말까지 타결되지 못한 채 해를 넘기게 되면서 ‘주한미군 병력 일부가 철수하는 것 아닌가’ 하는 관측이 나왔다. 다행히 미 육군부는 지난달 초 보도자료를 통해 “미국 육군 제1보병사단 예하 2전투여단이 겨울 한국에 정상적으로 순환 배치된다”고 밝혀 주한미군 감축설을 잠재웠다.

 

일각에선 백악관이 우크라이나에 대한 군사원조 중단을 해명하는 대목에서 느닷없이 한·미 방위비 분담 협상을 끌어들인 의도가 정확히 무엇인지 우려스럽다는 지적을 내놓는다. 행여 트럼프 행정부가 주한미군 주둔에 들어가는 비용을 한국에 대한 ‘군사원조’의 맥락에서 이해하고 있다는 뜻인지 의문이란 것이다.

 

이는 “주한미군이 한국 방어에 기여하고 있으니 비용을 한국이 내야 한다”는 트럼프 대통령의 방위비 분담금 증액 논리와 일맥상통하는 부분이 있다.

 

한·미는 제11차 방위비분담특별협정(SMA) 체결을 위한 회의를 6차까지 서울과 미국 워싱턴을 오가며 진행했지만 아직 타협점을 찾지 못한 상태다. 다만 미국이 애초 요구한 것으로 알려진 50억달러(약 5조7950억원)보다는 적은 액수를 놓고 후속 협상이 이뤄지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김태훈 기자 af103@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