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과 유럽연합(EU)이 지난달 31일(현지시간) 마지막 작별인사를 나누고 결별했다. 보리스 존슨 영국 총리는 영국의 EU 탈퇴(브렉시트)를 “새로운 시대의 새벽”이라고 평가했다.
영국은 현지시간으로 이날 오후 11시(한국시간 2월1일 오전 8시) EU를 공식 탈퇴했다. 2016년 6월 국민투표를 거쳐 EU를 탈퇴하기로 결정한 지 3년7개월 만이며, EU가 발전하게 된 발판인 유럽경제공동체(ECC)에 합류한 지는 47년 만이다.
존슨 총리는 대국민 연설을 통해 “오늘 해야 할 가장 중요한 말은 이것이 끝이 아니라 시작이라는 점”이라며 “지금은 새벽이 밝고 새로운 막의 커튼이 올라가는 순간이다”라고 강조했다. 이날을 “진정한 국가적 소생과 변화의 순간”이라고 표현하기도 했다. 브렉시트가 진행된 시간에 총리 관저 앞에서 카운트다운 행사가 열리고 총리 관저를 포함해 영국 런던 다우닝가에 몰려있는 영국 관공서는 이를 기념하는 조명 장식을 하기도 했다.
런던 국회의사당 주변에는 브렉시트를 함께 기념하는 인파가 모였다. 지지자들은 ‘우리는 이제 자유다’ ‘독립기념일’ ‘굿바이 EU’ 등의 문구가 적힌 플래카드를 들고 환호했다. 반면, 브렉시트 반대파는 ‘EU 미안’ 등이라고 적힌 플래카드를 들었다.
유럽 전역의 풍경도 브렉시트 이후 바뀌었다. 벨기에 브뤼셀에 있는 EU 본부는 영국 국기를 뗐고 EU 주재 영국 대표부도 EU기를 내렸다. 존슨 총리는 더 이상 EU정상회의에 참석하지 않고 영국에 할당된 유럽의회 의석 73개도 사라진다.
영국이 빠진 EU는 여전한 단합을 과시했다. 우르줄라 폰데어라이엔 EU 집행위원장, 샤를 미셸 EU 정상회의상임의장, 다비드 사솔리 유럽의회의장 등 EU 수장들은 기자회견을 통해 “영국이 가입했을 때 우리는 6개 회원국뿐이었지만 내일 우리는 27개 회원국이 있다”며 “내일 해가 떠오를 때 우리 27개국 연합의 새로운 장이 시작된다는 점을 아주 잘 알고 있다”고 발표했다. 이어 “우리의 경험은 힘이 고고한 고립이 아니라 우리 고유의 통합에서 나온다는 점을 가르쳐줬다”고 강조했다.
영국이 EU를 떠난 이상 기존 회원국으로서 누리던 혜택에서 배제된다는 점도 분명히 짚었다. 이들은 “회원국이 아니면 회원으로서의 혜택을 보유할 수 없다”며 “사람의 자유로운 움직임 없이는 자본, 상품 서비스가 이동할 자유도 있을 수 없다”고 지적했다. 이어 “환경, 노동, 조세, 국가 원조에 관한 공정한 경쟁 없이는 단일시장에 대한 최적의 접근이 불가하다”고 덧붙였다.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와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 등은 브렉시트를 두고 아쉬운 마음을 표했다. 메르켈 총리는 이날 팟캐스트에서 “브렉시트는 EU와 독일, 우리 모두에게 깊은 상처”라고 말했고 마크롱 대통령은 “지난 수십 년간 우리가 맺은 관계와 같을 수는 없을 것”이라며 “안과 밖에 동시에 있을 수 없다”고 밝혔다.
브렉시트 후에도 오는 12월31일까지 EU와 영국은 현 상태를 유지한다. 올해 말까지 전환기를 갖기 때문이다. 이 기간 협상이 어떻게 진행되느냐에 따라 브렉시트 이후 양측이 받을 정치·경제적 영향도 최종적으로 결정된 예정이다. 다만 이제 EU 비회원국인 영국은 EU의 의사결정 과정에서 배제된다.
미셸 바르니에 EU측 브렉시트 협상대표는 이날 “기한 내 무역 합의가 이뤄지지 않을 현실적 위험이 있다”며 “영국이 시간표를 설정했고 존슨 총리가 전환기 연장을 택하지 않는다면 대화에 시간적 제약을 가하는 사람은 바로 그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EU는 존슨 총리가 제시한 시간에 최대한 맞춰 전환기 협상을 마칠 것으로 보인다.
박유빈 기자 yb@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