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NS서 ‘코로나 루머’ 퇴출… 67만 파워블로거 계정 삭제

트위터, 페이스북, 인스타그램 등 주요 사회관계망서비스(SNS) 기업들이 전 세계를 패닉에 빠뜨린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우한폐렴) 관련 게시물에 대해 유례 없이 엄격한 검열을 시작했다. 크고 작은 음모론이 근거 없는 불안을 조장하는 것은 물론 공중 보건상 유해한 정보까지 나돌자 보다 적극적인 조치에 나선 것으로 보인다.

 

2일(현지시간) 워싱턴포스트(WP)에 따르면 트위터는 금융·시장 전문 블로거인 ‘제로 헤지(Zero Hedge)’의 트위터 계정을 영구 폐쇄했다. 코로나바이러스 관련 음모론적 주장을 펼친 것이 트위터 규정을 위반했다는 이유에서다. 폐쇄당하기 전 그의 트위터 계정 팔로어는 67만명에 달했다.

국내에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인 우한 폐렴 세 번째 확진자가 나온 26일 네이버 한 카페에 올라온 사진과 글. 사진 속 남성은 우한 폐렴 환자가 아닌 취객으로 밝혀졌다. 해당 게시글은 삭제된 상태다. 사이트 캡처

미국 언론들은 제로 헤지가 최근 게시한 음모론이 퇴출 배경이 된 것으로 분석했다. 제로 헤지는 지난달 29일 ‘신종 코로나 배후에 이 사람이?’라는 제목으로 구체적 근거도 없이 중국의 한 과학자가 바이러스 균주를 만들었다는 주장을 제기하면서 해당 과학자의 개인 정보로 추정되는 이름과 사진, 이메일, 전화번호 등을 게시했다. 그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의 촉발 원인을 알고 싶다면 해당 과학자를 찾아가라고 팔로어들에게 제안하기도 했다.

 

미 온라인매체 버즈피드에 따르면 제로 헤지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가 생물학무기로 만들어졌다는 근거 없는 주장도 펼친 것으로 전해졌다. 화학생물학자인 리처드 에브라이트 교수(미국 럿거스 대학)는 “바이러스 유전자와 속성에 비춰볼 때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가 인위적으로 만들어졌다고 볼 근거는 없다”고 밝혔다.

 

제로 헤지는 글로벌 금융위기 발발 직후인 2009년 블로그를 개설한 뒤 금융시장에 대해 주로 비관적 전망을 해 왔다. 블로그에는 ‘타일러 더던’이라는 필명으로 글을 써 신원을 알 수 없다. 익명의 존재이지만 월가 루머의 근원지이자 월가를 움직이는 파워 블로거로 헤지펀드 매니저와 금융당국마저 찾아본다는 숨은 유명인사다.

마스크를 쓴 환자들이 25일 중국 우한 적십자병원 복도에 몰려들어 검진 차례를 기다리고 있다. 우한 AFP=연합뉴스

WP는 제로 헤지가 최근 몇 년간 우파적 음모론을 전파해왔다고 전했다. 트위터 계정 폐쇄와 별개로 여전히 운영되고 있는 그의 블로그 최신글에는 “코로나바이러스가 위험한가, 버니 샌더스의 사회주의가 더 위험한가?”라는 제목의 게시물 등이 눈에 띈다.

 

앞서 페이스북과 인스타그램도 신종 코로나바이러스와 관련해 허위사실을 유포할 경우 해당 계정을 폐쇄하거나 게시글을 삭제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페이스북이 가짜뉴스, 허위정보에 대해 경고 조치를 해 오긴 했지만 직접 나서서 게시물 삭제를 하는 것은 흔치 않은 일이라고 WP는 전했다. 그만큼 코로나바이러스에 대한 전 세계 이용자들의 관심과 우려, 이들에 미칠 영향이 심각하다고 본 것이다. 일례로 최근 페이스북에는 “표백제를 마시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치료가 가능하다”는 헛소문이 떠돌기도 했다.

 

페이스북은 게시물 삭제 기준으로 세계보건기구(WHO)와 같은 공신력 있는 기관에서 나온 정보, 지역 보건 당국의 의견 등을 참고할 것이라고 전했다.

 

정지혜 기자 wisdom@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