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15 총선을 앞두고 관료 출신들의 출마 열풍이 이어지고 있다. 행정안전부·국토교통부·해양수산부·기획재정부 등 정부 부처 장·차관을 지낸 고위공직자들이 연고지와 전문성을 앞세워 도전장을 내밀었다. 전문성이 강점이지만 바닥부터 갈고 닦아온 현직 정치인들과의 맞붙어 당내 경선과 총선 본선을 뚫고 갈 수 있는지가 관건이다.
25일 중앙선거관리위원회 선거통계시스템에 따르면 행정안전부 출신으로는 김현기 전 경상북도 행정부지사(경북 고령군성주군칠곡군)·이상길 전 대구시 행정부시장(대구 북구갑)·김장주 전 경상북도 행정부시장(경북 영천시청도군)·김승수 전 대구시 행정부시장(대구 북구을)이 자유한국당 소속 예비후보로 총선 출사표를 던졌다. 경상남도 권한대행을 역임한 한경호 전 대한지방행정공제회 이사장은 지난 15일 이사장직에서 물러난 뒤 경남 진주을 출마를 선언하며 더불어민주당에 입당했다.
행정안전부 출신은 지방자치단체의 부군수, 부시장 등을 역임해 지역 연고도 갖고 있는 점이 강점으로 꼽힌다. 이상길 예비후보는 행정고시 선배이자 대구시 행정부시장 전임자인 한국당 정태옥 의원에게 도전장을 내밀어 ‘행정부시장 매치’를 예고했다.
국토교통부 출신으로는 김경욱 전 2차관이 민주당 소속으로 충북 충주시의 한국당 이종배 의원에게 도전장을 냈다. 이 의원 또한 행정안전부 2차관을 지낸 관료 출신으로 ‘차관 매치’가 펼쳐질 것으로 보인다. 김용진 전 기획재정부 2차관은 민주당 소속으로 한국당 송석준 의원이 버티고 있는 경기 이천시 지역구에 출사표를 던졌다. 송 의원은 국토부 관료 출신이다.
민주당에 입당한 강준석 전 해양수산부 차관은 부산 남구갑 출마를 선언했다. 남구갑은 한국당 김정훈 의원의 불출마로 무주공산이 된 곳으로 한국당에서는 박수영 전 경기도부지사, 한국당의 1호 영입 인재인 김성원 전 두산중공업 부사장 등이 예비후보로 등록했다. 김영문 전 관세청장은 무소속 강길부 의원이 버티고 있는 울산 울주군에 민주당 소속 후보로 출마를 선언했다. 한국당에서는 서범수 전 울산지방경찰청장, 신장열 전 울주군수, 장능인 전 한국당 대변인이 도전장을 내밀었다.
관료출신 국회의원들의 장점은 전문성이다. 기획재정부 1차관과 국무조정실장을 역임한 한국당 추경호 의원은 기재부 출신의 전문성을 살린 의정활동을 높이 평가받아 2017∼2019년 ‘국정감사 NGO 모니터단’으로부터 국정감사 우수국감의원 상을 받았다. 행정안전부 출신의 정태옥 의원은 2017∼2018년 우수국감의원 상을 받았다.
관료 출신의 한 의원은 “차관급을 거친 공무원은 행정 능력과 정무 감각을 동시에 갖추고 있으며 국회의 생리도 가까이서 지켜봐 왔기 때문에 적응이 빠르다”며 “다만 관료 생활을 하면서 몸에 밴 습관을 버리고 정치인으로 얼마나 빨리 거듭나느냐가 당선을 가를 것이다. 당내 경선과 본선을 거치려면 다시 태어난다는 각오로 임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이창훈 기자 corazon@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