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거법 졸속처리 역풍… 스텝 꼬인 ‘비례 공천’

여야 복잡해진 총선 셈법에 난감 / “선거인단 꾸려 후보자 뽑아야” / 4+1, 개정 새 선거법 규정 따라 / 선관위, 비례대표 전략공천 불허 / 각당 선거전략 차질 빚자 발동동 / 뒤늦게 선관위에 유권해석 요청 / “고민·대책없이 법개정 방증” 지적

중앙선거관리위원회가 최근 ‘21대 총선 비례대표 후보자에 대한 전략공천 불가’라는 유권해석을 내놓으면서 총선 비례대표 후보 선출을 앞둔 각 당에 비상이 걸렸다. 더불어민주당과 자유한국당, 정의당이 비례대표 후보자 추천 절차와 관련해 중앙선관위에 유권해석을 요청하며 대책 마련에 나섰다. 지난해 말 극심한 정쟁을 거듭하다 개정 공직선거법을 졸속으로 통과시킨 탓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12일 민주당 핵심 관계자는 “민주당 당헌·당규에는 이미 선관위가 요구한 민주적 절차가 반영돼 있지만 당 대표의 전략공천을 규정한 부분이 새 선거법에 대한 선관위 해석과 달라 유권해석을 요청했다”고 밝혔다.

중앙선거관리위원회에서 권순일 위원장 주재로 위원회의가 열리고 있다. 연합뉴스

선관위가 지난 6일 ‘비례대표 전략공천은 적법하지 않고, 규정 위반 시 해당 정당의 모든 후보자 등록을 무효처리하겠다’는 입장을 밝히면서 각 당은 난감해하는 분위기다. 당 대표의 비례대표 전략공천 권한은 선거전략의 일환이기 때문이다. 당원이나 유권자가 상향식으로 공직 선거 후보자를 선출하는 영미권과 달리 당 차원에서 공직 후보를 결정하는 한국 정치에선 전략공천이 관행으로 이뤄져 왔다.



하지만 지난해 선거법 개정을 주도한 ‘4+1협의체’(민주당·바른미래당·정의당·민주평화당·대안신당)는 ‘정당이 비례대표 후보자를 추천하는 때에는 민주적인 절차에 따라야 한다’는 공직선거법 규정을 ‘전국단위 또는 권역별로 대의원·당원 등으로 구성된 선거인단을 꾸리고 구체적인 후보자 추천 절차에 따라 이들이 후보자를 뽑아야 한다’고 개정하면서 전략공천에 대해서는 별도의 규정을 두지 않았다.

김관영 바른미래당(왼쪽부터), 유성엽 대안신당, 조배숙 민주평화당, 윤소하 정의당, 홍영표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4+1 협의체' 회의에서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뉴스1

이 때문에 선관위는 개정된 공식선거법에 대해 “당 대표나 최고위원회의 등이 선거전략만으로 비례 후보자 및 순위를 결정, 추천하는 소위 ‘전략공천’은 법률 위반”이라는 입장을 밝혔다.

국회 관계자는 “각 당이 유권해석을 요청한 질의내용만 봐도 선거법 개정에 대한 고민과 대책이 부족했던 게 드러난다”며 “비례대표 후보자 순위를 무조건 선거인단이 투표로 결정을 해야 하는 것인지, 각 당 지도부가 순번을 정해 놓고 이를 선거인단이 승인하는 구조로 하면 안 되는 것인지 등 대안이 담긴 세부질문이 아니라 20%만 전략공천하거나 소수자만 하는 건 괜찮지 않느냐 등 단순한 내용”이라고 지적했다.

정의당도 만 35세 이하 청년과 장애인에게 비례대표 명부 일부를 할당하기로 한 선출 방침 등에 대한 유권해석을 요청했고, 한국당은 비례대표 후보자 선출과 관련한 내부절차에 대해 유권해석을 구한 상태다.

선관위는 아직 결론을 내지 않았지만 각 당이 유권해석을 요청한 기존 전략공천 방식이 모두 가능하지 않다는 결정을 내릴 가능성이 높다. 그렇게 되면 총선 후보자 등록에 앞서 각 당의 당헌 개정작업도 불가피해진다.

민주당과 한국당은 기존의 전략공천이 불가능해질 경우 후보자를 심사하는 정성평가 과정에서 지도부 입장과 전략을 반영할 것으로 보인다. 그러면 선거인단 투표에 부치더라도 그 전에 비례대표후보자추천관리위원회 등 주관적 평가가 이뤄지는 추천·심사과정에서 각 당이 전략적으로 선택한 인재를 밀어줄 수 있다. 미래한국당 한선교 대표는 “공천관리위원회(공관위)의 자율심사를 통해서도 민주적 공천 절차를 확보할 수 있지 않느냐”며 “한명 한명 (꼼꼼이) 심사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선거인단 투표 전 후보자를 잘 가려내겠다는 취지의 발언으로 해석된다.

 

이현미·이창훈 기자 engine@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