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마존의 억만장자 최고경영자(CEO)인 제프 베조스의 휴대전화가 사우디아라비아의 모하메드 빈 살만 왕세자로부터 왓츠앱 메시지를 받은 뒤 해킹됐다고 영국 일간 가디언이 21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신문에 따르면 베조스는 2018년 빈 살만 왕세자 개인계정의 메신저 어플 왓츠앱을 통해 메시지를 받은 뒤 휴대전화 해킹을 당했다. 디지털 포렌식 분석 결과 빈 살만 왕세자의 왓츠앱 계정을 통해 베조스에게 전송된 메시지는 암호화된 것으로 악성 파일이 포함됐다고 한다.
베조스는 미국 일간 워싱턴포스트의 소유주다. 베조스 대표와 빈 살만 왕세자는 평소 왓츠앱 어플을 통해 메시지를 주고 받을 정도로 친분관계가 있다. 베조스 휴대전화가 해킹된 시점은 지난 2018년 5월1일이라고 한다. 문제의 악성파일이 숨겨진 메시지가 왓츠앱을 통해 베조스 대표 휴대전화로 전송된 이후 수시간 만에 엄청난 분량의 정보가 털렸다고 신문은 전했다.
관건은 빈 살만 왕세자의 개입 여부다. 가디언은 이번 해킹이 사우디 왕실을 겨냥한 비판적 글을 워싱턴포스트에 썼던 언론인 자말 카슈끄지의 살해사건과 연관됐을 개연성이 크다고 봤다. 카슈끄지는 베조스 대표의 휴대전화 해킹 이후 다섯 달 뒤인 2018년 10월 갑작스럽게 사망했는데 사우디 정보기관에 의한 암살 의혹이 아직 말끔히 해소되지 않은 상태다. 신문은 사우디 왕가에 대한 비판적 글이 실렸던 신문사 대표(베조스)의 휴대전화가 털린 이후부터 카슈끄지가 숨지기 전인 다섯달 동안 빈 살만 왕세자와 그의 측근들이 무슨일을 하고 있었는지에 대한 조사로 이어질 필요성이 있다고 지적했다.
중동 전문가이자 버락 오바마 전 미국 대통령 시절 NSC에서 일했던 앤드류 밀러는 가디언에 “빈 살만 왕세자는 어쩌면 베조스 대표에 대한 정보를 갖고 있다면 WP에 실리는 사우디 보도 내용에 영향을 줄 수 있다고 여겼을 수 있다”며 “사우디 정부는 왕실과 왕세자를 보호하기 위해선 무슨 일이든 할 수 있는 준비가 되어 있다는 점은 명백하다”고 말했다.
김민서기자spice7@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