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열 피하려 ‘시진핑’을 트럼프라고…‘우한 폐렴’에 중국인도 분노 폭발

뉴욕타임스 “폐렴 사태에 분노한 중국인들…SNS에서 정부 비판”
신종 코로나바이러스의 발원지인 중국 후베이성 우한에 있는 적십자병원에서 방호복을 입은 의료진이 지난 25일 환자를 실어 나르고 있다. 우한=AFP연합뉴스

 

국내에서 ‘우한 폐렴’으로 알려진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확산으로 중국 현지에서도 정부를 향한 누리꾼 분노가 점점 거세지고 있다. 이들은 중국 정부의 검열을 피하기 위해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올린 불만 글에서 시진핑 주석을 ‘트럼프’라고 부르기까지 했다.

 

미국 뉴욕타임스는 지난 27일(현지시간) ‘As Virus Spreads, Anger Floods Chinese Social Media(바이러스가 확산하는 만큼, 소셜미디어에서의 분노도 커진다)’는 제하의 기사에서 “중국 소셜미디어에서 이번 사태와 관련한 소식을 접하는 누리꾼들 중에는 정부를 향한 독설에 찬 반응(vitriolic comments)을 볼 수 있다”며 “비판글 검열을 피하려 시진핑 주석을 트럼프로 바꿔 부른다”고 전했다.

 

한 누리꾼은 지난 25일 자신의 웨이보(중국판 트위터)에 올린 글에서 “트럼프는 어디에 있느냐(特朗普在哪儿)”고 물었다. 그는 정부의 SNS 검열을 피하려고 현장에 나타나지 않는 시진핑 국가 주석을 트럼프라고 불렀다.

 

뉴욕타임스는 아울러 “우한시장의 방송 인터뷰를 접한 이들 중에는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가 누구에게나 퍼지는 게 맞다면, 쓸모없는 사람들도 남겨두지 말아야 한다’는 반응도 나왔다”고 덧붙였다.

 

앞서 저우센왕(周先旺) 우한시장은 지난 27일 중국 관영 중앙(CC)TV와 인터뷰에서 마스크를 쓴 채로 등장, 발병 관련 정보 공개가 적절한 시기에 이뤄지지 못한 데 대해 지방 정부 관리로서 한계가 있었다는 취지의 발언을 했다.

 

이에 한 누리꾼은 저우센왕 시장의 발언을 보도한 방송기사 관련 댓글에 “당신이 언제 자리에서 물러날지만 궁금할 뿐이다”라고 썼다.

 

이러한 누리꾼 반응에 대해 샤오창 캘리포니아 대학 연구원은 뉴욕타임스에 “중국 소셜미디어는 온갖 화로 가득하다”며 “어느 순간 갑자기 관련 이야기를 통제하기 위한 검열의 가능성이 커질 여지가 있다”고 말했다.

 

뉴욕타임스는 사스 바이러스가 창궐했던 2002년의 중국 SNS는 이제 막 기지개를 켜기 시작한 때였다면서, 스마트폰과 SNS 이용도가 월등히 높아진 지금은 당시보다 누리꾼 분노의 확산속도가 빠를 수밖에 없다고 분석했다.

 

뉴욕타임스는 “다른 이들도 정부에 대한 불만을 SNS에서 토해내고 싶어한다”며 “일부는 일찌감치 ‘또우빤(豆瓣)’이라는 SNS로 자리를 옮기고 있다”고 전했다.

 

중국 정부를 향한 비난은 관영 언론 매체에서도 일부 눈에 띈다.

 

후베이성 공산당 기관지인 후베이일보 선임 기자인 장어우야는 웨이보(微博·중국판 트위터)에서 “나도 전에는 상황을 잘 알고 있는 지도자를 중간에 교체하는 결정은 좋지 않다고 생각했지만 상황이 점점 더 심각해져 가고 있다”며 “우한을 위해서 즉각 지도자를 교체해달라”고 주장했다.

 

중국 공산당의 ‘비공식 대변인’ 노릇을 하는 환구시보(環球時報)도 최근 칼럼에서 우한시의 초기 대응에 부족한 점이 많았다면서 이를 뼈아픈 교훈으로 삼아야 한다고 지적했다.

 

김동환 기자 kimcharr@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