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염병 의료현장에서 마스크 없이 환자를 치료하는 것은 무기 없이 전쟁을 나서는 것입니다.”
최대집 대한의사협회장은 10일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일선 의료 현장에서 의료진이 마스크 부족에 시달린다며 정부가 마스크 수급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최 회장은 이날 서울 용산구 청파동 대한의사협회 임시회관 집무실에서 가진 세계일보와 인터뷰에서 전염병 의료 현장에서 의료진들이 마주한 열악한 상황을 설명했다.
국내 코로나19 확진환자가 28명(12일 기준)까지 늘며 국민의 관심이 높아지고 그만큼 이들의 치료와 국가차원 방역에 대한 관심을 커졌지만 정작 이들을 치료하는 의료진들의 상황은 더 열악해지고 있었다는 것이다. 최 회장은 “전염병 사태에서 환자에게 가까이 다가가는 것 자체가 감염 위험이 크다”며 “의료진들이 대량으로 감염되면 의료기관 폐쇄돼 연쇄적 피해가 발생한다”고 설명했다.
또 국내에서 확진자 치료와 의심환자 등에 대한 조기진단을 강화해도 근본 원인이 해외 질병 유입이 차단되지 않으면 결국 ‘밑 빠진 독에 물 붓기’에 불과한 만큼 일부 예외를 허용하더라도 원칙적으로 중국 전역에서 오는 외국인들의 입국을 금지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1999년 서울대 의과대학을 졸업 후 전국의사총연합 상임대표와 대한의사협회 비상대책위원회 부위원장을 거쳐 2018년 5월 제40대 대한의사협회 회장에 취임했다. 다음은 일문일답.
―최근 대한의사협회가 입국금지를 중국 전역으로 확대해야 한다고 권고했다.
“코로나19는 중국 전역으로 다 퍼졌다. 환자가 안 나온 곳이 없는 상황이다. 전 세계적으로 국가 간에 퍼지는 전염병은 해외에서 유입을 차단하고 그 뒤에 지역사회로 전파되지 않도록 2∼4차 감염을 막아야 한다. 국내에서 의심환자 조기진단과 확진자 치료를 강화해도 해외에서 질병 유입이 차단되지 않으면 ‘밑 빠진 독에 물 붓기’에 불과하다.”
―중국 전역으로 입국금지를 확대할 경우, 경제 타격 등을 우려하는 목소리도 있는데.
“중국에서 코로나19 사태가 소강상태로 접어들고 안정기에 들어갈 때까지 한시적으로 입국금지를 하자는 것이다. 사업상 필요가 있으면 예외를 둬 입국 시 상호 간에 심사를 거치고 공항부터 철저하게 검역하고 능동감시해야 한다.”
―중국 최대 명절인 춘절(春節)이 종료돼 중국인들의 대량 입국 가능성이 있다.
“춘절 연휴가 종료되면 한국에서 일을 했던 중국인들과 조선족 동포들이 돌아온다. 이들은 식당과 공장, 숙박업소 등에서 일한다. 또 7만명가량으로 추정되는 국내 중국 유학생들은 활동성도 높기 때문에 의료계에선 심각한 문제가 아닐 수 없다. 이들 중 일부는 필연적으로 의심환자·확진자가 나올 것이다. 현 단계에서 중요한 것은 지역사회로 전염병 확산을 막는 것이다. 이런 사람들이 모두 국내로 들어온다면 이후 정부 대책은 실효성이 많이 떨어질 수밖에 없다.”
―확진자들은 음압 병상에서 치료 중이다. 그런데 병상이 부족하다는 지적이 있다.
“전국에 음압 격리 병상(병상 내부의 병원체가 외부로 퍼지는 것을 차단하는 특수 격리 병상)은 민간병원을 포함해 260여개가 있다. 정부에선 국공립 병원을 이용해 최대한 900개까지 늘린다고 하지만 잘 될 수 있을지 의문이다. 중요한 것은 국공립 병원을 중심으로 격리 병상이라도 많이 확보해야 한다. 음압 격리 병상은 확보에 한계가 있다. 그래서 국공립병원 중 하나를 지정해 그곳에 있는 전체 환자를 다른 병원으로 이송하고 병원 내 전체 병상을 (일시적으로) 전염병 치료 격리 병원으로 지정해 격리 병상을 최대한 확보해야 한다.”
―코로나19도 확산을 막기 위한 이른바 ‘골든타임’(환자 생사를 결정지을 수 있는 사고 발생 후 치료가 이루어져야하는 최소한의 시간)이 있을까.
“국내엔 약 40개 정도의 대학병원과 300개 정도의 종합병원이 있다. 또 1600개 정도의 중소병원과 3만개 정도의 의원급 의료기관이 있다. 코로나19같은 전염병은 적어도 종합병원 이상의 병원에서 격리된 채 치료를 받아야 한다. 그런데 예를 들어 1000명의 확진 환자가 발생하면 종합병원에서 감당할 수 있을까. 특히 증상이 심한 확진자들은 전문성 있는 의사들이 집중적으로 살펴야 한다. 그런데 그렇다고 이런 의사들이 코로나19 치료에 매달리며 암환자 등 다른 각종 중환자들을 내버려 둘 수는 없다. 즉 전염병이 지역사회에 대량으로 확산돼 (종합병원급 병원만이 아닌) 일반 의료기관에서 환자들을 진단하고 치료해야 하는 단계가 최악의 상황이다.”
―과거 사스(중증급성호흡기증후군)와 신종플루(H1N1), 메르스(중동호흡기증후군)와 비교해 코로나19의 전파력은 어떤가.
“넷을 비교하자면 전파력은 사스가 가장 높다. 그 다음이 신종플루다. 메르스는 전파력이 가장 낮았다. 코로나19의 경우 지금까지 나온 것만 보면 사스보다는 전파력 조금 더 낮고, 메르스보다는 좀 높다고 할 수 있다. 다만 전염병마다 양상이 다르기 때문에 노무현·이명박·박근혜·문재인정부가 해당 전염병에 대한 대처를 잘했는지를 비교하긴 어렵다.”
―코로나19가 공기 중 전파가 가능하다는 우려가 있는데.
“공기 중 전파 가능성이 전혀 없다고 말할 수는 없다. 일부의 가능성은 열어둬야 한다. 지금까지는 주요 전파 경로는 비말(飛沫·침방울)을 통한 감염과 비말이 떨어진 물체에 손으로 집고 다시 본인 입과 코, 눈에다 갖다 댄 것이었다. 그런데 비말이 공기 중에 액체 또는 고체 입자인 ‘에어로졸’과 혼합돼 타인에게 감염을 일으킬 가능성을 전혀 배제할 수는 없다.”
―코로나19 위기 경보를 ‘경계’에서 ‘심각’으로 올려야 한다는 지적이 있다.
“심각 단계로 올려야 한다. 일선 보건소를 보면 중앙사고수습본부와 질병관리본부 등에서 브리핑하는 것과 실제 의료행정과 차이가 있다. 또 보건복지부 장관이 ‘중국 철수 권고’를 밝힌 뒤 4시간 만에 번복하는 등 부처 간 혼란도 많다. 또 25번째 확진자인 70대 여성은 2월7일 오전에 병원을 찾았지만 거기선 의심환자 정의 제4판(중국을 방문한 환자만을 의심환자로 분류)을 갖고 중국에 다녀오지 않았다는 할머니를 집으로 돌려보냈다. 그런데 7일 0시부터 의심환자 정의에 대해서 제5판(모든 의심질환자를 의심환자로 분류)으로 적용했어야 했다. 기본적인 의심환자 정의를 두고도 혼란이 있다. 즉 위기경보를 심각 단계로 올려 국무총리가 컨트롤타워가 돼 중앙부처와 지자체가 일산분란하게 군사작전을 하듯이 해야 한다.”
―확진자 정보공개를 두고 중앙정부와 지방자치단체가 이견을 드러내고 있다.
“중앙정부를 중심으로 자세하고 투명한 정보공개가 필요하다. 특정 환자가 몇 일 몇 시에 몇 시간 동안 특정 장소에 머물렀고 당시 마스크 등을 썼는지 등을 공개해야 한다. 지역에서 발생하는 환자가 소수라면 역학 조사관들이 이들의 동선을 체크해 접촉한 사람들에게 연락하며 된다. 그런데 지금은 그럴 단계를 넘었다. 방역의 틀을 바꿔 역학 조사관 중심의 방역이 아닌 시민들이 자발적으로 공개된 정보를 바탕으로 행동해야 한다. 즉 본인이 그날 거기에 갔는지, 밀폐된 공간에 같이 있었는지를 살펴보고 자진신고 및 자가격리 등 능동감시를 하는 방식이 필요하다.”
―일선 전염병 치료 현장에서 의료진들의 건강 문제도 우려된다.
“안타까운 점이 전염병 치료 현장에서 많은 의료기관들이 (전염병 치료 현장에서 필요한 전문) 마스크를 제대로 구하지 못하고 있다. 계속 호흡기 환자들을 보는데 충분한 마스크 공급이 이뤄지지 않고 있는 것이다. 현재 협회에 들어오는 가장 많은 민원이 의료진들이 충분한 마스크를 구할 수 없다는 것이다. 수급이 원활하지 않기 때문이다. 일선 치료 병원에서 의료진들이 일주일가량 쓸 백만장분량의 마스크를 구하려고 해도 분량을 확보하지 못 하고 있다. 정부와 정치권에 이야기해도 아직 최일선 의료 현장에선 마스크가 부족하다.”
―전염병 대처에 있어 의료진들의 감염 노출문제는 중요할 것 같다.
“지난 사스 사태를 돌이키면 홍콩에는 매우 많은 사망자가 발생했는데, 이중 의료진이 가장 많았다. 집단 전염병 사태에선 환자에게 가까이 다가가는 것만으로도 감염 위험이 크다. 실제 의료진들은 감염 위험에 굉장히 많이 노출되고, 감염돼 사망하는 경우가 있다. 만약 의료진들이 대량으로 감염되면 의료기관 폐쇄되고 다른 환자들이 치료받을 기회가 제한돼 연쇄적 피해가 발생한다. 아직 우리나라에선 전염병 치료 상황에서 의료진 보호에 관한 매뉴얼도 없다.”
―전염병 사태에선 시민들의 노력도 필요할 것 같은데.
“지금 같은 전염병 사태에서 제일 중요한 것은 개인위생이다. 우선 KF80 이상의 보건용 마스크를 써야 하고 손으로 얼굴을 자주 만지면 안 된다. 또 손을 자주 씻어야 한다. 필수적인 활동은 어쩔 수 없지만 많은 사람이 붐비는 공간은 의도적으로 피해야 한다. 또 전염병이 의심되면 바로 병원이 가기보다는 1339에 연락하거나 보건소 등 선별진료소로 가야 한다. 일반 병원으로 바로 갈 경우 (면역력이 취약한) 다른 질병 환자들에 전염될 수 있다. 또 37.5도 이상의 미열과 근육통이 있다면 자신의 과거 동선을 돌이켜 본 뒤 합리적 의심을 할 근거가 있다면 1339나 보건소에 전화해 자세한 진단을 받아야 한다. 신종 코로나 같은 전염병은 정부와 국민, 의료계가 모두 협력해야 확산을 막을 수 있다.”
염유섭 기자 yuseoby@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