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법농단’ 현직 판사들 운명의 한 주

‘정운호 게이트’ 檢 수사 기밀 유출 / 13일 신광렬·조의연·성창호 선고 / ‘폐암 수술’ 양승태 재판에 영향 / ‘靑입장 반영해 재판 개입’ 임성근 / 14일 ‘직권남용’ 혐의 적용 주목 / 최서원 파기환송심 같은 날 선고

‘사법 농단’ 정점으로 지목된 양승태 전 대법원장(72·사법연수원 2기)의 폐암 수술 등으로 핵심 피고인에 대한 재판이 멈춰 있는 사이에도 ‘법정 시계’는 돌아간다. 9일 법원에 따르면 현직 판사들에 대한 사법행정권 남용 관련 사건의 첫 선고가 이번 주 연이어 진행된다.

서울중앙지법 형사23부(부장판사 유영근)는 오는 13일 신광렬·조의연·성창호 부장판사의 1심 선고 공판을 진행한다. 이튿날인 14일에는 서울중앙지법 형사25부(부장판사 송인권)가 임성근 부장판사에 대한 1심 선고를 내린다. 앞서 지난달 13일에는 직권남용 권리행사방해 등 혐의로 기소된 유해용 변호사(전 대법원 수석재판연구관)에 대해 사법 농단 관련 첫 판단인 1심 무죄 판결이 이뤄진 바 있다.

 

그러나 개인 비위 혐의에 가깝던 유 변호사의 경우와 달리, 이번 주 선고를 앞둔 재판은 사법농단 사건의 핵심에 맞닿은 부분이 있어 주목도가 높다는 분석이다.

 

양승태 전 대법원장. 뉴스1

신 부장판사 등은 2016년 ‘정운호 게이트’ 당시 판사들을 겨냥한 수사를 저지하기 위해 검찰 수사상황 등을 수집한 뒤 법원행정처에 보고한 혐의(공무상 비밀누설)를 받는다. 아울러 임 부장판사는 박근혜 전 대통령에 대한 명예훼손 혐의로 기소된 가토 다쓰야 전 산케이신문 서울지국장의 재판에 개입해 청와대 입장이 반영되도록 한 혐의(직권남용)를 받는다. 두 사건은 지난해 3월 기소된 이후 1년 가까이 치열한 법정 공방이 지속돼 왔다.



특히 신 부장판사 등에 대한 판결은 양 전 대법원장 등의 1심 결과에도 다소간 영향을 미칠 것으로 전망된다. 이들이 받는 혐의가 양 전 대법원장의 공소사실에도 공범 관계로 포함돼 있어서다. 검찰은 사법 농단 사건을 대법원장부터 일선 영장전담 부장판사로 이어지는 조직적 범행으로 보고 있다.

임 부장판사에 대한 판결 역시 귀추가 주목된다. 지난달 30일 대법원 전원합의체는 김기춘 전 대통령 비서실장 등에 대한 문화계 블랙리스트 혐의(직권남용)에 대해 직권남용 적용 범위를 사실상 축소하는 취지로 원심 파기했다. 사법 농단 사건에서도 직권남용 혐의의 성립 여부가 주요 쟁점인 만큼 재판 결과가 다른 사건의 향배를 가늠할 ‘시금석’으로 작용할 것으로 보인다. 일례로 양 전 대법원장은 47개 혐의 중 무려 41개가 직권남용죄다.

아울러 임 부장판사에게 선고를 내릴 송인권 부장판사(51·25기)도 얄궂은 운명에 놓였다. 송 부장판사는 지난 6일 법원 정기인사에서 서울남부지법으로 전보됐다. 그는 정경심 동양대 교수의 공판 진행과정에서 검찰과 마찰을 빚은 뒤 자리를 옮기게 돼 법조계에서 다양한 해석이 나왔다. 송 부장판사는 향후 사법 농단 재판에 파장을 미칠 민감한 재판까지 책임진 뒤 법원을 이동하게 됐다.

최서원씨. 뉴시스

한편 서울고법 형사6부(부장판사 오석준)는 오는 14일 박근혜정부에서 ‘국정농단’을 주도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최서원(개명 전 최순실)씨의 파기환송심 선고 공판을 진행한다. 최씨는 특정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 위반(뇌물) 등 혐의로 기소됐다. 최씨는 항소심에서 징역 20년에 벌금 200억원을 선고받았다. 앞서 특검은 지난달 결심 공판에서 징역 25년에 벌금 300억원을 구형했다. 그러나 대법원이 지난해 8월 상고심에서 일부 강요죄가 성립하지 않는다는 취지로 원심을 깨 감형 가능성이 점쳐진다.

 

안병수 기자 rap@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