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랑만화’는 해방 후 등장한 아동잡지 한켠에 실린 한두 쪽의 우스개 만화에서 시작됐다. 언제 처음 등장했는지는 알 수 없으나 ‘명랑(明郞)’이란 단어는 1940∼50년대 대중문화계에서 ‘경쾌한 우스개를 포괄하는 장르’란 의미로 두루 쓰였다.
명랑만화가 본격적으로 대두된 것은 1960년대 후반부터다. 경제 발전으로 인한 도시의 팽창, ‘둘만 낳아 잘 기르자’던 국가 주도 가족계획과 초등의무교육 실시 등은 아이들을 확실한 문화소비의 주체로 부상시켰다. 현실과 동떨어진 상상력이나 과감한 표현을 제지하던 당시의 만화심의제도도 안정적인 서사를 기반으로 한 명랑만화의 대중화에 영향을 끼쳤다. 데뷔 초기 대중잡지에 성인용 만화를 연재하던 길창덕이 본격적으로 어린이만화에 뛰어든 것도 바로 이때였다. ‘재동이’(1966)를 비롯해 ‘돌석이’(1969), ‘꺼벙이’(1970), ‘딸딸이’(1972), ‘신판 보물섬’(1974), ‘쭉쟁이’(1977), ‘다부지’(1980), ‘고집세’(1982) 등을 선보였다.
명랑만화는 기본적으로 ①우스꽝스러운 캐릭터들이 ②도심의 신흥 주택지 골목에서 ③벌이는 해프닝을 담은 에피소드형 만화라 할 수 있다. 이름과 얼굴에 성격이 드러나는 주인공, 이를테면 꺼벙이나 고집세, 돌석이 등이 등장하는 점도 공통적이다. 1970년대 들어 ④일상성의 강화, 즉 월단위 학교 스케줄에 맞춘 사건(월간 잡지)이나 일상 해프닝(어린이 신문)이 주로 다뤄졌다. 여기에 길창덕식 명랑만화는 자유분방한 캐릭터가 등장하면서도 은연중 교훈적인 메시지가 담겨 있다는 점이 차별화됐다.
이창수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