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불어민주당의 이낙연 전 국무총리와 자유한국당 황교안 대표의 맞대결이 성사됨에 따라 종로에 대한 관심이 쏠리고 있다.
◆정치 1번지 종로
‘대한민국 정치 1번지’ 서울 종로의 상징성을 어느 지역구 보다 크다. 종로에서만 배출된 대통령만 따져도 윤보선·노무현·이명박 전 대통령으로, 대통령을 3명이나 배출한 지역구는 전무후무하다.
1996년 15대 총선만 봐도 그렇다. 당시 신한국당 소속 이명박 전 대통령과 통합민주당 소속 노무현 전 대통령, 새정치국민회의 소속 이종찬 전 국가정보원장이 출마해 이 전 대통령이 당선됐다. 1998년 이 전 대통령이 서울시장 출마를 위해 의원직을 사퇴하면서 열린 보궐선거에서는 노 전 대통령이 다시 출마해 당선됐다. 이 전 대통령이나 노 대통령 모두 종로를 발판으로 대권까지 거머쥐게 된 것이다.
이렇게 종로가 ‘정치 1번지’가 된데는 여러 요인이 작용했다. 선거구 안에 청와대가 있어 유권자들의 정치의식이 높고, 중도 성향의 유권자가 많아 선거의 큰 흐름을 판단할 수 있는 가늠자 역할을 한다. 실제로 진보나 보수 어느 곳도 독주를 하지 못했다. 17대와 18대 총선에서는 한나라당 박진 전 의원이 당선됐지만 19대와 20대 총선에서는 민주당 정세균 의원(현 국무총리)이 당선됐다.
◆다른 정당은 혹평
한국당 김형오 공천관리위원장은 기자들에게 보낸 문자메시지를 통해 “공관위는 오늘 황 대표의 종로 출마 선언을 환영하고 존중한다”며 “100만 10월 항쟁의 진원지 종로에서 위대한 국민의 애국심과 저항정신을 받들어 21대 총선을 반드시 승리로 이끌어주길 바란다”고 환영했다. 반면 다른 정당들은 황 대표의 출마에 대해 다소 박한 평가를 내렸다. 민주당은 “국민의 삶에 대한 희망과 비전을 보여주는 정정당당한 승부를 기대한다”면서도 “장고 끝에 종로 출마를 결심했으나 당 안팎과 언론 등의 비판에 쫓겨 떠밀리듯 마지못해 나가는 모양새라는 비판을 면하기는 어려울 듯싶다. 소신을 갖고 책임 있게 지역을 챙기는 모습을 기다리는 종로구민에 대한 예의가 아니었다는 것을 자신도 잘 알고 있을 것”이라고 꼬집었다.
대안신당 김정현 대변인은 “자의 반 타의 반으로 떠밀려 한 결정”이라며 “여기저기 여론조사를 돌리다 당 공관위에서 최후통첩을 받고서야 입장을 결정할 바에는 진작 했어야 옳았다”고 말했다. 정의당 강민진 대변인은 구두 논평에서 “지금 한국당의 상황으로 미뤄볼 때 종로 정도의 험지 출마는 당연한 것이었다”며 “고민하고 찔러보고 머뭇거리던 모습이 지역구민에게 책임있는 자세로 받아들여지지는 않을 것 같다”고 지적했다. 민주평화당 박주현 대변인은 “황 대표는 억지로 떠밀려 나온 것으로 보인다”며 “그런 태도로 국민의 선택을 받기는 어려워 보인다”고 했다. 바른미래당 강신업 대변인은 “황 대표가 내건 종로 출마의 명분(정권 심판)은 기껏해야 기득권 정치의 복원이라는 속내를 감춰보려는 속임수에 불과하다”며 “문재인 정권 심판은 바른미래당이 하겠다. 황 대표는 종로가 아니라 집으로 가기 바란다”고 했다.
박현준 기자 hjunpark@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