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권을 맡겼습니다.”
지난 22일 오후 자유한국당 당 대표실에 모인 황교안 대표와 심재철 원내대표, 최고위원들은 김형오 공천관리위원장이 제출한 공관위원 9명 명단을 확인했다. 오롯이 김 위원장이 혼자서 만들어 온 공관위원 구성이었다. 명단을 본 최고위원들이 의견을 내자 황 대표는 “(김 위원장에게)전권을 맡겼다”며 운을 뗐다.
외부 인사에 대한 이견은 없었지만 문제는 내부 인사였다. 불출마를 선언한 김세연 의원은 기자회견에서 ‘한국당 해체’를 주장하며 한국당을 ‘좀비’, ‘민폐 정당’이라고 규정해 강하게 비판했다. 당 지도부와 교감 없이 이뤄진 김 의원의 불출마 선언은 당 안팎에서 큰 반향을 일으켰다. 그러나 당내에서는 김 의원을 향해 “우물에 독극물을 뿌렸다”며 반발하는 의견도 다수 표출됐다.
일부 최고위원은 “당을 해체하겠다는 사람이 당을 살리기 위해 칼을 드는 것이 말이 안 된다”고 거세게 항의했다. 다수 최고위원이 김 의원의 공관위원 임명에 비토를 놓은 것으로 전해졌다. 그러나 황 대표는 김 위원장에게 전권을 맡긴 ‘약속’을 강조하며 최고위원들을 설득했다. 결국 김 위원장이 만든 공관위원 인선안이 원안 그대로 최고위원회의를 통과했다.
김 위원장은 최고위원회 회의 직후 열린 기자회견에서 황 대표의 결심에 감사를 전하며 “위원장으로 임명된 후 황 대표를 두 차례 만났지만 단 한 번도 공천에 관해 단 한마디도 없었다”고 말했다. 이어 “김 의원은 고뇌 어린 불출마를 결심했다. 그런 개혁의 마인드, 공정하게 임하겠다는 자세를 봤다”고 김 의원 인선 배경을 설명했다.
김 위원장은 23일 열린 공관위원 임명장 수여식에서 “위원들 모신 이유는 한 분 한 분이 혁신 공천에 공감했기 때문”이라며 “황 대표 말처럼 공정한 공천이 되도록 최선을 다할 것이다. 외부 압력에 굴하지 않고 공정하고 엄정한 절차로 희망을 주는 국회의원을 배출하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밝혔다.
공관위원으로 임명된 이석연 전 법제처장은 이날 세계일보와 통화에서 “김 위원장에게 ‘모든 공관위원이 이번 총선 불출마를 약속하는 각서를 쓰자’고 제안했다”며 “사심 없이 공관위원으로 일하겠다. 국민공천제 수준으로 국민의 기준에서 공정한 공천을 이뤄내겠다”고 말했다.
이창훈 기자 corazon@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