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로운보수당 보수재건위원장인 유승민 의원(4선·대구 동구을)이 9일 자유한국당과의 신설 합당을 추진한다면서 총선 불출마를 선언했다.
유 의원은 이날 국회 정론관 기자회견에서 “대한민국을 거덜 내고 있는 문재인 대통령의 폭주를 막기 위해 보수는 합치라는 국민의 명령을 따르겠다. 보수가 힘을 합치고 다시 태어나 총선과 대선에서 권력을 교체하고, 대한민국을 망국의 위기로부터 구해내라는 국민의 명령을 따르겠다”고 말했다. 이어 “이 제안(신설 합당)에 대한 한국당의 답을 기다리겠다”고 덧붙였다.
신설 합당은 한국당의 ‘흡수 통합’이 아닌 두 당이 수임기구를 통해 법적 절차를 밟아 신당으로 합쳐지는 것을 뜻한다.
유 의원은 “단순히 합치는 것만으로는 보수가 국민의 마음을 얻을 수 없다”며 “보수는 뿌리부터 재건돼야 한다"며 자신이 지난해 10월 제시했던 ‘보수 재건 3원칙’인 △탄핵의 강을 건널 것 △개혁 보수로 나아갈 것 △새 집을 지을 것을 재차 언급했다.
그는 ”탄핵을 인정하고, 탄핵의 강을 건널 때 비로소 보수는 정당성을 회복할 수 있다. 과거의 잘못을 인정하고 반성해야만 보수는 문재인 정권의 불법을 당당하게 탄핵할 국민적 명분과 정치적 정당성을 가질 수 있다“고 말했다.
유 의원은 ”3원칙 중 으뜸은 바로 개혁 보수의 정신이다. 진정한 보수는 원칙을 지키되 끊임없이 개혁해야 한다“며 ”이명박·박근혜 정부의 9년은 개혁 보수와 거리가 멀었다. 야당이 된 지난 3년간 보수정치의 모습도 개혁 보수와는 거리가 멀었다“고 지적했다.
이어 ”합당이냐, 독자노선이냐를 두고 고민이 가장 깊었던 점은 바로 개혁 보수의 꿈이었다. 한국당은 변한 게 없는데, 합당으로 과연 국민의 마음을 얻을 수 있을까, 합당 결심을 말씀드리는 지금, 이 순간에도 솔직히 이 고민이 마음을 짓누르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불출마 사유가 ”보수가 힘을 합치라는 국민의 뜻에 따르겠지만, 그와 동시에 개혁 보수를 향한 저의 진심을 남기기 위해“라며 ”보수가 힘을 합쳐 개혁 보수로 나아가는 데 제 불출마가 조금이라도 힘이 되기를 진심으로 바란다“고 덧붙였다.
다만 “공천은 오로지 개혁 보수를 이룰 공천이 되기를 희망할 뿐”이라며 “‘도로 친박(친박근혜)당, 도로 친이(친이명박)당이 될지 모른다’는 국민의 우려를 말끔히 떨쳐버리는 공천, 감동과 신선을 줄 수 있는 공천이 돼야만 한다”고 강조했다.
한편 유 의원은 총선 이후 자신의 행보에 대해 “이제는 제가 달려온 길을, 제 부족함을 돌아보고 ‘나는 왜 정치를 하는가’에 대한 제 오래된 질문을 다시 생각해보며 숨을 고르는 시간을 갖겠다”고 말했다.
이동준 기자 blondie@segye.com
사진=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