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철호 기소된 날, 김기현 총선 출마… 엇갈린 전·현직 울산시장

‘청와대 하명수사·선거개입’ 의혹을 제기하며 6·13 지방선거 무효를 주장해온 김기현 전 울산시장이 지난 29일 울산 남구을 출마를 선언했다. 공교롭게 송철호 울산시장이 청와대 선거개입 사건으로 기소를 당한 날 김 전 시장이 출마를 선언하면서 지방선거 때 악연이 다시 조명됐다. 김 전 시장이 출마하려는 울산 남구을은 김 전 시장의 전임자이자 한국당 박맹우 의원의 지역구로 전직 울산시장 맞대결을 예고했다. 

29일 울산시의회 프레스센터에서 김기현 전 울산시장이 자신의 정치 고향인 울산 남구을에서 자유한국당 후보로 총선에 출마하겠다고 밝히고 있다.연합뉴스

김 전 시장은 이날 자신의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오늘 21대 국회의원 총선 출마기자회견을 했다”며 “국민은 민생파탄에 아우성인데, 문재인 정권은 이에 아랑곳하지 않고 오로지 선거 놀음에만 몰두하고 있는 이 처절한 현실을 타개하기 위해, 이 사악하고 못된 정권을 하루빨리 내쫓아야 한다는 시대적 요구에 저의 온 몸을 던지기로 했다”고 출마의 변을 알렸다. 

 

그는 “처음으로 정치인으로 주민들의 부름을 받았던 정치적 고향 남구을에서 다시 한 번 주민 여러분들의 선택을 겸허한 마음으로 기다리려 한다”며 “보수세력이 거의 전멸의 위기에 처해 있을 때 야당 국회의원으로 처음 정치를 시작했던 초심의 자세로 돌아가, 위기의 보수세력을 건전하고 합리적이며 개방적인 보수세력으로 개혁하는 일에 저의 모든 것을 쏟아 앞장서겠다”고 밝혔다. 

 

2004년 남구을 17대 국회의원에 처음 당선된 김 전 시장은 3선 국회의원으로 활동하던 2014년 6·4 지방선거 때 의원직 사퇴 후 울산시장 선거에 도전했다. 박맹우 전 울산시장이 3연임으로 출마가 제한됐던 때라 김 전 시장은 한국당의 전신이던 새누리당 후보로 출마해 정의당 조승수 후보를 상대로 65.42%의 높은 득표율로 당선됐다. 김 전 시장의 사퇴로 공석이 된 울산 남구을에는 재보궐 선거에는 박 전 시장이 도전해 당선됐다. 

 

김 전 시장은 2018년 6·3 지방선거에서 민주당 소속으로 출마한 송철호 울산시장에 밀려 연임에 실패했다. 현역 프리미엄과 높은 시장 업무 평가를 바탕으로 선거 초반에는 재선될 것으로 전망됐지만 선거 전 시작된 울산지방경찰청의 김 전 시장 측근 비리 수사가 선거운동 기간 내내 이어지면서 악재가 됐다. 송 시장은 득표율에서 김 전 시장(38.8%)보다 17%포인트 높은 55.3%를 얻었다. 

청와대 하명수사와 선거개입 의혹을 수사 중인 검찰이 송철호 울산시장과 백원우 전 민정비서관 등 13명을 공직선거법 위반 등 혐의로 불구속 기소한 가운데 30일 오전 송철호 시장이 울산시청으로 출근하고 있다. 뉴스1

그러나 지난해 연말부터 이어진 검찰의 ‘청와대 하명수사·선거개입’수사가 진행되면서 상황이 반전됐다. 검찰은 이날 송 시장과 송병기 전 울산시 경제부시장, 황운하 전 울산지방경찰청장, 백원우 전 청와대 민정비서관 등 13명을 공직선거법위반 등의 혐의로 불구속기소 했다. 검찰이 청와대와 울산지방경찰청, 송 시장이 한 몸으로 지방선거에 부당한 영향력을 행사했다는 점을 시사한 것으로 해석된다. 

 

다만 김 전 시장은 박맹우 의원의 벽을 넘어야 본선에 나갈 수 있어서 ‘전직 울산시장 매치’를 예고했다. 김 의원은 이어 “한국당과 국회의원은 주권자 국민의 심부름꾼일 뿐”이라며 “획기적인 개혁과 변화를 갈망하는 주권자의 소망에 부응해야만 한다”고 강조했다. 또 “자신의 영달을 위해 내부분열을 획책하는 것은 절대 바람직하지 않다”며 “선당후사의 정신이 어느 때보다 절실한 시기다. 떳떳하고 정정당당한 경쟁을 통해 주민들의 심판을 받겠다”고 말했다.

 

이창훈 기자 corazon@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