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법 농단’ 의혹으로 재판에 넘겨진 현직 부장판사에 대해 1심 법원이 모두 무죄를 선고하면서 사법 농단 의혹을 세상에 알린 이들에게 관심이 쏠린다. 특히 이들이 법복을 벗고 올해 4월 총선에 나서기로 한 만큼 정치권에서 사법농단을 둘러싼 공방은 이어질 전망이다.
더불어민주당 영입인사로 정치에 합류한 이탄희(42·34기) 변호사는 사법 농단 의혹을 최초로 알린 인물이다. 판사로 재직하던 이 변호사는 2017년 법원행정처 기획 2심의관 시절 상고법원 도입에 비판적인 ‘국제인권법연구회’가 열기로 한 학술대회를 견제하라는 지시를 받았다. 그는 ‘법관 블랙리스트’가 존재한다는 사실을 알게 되면서 지시를 거부했다. 이 과정에서 사법 농단 의혹이 최초로 외부에 알려졌다. 이 변호사는 이후에도 사법개혁 활동을 하다 양승태 전 대법원장 구속 이후 사직했고 이후 공익인권법재단에서 변호사로 활동하다가 이번 총선에 출마를 선언했다.
최기상(51·25기) 전 서울북부지법 부장판사는 지난 1월 대법원에 사표를 제출한 뒤 민주당에 입당했다. 법원 내 진보성향 판사 모임인 우리법연구회 출신인 최 전 부장판사는 ‘사법 농단’ 의혹 당시 문제를 제기했고, 김명수 대법원장 취임 후 전국 각 법원 법관 대표들이 모여 사법제도 개선을 논의하는 전국법관대표회의 초대의장을 맡기도 했다. 자신이 ‘사법부 블랙리스트’ 피해자라고 주장한 이수진(50·31기) 전 수원지법 부장판사도 사표 제출 후 민주당에 입당했다.
주호영·나경원·여상규·홍일표 등 자유한국당 판사 출신 의원들은 13일 국회 정론관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더불어민주당에 영입된 이탄희·이수진·최기상 전 판사에 공개 질의했다. 이들 의원은 “권력을 감시·견제해야 할 판사들이 현 정권의 코드에 맞고 도움이 되는 주장과 행위를 하다가 사직 후 바로 영입돼 특정 정당에서 정치활동을 하는 것이 부끄럽지 않은가”라고 물었다. 또 “현재 김명수 대법원장이 사법부를 독립적이고 중립적으로 잘 이끌고 있다고 생각하는가”라며 “김 대법원장이 ‘사법부 독립을 훼손하고 문재인 정권에 영합했다’는 이유로 모교인 부산고등학교 동창회로부터 비판받고 제명을 요구받은 사실에 대한 입장은 뭔가”라고 질문했다.
이도형·이창훈 기자 scope@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