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위스 세계경제포럼(WEF·다보스포럼)에 참석 중인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21일(현지시간) 유럽연합(EU)에 자동차 관세 부과를 거듭 위협했다. 미·중 1단계 무역 합의 서명과 미국·멕시코·캐나다협정(USMCA) 비준 등에 성공한 트럼프 대통령이 보호주의를 내세운 무역전쟁의 (다음)대상으로 유럽연합을 겨냥하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다보스에서 열린 파키스탄과 정상회담에서 미국 정부가 예고한 대로 유럽산 자동차에 대한 25%의 관세 부과 방침을 강력히 검토할 것이라고 밝혔다고 워싱턴포스트(WP) 등 미국 언론이 보도했다.
미국은 무역확장법 232조에 따라 일본, EU, 한국 등 외국산 자동차와 자동차 부품에 25%의 고율 관세를 부과한다는 계획을 추진해 왔다. 무역확장법 232조는 외국산 수입 제품이 미국의 국가안보를 위협한다고 판단되면 긴급하게 수입을 제한하거나 고율의 관세를 매길 수 있도록 한 조항이다. 당초 미국은 지난해 5월 17일 결정을 내릴 계획이었지만, 트럼프 대통령이 해당 결정을 180일 연기했다. 180일 시한은 지난해 11월 13일로 만료됐지만 현재까지 부과 여부 결정은 내려지지 않았다.
트럼프 대통령은 또 월스트리트저널(WSJ) 인터뷰에서 중산층을 위한 감세안을 마련하고 있다면서, 자신이 대통령직을 유지하고 공화당이 의회를 장악하면 발효될 것이라고 말했다. 오는 11월 대선을 염두에 둔 발언으로 풀이된다.
한편 미국 상원은 21일 이날 트럼프 대통령에 대한 탄핵심판을 시작했다.
민주당의 하원의원들로 구성된 탄핵소추위원단과 트럼프 대통령 변호인단은 첫날 심리에서 탄핵심판 절차와 증거 제출 및 증인 소환 문제를 놓고 심야까지 격돌했다. 상원의 다수당을 차지한 공화당은 일사불란하게 민주당의 자료 제출과 증인 채택을 표결로 차단했고, 민주당은 재차 수정안을 제시하면서 수정안에 대한 토론을 이어가는 방식으로 파상공세를 전개했다.
트럼프 대통령 탄핵 차단 작전을 진두지휘하는 미치 매코널 상원 공화당 원내대표는 하원 소추위원단과 트럼프 대통령 변호인단이 이틀에 걸쳐 24시간씩 변론하는 탄핵 심리 일정을 제시했다. 그러나 공화당의 대표적인 온건파인 수전 콜린스, 롭 포트먼, 리사 머코스키 상원의원이 막후에서 심리 일정에 강력히 이의를 제기하자 매코널 대표가 변론기간을 3일로 늘리고, 양측이 하루에 8시간씩 사용할 수 있도록 했다고 뉴욕타임스(NYT)가 이날 보도했다.
미 상원은 공화당 53석, 민주당 45석, 친민주당 성향의 무소속 2석으로 구성돼 있다. 이날 민주당이 제출한 수정안은 대체로 찬성 47표, 반대 53표로 부결되기 일쑤였다. 민주당의 기대와 달리 공화당 온건파 의원들이 전체회의 표결에서 대오를 이탈하지 않았다. 트럼프 대통령에 대한 탄핵심판의 열쇠는 이들 공화당의 온건파 의원들이 쥐고 있다고 NYT가 전했다.
뉴욕타임스는 “양측이 첫날 표면적으로는 탄핵심판의 규칙과 절차를 놓고 온종일 대립했으나 트럼프 대통령이 무죄 평결을 받는 과정은 2020년 대통령 선거전의 양상에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지적했다. CNN은 공화당이 탄핵심판을 10일 이내에 끝내기를 바라고 있다고 보도했다.
워싱턴=국기연 특파원 kuk@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