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떤 남자가 여자 화장실에 들어갔어요.”
지난해 10월의 어느 월요일. 서울 방배경찰서에 이같은 내용의 전화 신고가 접수됐다. 서초구에 있는 한 대학 여학생의 다급한 신고였다.
사실 이런 신고는 그때가 처음이 아니었다. 전에도 몇 차례 비슷한 신고가 있었으나 경찰이 현장에 출동하기 전 재빨리 달아나 검거 기회를 놓쳤다.
담당 경찰관은 그동안 접수한 신고를 죽 검토한 결과 한 가지 특이사항을 찾아냈다. ‘어떤 남자가 여자 화장실에 들어갔다’는 내용의 신고가 들어온 날이 우연의 일치인지, 아니면 의도적인 건지 전부 월요일이었다.
이에 경찰은 한 가지 ‘묘수’를 떠올렸다. 해당 남성이 다가오는 월요일에도 비슷한 짓을 저지를 가능성이 큰 것으로 봐 아예 월요일마다 그 대학 캠퍼스에서 잠복근무를 하기로 했다.
아니나다를까, 지난해 11월18일 월요일에 똑같은 내용의 신고가 경찰에 접수됐다. 잠복근무 중이던 경찰관은 연락을 받고 해당 여자 화장실 앞에서 기다리고 있다가 급하게 문을 열고 나오는 남성을 붙잡았다. 겉으로 보기에는 멀쩡한 회사원 A(41)씨가 용의자였다.
경찰은 A씨를 성적 목적 공공장소 침입과 건조물 침입 혐의 등 혐의로 불구속 입건한 뒤 기소 의견으로 검찰에 송치했다고 27일 밝혔다.
경찰에 따르면 A씨는 2018년 11월부터 지난해 11월까지 1년간 70여 차례에 걸쳐 서초구 모 대학 캠퍼스의 여자화장실에 드나든 혐의를 받고 있다. 경찰은 A씨를 검거한 후에도 ‘같은 장소에서 A씨를 본 것 같다’는 취지의 신고를 추가로 접수, 인근 폐쇄회로(CC)TV 영상 1년치를 분석한 결과 A씨가 상습적으로 화장실을 드나든 물증까지 확보한 것으로 전해졌다.
다만 A씨는 경찰 조사에서 “CCTV에 찍힌 사람은 내가 아니다”며 혐의 대부분을 부인한 것으로 알려졌다. 경찰 관계자는 “현재까지 확인한 결과 불법촬영 등 다른 혐의는 없는 것으로 파악됐다”고 전했다.
김태훈 기자 af103@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