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위비 협상 지연에…‘韓근로자 무급휴직’ 꺼낸 주한미군

로버트 에이브럼스 주한미군 사령관. 연합뉴스

한·미 간에 방위비 분담금 협정이 타결되지 않고 이견이 지속되자 주한미군 사령부가 한국인 근로자들에게 “오는 4월1일부로 잠정적 무급휴직을 시행할 가능성이 있다”고 통보했다. 문재인정부 들어 한·미 동맹이 위기라고 하더니 파열음이 갈수록 커지는 모양새다.

 

주한미군 사령부는 29일 보도자료에서 “2019년 방위비 분담금 협정이 타결되지 않아 추후 공백 상태가 지속할 가능성이 있다”며 “주한미군이 고용한 한국인 직원들에게 4월1일부로 잠정적 무급휴직이 시행될 수 있다는 점을 통보하기 시작했다”고 밝혔다. 한국 정부가 돈을 주지 않아 한국인 직원들에게 임금을 지급하기 어려워졌다는 뜻이다.

 

주한미군은 “60일 전에 사전 통보토록 한 것은 무급휴직 예고 두 달 전에는 미리 통지해야 하는 미국 법에 따른 것”이라고 설명했다. 주한미군은 9000여명에 달하는 한국인 근로자를 대상으로 전국적으로 설명회도 연다는 방침이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취임 후 “한국과 일본이 미군 주둔에 따른 방위비 분담금을 더 많이 내야 한다”는 입장을 여러 차례 밝혀왔다. 이에 따라 지난해 주한미군 방위비 분담금 인상을 위한 한·미 협상을 시작하며 미국측은 50억달러(약 5조8000억원)라는 천문학적 금액을 부르기도 했다.

 

해리 해리스 주한 미국 대사가 이같은 미국 정부의 방침을 국내에 전달하자 반미 성향의 일부 대학생이 주한 미국 대사관저 담을 넘어 무단침입해 “해리스는 물러가라”라고 외치기도 했다.

 

최근 문재인정부가 한국인의 북한 개별관광 허용 등 남북 협력사업 강화를 추진할 움직임을 보이자 해리스 대사는 “미국과 먼저 협의하는 게 좋겠다”는 원론적 입장을 밝혔다. 그러자 이번엔 청와대가 직접 나서 해리스 대사를 향해 “부적절하다”고 직격탄을 날리는 등 새해 벽두부터 한·미 관계가 아슬아슬한 줄타기를 하는 듯한 형국이다.

 

김주영 기자 bueno@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