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소에너지로 ‘미래 충전’… 지역경제 돌파구 연다

‘신성장엔진’ 장착 나선 울산 / 아파트·병원 등에 수소로 전기·열 공급 / 충전소·산업단지 연결 배관망 확충 등 / ‘2030년 세계 최고 수소도시’ 구현 박차 / 경제자유구역 예비 지정 ‘혁신 도약대’ / ‘동북아 최대 에너지 허브’ 비전 앞세워 / 일자리 7만6000여개 창출효과 등 목표
수소 버스와 택시 등이 한꺼번에 수소를 충전할 수 있는 대규모 수소충전소가 울산 태화강역에 들어선다. 울산시 북구 율동 공공주택지구 810가구의 공공임대주택과 요양병원, 학교에는 수소로 전기와 열을 공급하는 ‘수소 연료전지 단지’가 조성된다. 수소전기차 대량 생산에 대비해 현대자동차 울산공장에도 수소충전소가 세워진다. 이런 시설과 산업단지를 연결하는 길이 10㎞의 수소배관망도 깔린다. 울산에 만들어질 ‘수소도시’의 모습이다. 울산시는 전국 첫 수소경제자유구역으로 지정받았고, 정부가 추진하는 수소융복합단지 공모에도 선정됐다. ‘2030 세계 최고 수소도시’ 구현을 위한 입지를 탄탄히 굳혀가고 있다.

 

◆울산의 새로운 성장엔진 ‘수소경제’

산업도시로 명성을 누려온 울산은 1962년 정부의 특정공업지구로 지정된 뒤 자동차와 조선, 석유화학 등 중화학공업을 지역 3대 주력산업으로 육성해 50년간 국가 경제 성장의 중추 역할을 해왔다. 그러나 최근 글로벌 경기 침체와 조선산업 불황 등으로 지역경제가 어려움을 겪고 있다. 인구유출 속도도 빠르다. 울산시는 위기 극복을 위해 ‘수소산업’을 새로운 먹거리 산업으로 삼았다.



울산은 전국 수소 생산량의 절반에 해당하는 연간 82만t에 달하는 수소를 생산하고 있다. 전국 배관망의 60%를 차지하는 120㎞의 수소배관망이 국가산업단지에 구축된 인프라를 갖추고 있다. 수소산업은 기존 주력 산업들과 연계도 할 수 있다. 이런 강점을 내세워 송철호 울산시장이 ‘2030 세계 최고 수소도시’ 구현을 선포했고, 관련 사업도 구체화하고 있다.

울산시 남구 태화강역에 조성될 ‘수소 모빌리티 허브’. 울산시 제공

지난해 말 국토교통부가 주관하는 ‘수소시범도시‘와 산업통상자원부의 ‘수소융합복합단지 실증사업’ 공모에 최종 선정된 것은 수소도시로 발돋움하려는 울산에 날개를 달아줬다.

수소시범도시는 울산도시공사 주관으로 국비 등 사업비 391억원을 투입돼 2022년까지 5.87㎢의 면적으로 조성된다. 수소배관망 구축과 수소주거모델(율동공공주택지구), 수소교통모델(태화강역), 수소산업 모델(현대자동차)이 핵심이다.

 

먼저 산업단지를 중심으로 구축돼 있는 120㎞의 수소배관망을 연장한다. 태화강역과 북구 율동공공주택지구를 경유해 현대자동차 울산공장까지 8인치 크기의 수소배관망 10㎞를 추가로 설치한다.

수소시범도시 사업 중 주거모델인 ‘율동 수소타운’. 울산시 제공

북구 율동 공공주택지구 일원에는 수소 주거모델이 구축된다. 율동지구는 2400여가구의 대단지 공동주택단지가 건설되고 있다. 현재 공사 중인 국민임대주택 437가구와 공공임대주택 373가구에 440㎾ 연료전지 2기를 설치해 전기와 열을 공급한다. 인근 비비요양병원과 울산마이스터고 등에도 연료전지를 통해 대부분의 에너지를 자급하게 된다.

태화강역 일원에는 ‘수소 메가스테이션’이 건설된다. 수소버스와 수소승용차, 수소청소차, 수소 시티투어버스, 수소 광역하이웨이버스 등에 수소를 충전할 수 있도록 충전소가 마련된다. 전기차 충전설비와 기존의 CNG버스 충전시설 등과 어우러져 철도교통과 연계한 미래 에너지와 모빌리티의 종합 전시장을 볼 수 있게 된다.

울산시가 2030년까지 수소차 50만대 양산체제를 갖추기로 한 현대차 울산공장에는 수소충전소가 설치된다. 이 충전소에는 배관으로 직접 수소를 공급한다. 공장 내에는 수소지게차, 수소발전설비 등을 지속적으로 늘려간다. 공장 인근 북구 양정동행정복지센터와 상수도북부사업소, 현대차 문화회관에도 연료전지를 설치해 활용한다. 태화강역에 마련된 수소시범도시 통합운영센터에서는 실시간으로 수소시범도시의 안전관리를 한다.

울산시는 산자부의 ‘수소융복합단지 실증사업’으로는 ‘수소 모빌리티 클러스터 구축사업‘에 응모해 최종 선정됐다. 시는 울산테크노파크 주관으로 올해 5월까지 예비타당성조사 보고서를 작성해 산자부에 제출할 계획이다. 예비타당성 조사가 통과되면 국비 등 2381억원의 사업비가 지원된다.

이 사업은 수소 대량생산 능력과 자동차, 화학, 조선, 건설기계 등 울산의 탄탄한 기존 산업기반과 연계해 추진된다. ‘코어지구’와 ‘연계지구’로 조성되며 △수소 모빌리티 산업기반 인프라 조성 △기술지원체계 구축 △산업 생태계 조성 △거버넌스 구축 분야에 11개 세부 사업이 추진된다.

코어지구는 △혁신도시와 테크노산단 일원의 ‘연구개발지구’ △이화산단의 ‘수소전기차 소재·부품지구’ △장현산단의 ‘수소건설기계지구’ △현대중공업, 현대미포조선의 ‘수소 선박지구’ 4개 권역으로 구분해 특화·육성된다. 연계지구는 서부권역의 길천산단, 하이테크밸리로, 수소버스와 수소전지 소재부품산업을 키운다. 울산시는 전국 유일의 수소 모빌리티 클러스터 구축사업을 통해 국가 수소 모빌리티 산업을 선도하고, 수소산업 전 분야에 시너지를 낼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경제자유구역 지정으로 재도약 날개

울산은 ‘경제자유구역’ 예비 지정도 받았다. 수소정책을 펴는 데 제약이 된 규제를 뛰어넘을 수 있게 된 것이다. 국토교통부, 해양수산부 등 관계 부처와의 협의를 거쳐 개발계획 최종안이 산자부에 제출되면 올해 상반기 경제자유구역 심의위원회의 심의·의결을 거쳐 울산경제자유구역을 최종 지정·고시하게 된다.

울산경제자유구역은 ‘동북아 에너지 허브’를 비전으로, ‘동북아 최대 북방경제 에너지 중심 도시 육성’을 콘셉트로 하고 있다.

수소산업거점지구와 일렉드로겐오토밸리, R&D 비즈니스밸리 3개 지구로, 총 면적은 4.7㎢로 구성된다. 2030년까지 1조1702억원의 사업비가 투입된다. 그동안 법령과 안전기준 미비 등으로 상용화가 어려웠던 수소 물류 운반기계, 수소 선박, 이동식 수소충전소, 대용량 수소이송 차량 등에 대한 사업화를 국내에서 처음으로 실현한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테크노일반산단에 조성되는 수소산업거점지구는 수소산업 연구개발 기관 집적화와 테스트베드 구축을 목표로 한다. 미래 수소경제 핵심지구 역할을 하게 된다.

일렉드로겐오토밸리는 이화일반산단에 조성된다. 친환경 에너지 미래자동차 부품생산기능 지구 육성을 목표로 한다. 연구개발(R&D)비즈니스밸리는 유니스트(UNIST·울산과학기술원)와 KTX 울산역 역세권, 하이테크밸리 일반산단과 연계해 연구개발 및 생산, 글로벌 비즈니스 지원산업 활성화, 기업인·연구인력 정주여건 조성, 친환경 에너지산업 선도지구로 만들어질 예정이다.

울산경제자유구역은 2030년 기준 12조4385억원의 생산유발효과와 4조9036억원의 부가가치 유발효과, 7만6712명의 취업유발효과를 가져올 것으로 울산시는 분석했다. 최상위 경제특구로서 각종 규제완화를 비롯해 개발사업시행자와 국내외 투자기업에 대한 조세·부담금 감면, 외국학교 및 병원 설립 특례, 국내외 최상의 산업입지를 제공해 국내외 기업의 투자유치와 양질의 일자리 창출을 촉진하게 될 것이라는 기대에서다. 울산시는 울산경제자유구역을 통해 2030년까지 외국인투자 2억달러, 국내기업투자 5조3000억원, 일자리 7만6000여개를 창출하겠다는 목표를 세웠다.

수소산업 육성 10대 프로젝트도 진행 중이다. 수소전기차 생산기반 구축과 수소전문기업·소재부품산업 육성, 수소 제조·저장능력 확대, 수소 전기차 보급 확대, 수소 전문인력 양성 등을 내용으로 한다.

울산시는 수소정책과 연구개발 등 수소경제 컨트롤타워 역할을 할 수소산업 전담기관을 유치하고, 다른 지역과의 상생협력 사업을 발굴해 수소산업의 전국 확산을 주도해 나갈 계획이다.

 

◆송철호 울산시장 “올 18개 기업 규제특구 참여... 수소지게차 등 상용화 기대”

 

“수소규제자유특구와 수소시범도시, 수소융복합단지 실증산업 등 정부 지원 핵심사업을 통해 수소도시의 기반을 단단히 구축하는 것이 최우선 목표입니다.”

 

송철호(사진) 울산시장이 12일 밝힌 ‘수소산업 울산’의 단기 목표다. 송 시장은 지난해 2월26일 ‘2030 울산 세계 최고 수소도시 비전’을 선포하고, 관련 사업들을 추진해왔다. 전국 수소생산량의 절반 이상을 생산하고 저장, 운송, 활용 등 수소 산업 전 분야에서 독보적인 역량을 갖춘 울산을 ‘세계 최고의 수소도시’로 만들기 위해서다.

 

수소 규제자유특구에서는 앞으로 2년간 지게차와 무인운송차량, 선박처럼 수소연료전지를 쓰는 다양한 운송수단을 제한없이 개발하고 실증할 수 있다. 이 때문에 관련 기업들의 관심이 매우 크며, 수소 관련 기업 유치 효과도 높다고 송 시장은 설명했다. 올해 18개 기업이 이 특구에 참여하며, 이 중 14개 업체가 타 지역에서 울산으로 옮겨와서 특구에 입주하게 된다.

송 시장은 “수소 규제자유특구를 통해 지금까지 수소전기차 중심으로 국한돼 있던 수소 기반 산업의 영역을 확대할 수 있을 것으로 본다”며 “특히 수소 실내물류운반기계 분야의 상용화가 가장 기대된다”고 말했다.

 

수소 실내물류운반기계는 수소 연료전지를 쓰는 지게차와 무인운반차를 말한다. 지금까지는 이들 기계에 대한 안전인증 기준이 없어 산업현장에서 실증을 할 수 없었다. 특구에서는 수소동력체계를 적용한 안전인증이 허가돼 운행 실증이 가능하다. 송 시장은 “올해 시제품 설계와 개발, 제작을 거쳐 내년에 본격 실증화할 계획”이라며 “이미 미국에서 수소지게차 2만5000대가 대형마트 등에서 운행 중이고, 인천공항공사가 전동지게차 500대를 수소지게차로 전환할 예정이어서 사업 전망도 밝다”고 했다.

 

송 시장은 지난해 11월 수소 규제자유특구 지정 소식을 전하며 “태화강에 수소 유람선을 띄우고 싶다”고 밝힌 바 있다. 그는 “수소유람선이 태화강을 운항하게 되면 태화강 국가정원을 찾는 관광객들에게도 좋은 볼거리, 즐길거리를 제공하는 것이 될 것”이라고 힘줘 말했다. 송 시장은 “올해 상반기에는 경제자유구역 최종 선정에 총력을 다할 것”이라며 “올해는 민선 7기 반환점을 앞둔 시기인 만큼 시민주권, 노동존중, 소통과 상생 등의 핵심 가치가 제대로 실현되고 있는지도 짚어나갈 계획”이라고 말했다.

 

울산=이보람 기자 boram@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