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영. 편히 쉬시다가 건강하게 돌아가시기 바랍니다.”
12일 귀국 예정인 중국 우한 교민 170명가량이 입소하는 경기 이천시 장호원읍 국방어학원 인근 도로에 11일 걸린 현수막 문구다. 정부가 1, 2차 입국 우한 교민을 위한 임시생활시설로 충남 아산 경찰인재개발원과 충북 진천 국가공무원인재개발원을 지정, 발표한 지난달 29일 지역주민들이 보인 격앙된 반응과는 사뭇 다르다. 확산일로의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우한 폐렴)에 대처하는 시민의식이 사태 초반보다 상당히 성숙해졌다는 평가가 나온다.
◆“함께 극복하자”는 성숙한 시민의식 돋보여
엄태준 이천시장은 이날 자신의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정부 발표 직후인 10일 오후 장호원읍 이황1리 마을회관에서 가진 주민들과 간담회에서) ‘우한 교민들도 우리 국민이고, 얼마나 고통스러웠겠느냐, 우리가 따뜻하게 안아주자’는 의견이 많았다”고 전했다.
실제 인근 마을 주민들 반응도 대체로 “환영한다”는 분위기다. 이종민(54) 이황1리 이장은 “정부가 주민들에게 일언반구 알리지도 않고 결정한 데 대한 반감도 있고 불안한 게 사실”이라면서도 “우한 교민 또한 대한민국 국민인 데다 국가 차원에서 결정한 일이니만큼 좋은 이웃으로 남을 수 있게 돕자는 분위기가 상당하다”고 말했다.
국방어학원과 가장 가까운 주민 밀집지역인 여주 버스터미널 인근에서 식당을 운영하는 김모(51·여)씨는 “다중 이용시설인 여주터미널은 국방어학원과의 거리가 7㎞도 채 안 된다”고 걱정스러운 낯빛을 내비쳤다. 그러나 이내 “하지만 주민끼리 ‘같은 국민이 문제 있는 외국의 도시에 다녀왔다고 해서 백안시해서는 안 된다, 서로 도와야 한다’는 말을 주고받는다”고 전했다.
진영 행정안전부 장관은 이날 이천시 장호원읍행정복지센터에서 지역 주민들을 만나 “걱정을 끼쳐 죄송하다. 우한 교민을 이해하고 껴안아 주셔서 감사하다”며 “지원에 최선을 다하겠다”고 약속했다.
◆정부와 각 지자체의 방역 역량 총동원도 주민불안 완화시켜
이처럼 우한 폐렴 관련 격리시설에 대한 지역주민들 분위기가 바뀐 것은 “함께 극복하자”는 성숙한 시민의식에다 정부와 각 지방자치단체의 철저한 방역·소독조치 등 바이러스 확산 방지 및 감염 예방책 강화 대책이 어우러진 결과라는 관측이 나온다. 아산과 진천 임시생활시설에서도 1·2차 ‘우한 교민’ 701명 중 현재까지 확진자는 2명에 그치고 있다. 행정안전부는 임시생활시설이 자리한 지역에 1억원 더 많은 재난안전 특별교부세를 지원했다.
경기도(이천)는 충남도(아산), 충북도(진천)와 마찬가지로 우한 교민이 생활할 임시생활시설 인근에 현장상황실을 설치하고 해당 시설 및 인근 지역에 대해 매일 방역소독을 실시하기로 했다. 이재명 경기지사는 경기도의회에서 열린 ‘2020년 경기도정 업무보고’에서 “경기도는 중앙정부와 긴밀히 협의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방역) 역량을 총동원할 것”이라고 말했다.
서울시 등 다른 지자체들도 전담팀을 꾸려 기차역과 고속터미널 등 공공시설과 숙박업소 등 다중이용시설, 어린이집 등 취약계층 이용시설을 중심으로 방역 역량을 집중하고 있다.
서울 강북구와 동작구, 경기 고양시 등 일부 지자체는 주민들에게 방역장비도 무상으로 대여한다. 우한 폐렴 확산 우려에 따른 시민들의 불안과 우울감, 스트레스 해결을 위해 심리상담을 지원하는 지자체도 나타났다. 대구시는 이날부터 우한 폐렴 격리자나 가족, 시민 등을 대상으로 24시간 심리상담 핫라인을 가동한다고 밝혔다.
우한 폐렴으로 잔뜩 위축된 지역경제를 살리기 위한 노력도 진행되고 있다. 확진자가 다녀간 뒤 방역작업을 마친 업소를 찾는 단체장들이 늘었고, 거의 모든 지자체가 지역경제 상황대응 전담팀을 꾸렸다. 전담팀은 관할지역 소상공인들의 피해 규모와 유형 등을 파악해 긴급 경영안정 자금 지원 및 투자·수출 상담 등을 지원한다. 이천시의 경우 대기업이 무상 제공했던 임시생활시설 거주자에 대한 도시락을 지역 업체에 맡길 예정이다.
송민섭 기자, 이천=김영석 기자 stsong@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