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에서 성전환 수술 후 강제로 전역하게 된 육군 부사관의 사례를 두고 외신들은 한국 사회의 보수성을 주목했다.
외신들은 이번 논란을 성 소수자를 대하는 한국 사회의 인식을 드러내는 단면으로 평가하며 한국이 다양성 존중에서 인색한 면이 있다는 평가를 쏟아냈다.
영국 방송 BBC는 22일(현지시간) 육군이 변 하사에 대해 전역 결정한 일을 소개하며 "한국에서 LGBT가 되는 것은 장애나 정신 질환, 죄악으로 비춰지는 경우가 많다"며 "한국에는 차별금지법이 없다"고 지적했다.
BBC는 또 반(反)성소수자 단체 활동가들이 변 하사가 공개 기자회견을 하기 전 온라인에서 그의 신상을 밝히려고 시도했었다고 전했다.
BBC에 따르면 전세계에 약 9000명의 트랜스젠더 군인이 활동하고 있으며, 영국을 비롯한 많은 유럽 국가와 호주, 뉴질랜드, 캐나다, 이스라엘, 볼리비아 등에서는 트랜스젠더들이 공개적으로 군복무를 할 수 있다.
방송은 강력한 보수 기독교단에서 LGBT를 죄악으로까지 규정하고 성 소수자 차별을 금지하는 법률이 없다는 사실도 한국 사회의 보수적 성향 가운데 하나로 지목했다.
그러나 BBC방송은 한국 근로자의 말을 인용해 LGBT 행진과 같은 행사가 열리는 등 한국에서 점진적이기는 하지만 태도 변화가 감지되기는 한다고 평가했다.
미국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이번 사안이 게이와 트랜스젠더가 사회적으로 보수적인 한국에서 맡을 수 있는 역할이 무엇인지를 가늠하는 하나의 시험대였다고 진단했다.
WSJ은 "LGBT 공동체가 최근 들어 더 많이 포용되긴 하지만 한국은 동성결혼을 합법화한 대만, 게이라고 공표한 의원을 선출한 일본 등 다른 동아시아 국가들보다 여전히 관용(다양성 인정)이 부족하다"고 지적했다.
미국 뉴욕타임스(NYT)도 성 소수자에 대한 한국 사회의 관용도가 상대적으로 낮다는 평가를 했다.
NYT는 "이번 사건은 레즈비언, 게이, 트랜스젠더가 보수적인 한국 사회에서, 특히 군대에서 자주 마주치는 비우호적인 처우를 잘 보여준다"고 진단했다.
BBC방송, NYT, WSJ은 남성으로 입대했으나 자신을 여성으로 인식하고 복무 중 성전환 수술을 받은 이번 사건의 주인공 육군 변희수(22) 하사를 모두 '그 여자'(she)로 표현했다.
변 하사는 창군 이후 처음으로 복무 중 성전환 수술을 받고 복무를 계속하겠다고 밝혔다. 공식적인 성별을 남성에서 여성으로 바꾸려고 법원에 성별 정정 허가 신청도 제출했다.
그러나 육군은 신체 변화에 대한 의무조사를 성전환 수술 후 바로 실시해 '심신장애 3급 판정'을 내리고 그에 따른 강제전역을 결정했다.
국가인권위원회는 시민단체 군인권센터의 진정을 받아들여 법원의 성별 정정 이후로 전역심사를 연기하라고 권고했으나 육군은 이를 받아들이지 않았다.
육군은 "이번 전역 결정은 성별 정정과 무관하게 의무조사 결과를 바탕으로 관련 법령에 근거해 적법한 절차에 따라 이뤄졌다"고 밝혔다.
한편 육군은 이날 전역심사위원회를 열고 변 하사에게 전역을 통보했다. 변 하사는 24일 오전 0시부터 민간인 신분으로 돌아간다.
변 하사와 군인권센터는 먼저 육군본부에 인사소청을 내고, 법에 따라 행정소송까지 불사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김경호 기자 stillcut@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