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 남편과 의붓아들을 살해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져 사형이 구형된 고유정(37)이 끝까지 혐의를 부인하며 반성의 모습을 보이지 않았다.
제주지법 형사2부(부장판사 정봉기)는 10일 고유정에 대한 결심공판을 진행했다.
고씨는 최후 진술에서 “차라리 그때 이 저주스러운 몸뚱아리가 뭐라고 다 내어줘 버렸으면 제 아이와 생이별을 하진 않고 고통스러운 시간이 있을 줄 몰랐을 것”이라며 전 남편의 성폭행을 피하려다 벌어진 우발적 살인이라며 계획 범행을 완강히 부인했다.
고씨는 “남들은 돈 주고받으면서 성관계도 하는데 몸뚱아리 뭐 귀하다고 사람 취급도 못 받으면서 살 거였으면 그때 원하는 대로 내 몸을 내줬으면 아무 일도 없었을 텐데…”라고 주장했다.
고씨는 “청주 (의붓아들 사망) 사건도 그렇고 저는 정말 저 자신, 제 목숨을 걸고, 제 새끼 걸고 저와 관계된 모든 것을 걸고 아닌 건 아니고… 제가 믿을 건 재판부밖에 없어서 한 번이라도 자료를 훑어봐 주시고 저 여자가 왜 저랬을까 생각해달라”며 “정말 언젠가는 모든 진실은 밝혀질 것이라고 믿고 그렇게 버티고 있다. 꼭 현명한 판단을 해주길 부탁드린다”라고 읍소했다.
고씨는 앞서 재판장이 “여러 차례 유산과 피해자(의붓아들)만 아끼는 현 남편을 향한 적개심에 의붓아들 살해계획을 세운 것 아니냐”고 묻자 “정말 그건 아니다. 하늘이 알고 땅이 안다. 공소장 내용은 다 억지다”라고 반박했다.
고씨 변호인은 최후 변론에서 “(전 남편 살해)사건 당시 상황 모두 살펴보면 당시에 어떤 연유로 인해 우발적 다툼에서 발생한 것일 뿐 완전범죄에 의해 자행된 범죄가 아니다”라고 주장했다.
변호인은 “피고인은 전처인 자신에게 피해자가 성적 관계를 시도했는데 방어 과정에서 우발적으로 살해했다고 한다”며 “엄마가 사랑하는 어린아이 앞에서 아버지를 계획적으로 죽이려 했다는 어떠한 범행이나 동기를 도무지 찾아볼 수 없다. 이 사건 유일하게 목격한 피고인 아들은 피해자가 피고인이 진술한 바와 같이 칼로 추정되는 뾰족한 걸로 피고인이 공격을 당해 피고인이 아파했다고 진술한 바 있다”고 변론했다.
앞서 재판부는 수면제 등을 구하게 된 경위, 현 남편 A씨와 싸우던 도중에 뜬금없이 A씨의 잠버릇에 대해 언급한 이유, 피고인의 아이가 아닌 A씨의 아들인 피해자를 먼저 청주집으로 오도록 설득한 이유 등에 대해 자세히 질문했다.
그러나 고씨는 대부분 횡설수설하며 “판사님과 뇌를 바꾸고 싶을 만큼 답답하다“며 “기억이 제대로 안 난다"고 혐의를 부인했다.
특히 정봉기 재판장이 직접 몇 차례 고씨의 범행 여부를 따져 물었다.
재판부는 또 고씨가 현 남편과 아이가 유산한 문제로 심각하게 부부싸움을 하다가 남편의 잠버릇을 언급한 것은 뜬금없다고 지적했다.
의붓아들이 죽은 당일 다른 방에서 깨어 있던 고씨가 컴퓨터로 인터넷 검색을 했는지조차 기억하지 못하는 건 이해하기 어렵다는 반응을 보였다.
고씨는 “제가 말주변이 없어 대화가 삼천포로 빠지는 경우가 많은데 남편 기분을 풀어주려고 화제를 전환하려다 보니 잠버릇 얘기를 꺼낸 것”이라고 해명했다.
재판부는 다시 “(의붓아들 살해에 대한) 모든 것을 연출해 놓고 나서 의붓아들 사망 당일 어머니와의 통화에서 돌연사했다고 말한 것은 아니냐”고 질문했을 때에도 재차 “전혀 아니다”라고 흐느끼며 말했다.
고씨에 대한 선고 공판은 20일 오후 2시 열린다.
검찰은 지난달 20일 열린 공판에서 고씨에 대해 법정최고형인 사형을 선고해달라고 재판부에 요청했다.
검찰은 “피고인 고유정은 아들 앞에서 아빠(전남편)를, 아빠(현남편) 앞에서 아들을 참살하는 반인륜적 범행을 저질렀다”며 “두 사건 모두 극단적 인명 경시 태도에서 기인한 살인으로 전혀 반성의 모습을 보이지 않는다”며 고씨에 대한 사형 구형 이유를 설명했다.
고씨는 지난해 5월 25일 오후 8시 10분부터 9시 50분 사이 제주시 조천읍의 한 펜션에서 전남편 강씨를 흉기로 찔러 살해한 뒤 시신을 훼손하고 버린 혐의(살인·사체손괴·은닉)로 재판에 넘겨졌다. 고씨는 전남편 살해에 이어 의붓아들 살해 혐의까지 추가로 기소됐다.
검찰은 고씨가 지난해 3월 2일 오전 4∼6시쯤 충북 자택에서 잠을 자던 의붓아들(5)의 등 뒤로 올라타 손으로 피해자의 얼굴이 침대 정면에 파묻히게 머리 방향을 돌리고 뒤통수 부위를 10분가량 강하게 눌러 살해했다고 결론 내렸다.
제주=임성준 기자 jun2580@segye.com
사진=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