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커드·노동 계열 기술 협력 지속
북한과 이란의 탄도미사일 협력이 시작된 시기는 1983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비용 문제로 소련제 스커드 B(사거리 300㎞) 복제에 어려움을 겪던 북한은 이란에서 자금 지원을 받았다. 대신 북한은 스커드 B를 생산해 이란에 제공하고 이란이 독자적으로 미사일을 만들 수 있도록 도왔다. 이란은 그 대가로 원유를 북한에 보냈다.
2003년 이란이 실전배치한 샤하브 3는 북한 노동 1 미사일을 토대로 만든 미사일이다. 처음에는 사거리가 1300㎞였지만 성능개량을 거쳐 2000㎞까지 늘어났다. 중동 지역 주둔 주요 미군기지를 타격할 수 있는 능력을 갖춘 셈이다. 이란은 샤하브 3의 연료 탑재량을 늘린 가드르(Ghadr) 미사일을 개발했고, 이를 활용해 2단 위성발사체인 사피르(Safir)를 만들어 2009년 2월 인공위성 오미드(Omid)를 쏘아올리는 데 성공했다.
이란은 샤하브 3를 개량하는 과정에서 삼각뿔 탄두 기술을 사용했다. 이와 관련해 2010년 10월 북한 노동당 창건 65주년 기념 열병식에 등장한 노동 2 미사일 탄두가 삼각뿔 형태를 띠고 있는 사실이 포착되면서 이란·북한 미사일 협력 가능성이 주목을 받기도 했다.
폭로 전문 사이트 위키리크스가 2010년 11월 공개한 미국 비밀 외교전문에 따르면, 미 국무부는 2007년 11월 3일 중국 주재 대사관에 전달한 기밀 외교전문에서 베이징을 경유해 이란으로 갈 예정이었던 북한 미사일 부품에 우려를 표시하며 중국 정부에 이를 차단해 줄 것을 촉구한 것으로 드러났다. ‘긴급조치 요구’라는 지시사항이 담긴 이 전문에는 콘돌리자 라이스 당시 국무장관 명의로 이란의 핵폭탄 제조에 사용될 가능성이 있는 북한의 미사일 부품 이전을 막아달라는 내용이 포함됐다. 전문은 북한과 이란이 ‘에어도쿄’와 ‘이란에어’ 등의 항공사를 통해 10종 이상의 미사일 부품을 거래했으며, 이란 측 거래 당사자는 샤히드 바게리 인더스트리얼 그룹(SBIG)으로 파악하고 있다고 명시했다.
◆시리아에서 벌어진 핵협력
핵무기 분야에서 양국 간의 구체적인 협력 사항은 공개된 것이 없다. 이와 관련해 시리아의 핵무기 개발 시도는 양국 간 핵협력에 대한 단서를 제공한다. 2002년 7월 시리아 바샤르 알아사드 정권은 다마스쿠스에서 이란, 북한과 3국 비밀협정을 체결했다. 북한이 시리아 북동부에 영변 5MW 원자로와 유사한 시설을 건설하고 이란은 자금을 지원한다는 내용이었다. 설계에서부터 무기 수준의 플루토늄을 확보하기까지 20억달러(2조3200억원)가 소요되는 거대 프로젝트였다.
이 프로젝트가 미국과 이스라엘 감시망에 포착된 것은 2007년이었다. 이스라엘 정보기관 모사드는 시리아와 북한 핵무기 개발 고위 당국자가 함께 찍은 사진과 관련 문서를 확보했다. 미 중앙정보국(CIA)은 서방으로 망명한 전 이란 국방부차관 알리 레자 아스가리로부터 시리아·이란·북한 간 핵무기 개발 협력 정보를 확보했다. 시리아의 핵보유를 용납할 수 없다고 판단한 이스라엘은 같은 해 9월 5일 전투기를 동원, 해당 시설을 파괴했다.
이란과 북한이 현재까지도 핵·미사일 개발 과정에서 협력을 지속한다는 직접적인 증거는 아직 나오지 않고 있다. 하지만 양국은 핵무기 개발에 필요한 원심분리기와 원자로를 갖고 있으며, 탄도미사일 생산 및 운용기반을 유지하고 있다. 기술과 자본을 주고받는 시리아 모델과 유사한 형태의 물밑 협력이 이뤄질 개연성을 배제하기 힘든 대목이다. 군 소식통은 “이란이 현재도 미사일을 포함한 군사기술교류를 북한과 비밀리에 진행할 가능성이 있다”고 지적했다.
박수찬 기자 psc@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