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격리시설 가느니 차라리 집에서 죽겠다”…그들은 왜 이런 말을 했나

中 우한시에 남은 어느 가족의 이야기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 환자 치료를 위한 병상이 임시로 들어선 중국 후베이성 우한시의 한 컨벤션 센터. 우한=AP 연합뉴스

 

열흘 만에 중국 후베이(湖北)성 우한(武漢)시에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 환자를 위한 1000개 병상 규모 병원이 세워지는 등 당국이 사태 극복에 안간힘을 쓰는 상황에서, 부족한 의료장비 탓에 감염증 ‘검사’조차 받지 못했다며 격리시설에 들어가느니 차라리 집에 남겠다는 어느 가족의 절박한 사연이 공개됐다.

 

5일(현지시간) 영국 BBC 중문판에 따르면 우한시에 사는 왕웬준(34)씨의 삼촌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으로 세상을 떠났다. 그의 부모는 의심 증세를 나타내 병원 CT촬영 결과 이미 폐에 염증이 생긴 것으로 확인됐다. 왕씨의 동생도 기침을 멈추지 못하는 등 호흡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특히 왕씨의 아버지는 열이 39.3도까지 올라가 내려오지 않는 등 심각한 상황에 처했다.

 

왕씨는 BBC와의 인터뷰에서 “의료장비가 부족한 탓에 아버지께서는 병원에서 감염증 검사조차 받지 못하셨다”며 “건강이 악화된 어머니께서 아버지의 치료 장소를 알아보려 병원을 전전하신다”고 어려움을 토로했다.

 

앞서 왕씨의 삼촌이 들어간 격리시설은 병원이 아닌 단지 호텔을 개조한 것에 불과했다고 BBC는 전했다. 지역 관계자들로부터 “충분히 병상을 갖춘 병원이 없다”는 말만 들어야 했던 왕씨는 “조금씩 의식을 잃어가던 삼촌께서는 난방장치도 없고 상태를 살펴줄 의료진도 없는 상황에서 결국 돌아가셨다”고 말했다.

 

착공(지난달 23일) 열흘 만인 지난 2일에 공사를 마친 훠선산(火神山) 병원. 우한 신화=연합뉴스

 

지난달 23일 착공 후 열흘 만인 앞선 2일 우한시에 문을 연 훠선산(火神山)병원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 환자를 받고 있지만, 왕씨는 “그 병원은 이미 다른 곳에 입원하던 환자들이 옮겨가는 곳에 불과하다”며 “우리처럼 아예 병원 문턱조차 넘지 못한 사람들에게는 소용없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우리 가족에게는 병원이 아닌 격리시설에 들어가는 것만 선택할 수 있다”며 “만약 그렇게 된다면, 아버지께서는 삼촌이 겪으신 일을 그대로 따라갈 수밖에 없다”고 덧붙였다.

 

왕씨는 “차라리 그럴 바에는 집에서 죽는 게 낫다”며 “우한시가 봉쇄될 것을 알았다면, 우리는 진즉에 이곳을 빠져나갔을 것”이라고 했다. 이어 “여기만 아니라면 어느 곳에 있든 우리에게 최소한 희망은 남았을 것”이라며 “정부 말만 믿고 우한에 남은 게 잘한 일인지 처음에는 확신할 수 없었지만, 삼촌의 사망이 우리에게 답을 줬다”고 우회적으로 당국을 비판했다.

 

김동환 기자 kimcharr@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