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앙선거관리위원회가 최근 ‘21대 총선 비례대표 후보자에 대한 전략공천 불가’라는 유권해석을 내놓으면서 총선 비례대표 후보 선출을 앞둔 각 당에 비상이 걸렸다. 더불어민주당과 자유한국당, 정의당이 비례대표 후보자 추천 절차와 관련해 중앙선관위에 유권해석을 요청하며 대책 마련에 나섰다. 지난해 말 극심한 정쟁을 거듭하다 개정 공직선거법을 졸속으로 통과시킨 탓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12일 민주당 핵심 관계자는 “민주당 당헌·당규에는 이미 선관위가 요구한 민주적 절차가 반영돼 있지만 당 대표의 전략공천을 규정한 부분이 새 선거법에 대한 선관위 해석과 달라 유권해석을 요청했다”고 밝혔다.
선관위가 지난 6일 ‘비례대표 전략공천은 적법하지 않고, 규정 위반 시 해당 정당의 모든 후보자 등록을 무효처리하겠다’는 입장을 밝히면서 각 당은 난감해하는 분위기다. 당 대표의 비례대표 전략공천 권한은 선거전략의 일환이기 때문이다. 당원이나 유권자가 상향식으로 공직 선거 후보자를 선출하는 영미권과 달리 당 차원에서 공직 후보를 결정하는 한국 정치에선 전략공천이 관행으로 이뤄져 왔다.
이 때문에 선관위는 개정된 공식선거법에 대해 “당 대표나 최고위원회의 등이 선거전략만으로 비례 후보자 및 순위를 결정, 추천하는 소위 ‘전략공천’은 법률 위반”이라는 입장을 밝혔다.
국회 관계자는 “각 당이 유권해석을 요청한 질의내용만 봐도 선거법 개정에 대한 고민과 대책이 부족했던 게 드러난다”며 “비례대표 후보자 순위를 무조건 선거인단이 투표로 결정을 해야 하는 것인지, 각 당 지도부가 순번을 정해 놓고 이를 선거인단이 승인하는 구조로 하면 안 되는 것인지 등 대안이 담긴 세부질문이 아니라 20%만 전략공천하거나 소수자만 하는 건 괜찮지 않느냐 등 단순한 내용”이라고 지적했다.
정의당도 만 35세 이하 청년과 장애인에게 비례대표 명부 일부를 할당하기로 한 선출 방침 등에 대한 유권해석을 요청했고, 한국당은 비례대표 후보자 선출과 관련한 내부절차에 대해 유권해석을 구한 상태다.
선관위는 아직 결론을 내지 않았지만 각 당이 유권해석을 요청한 기존 전략공천 방식이 모두 가능하지 않다는 결정을 내릴 가능성이 높다. 그렇게 되면 총선 후보자 등록에 앞서 각 당의 당헌 개정작업도 불가피해진다.
민주당과 한국당은 기존의 전략공천이 불가능해질 경우 후보자를 심사하는 정성평가 과정에서 지도부 입장과 전략을 반영할 것으로 보인다. 그러면 선거인단 투표에 부치더라도 그 전에 비례대표후보자추천관리위원회 등 주관적 평가가 이뤄지는 추천·심사과정에서 각 당이 전략적으로 선택한 인재를 밀어줄 수 있다. 미래한국당 한선교 대표는 “공천관리위원회(공관위)의 자율심사를 통해서도 민주적 공천 절차를 확보할 수 있지 않느냐”며 “한명 한명 (꼼꼼이) 심사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선거인단 투표 전 후보자를 잘 가려내겠다는 취지의 발언으로 해석된다.
이현미·이창훈 기자 engine@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