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트윗으로 시작된 사법개입 의혹이 일파만파로 번지고 있다.
워싱턴포스트(WP) 등 주요 외신에 따르면 제럴드 내들러 하원 법사위원장은 12일(현지시간) 윌리엄 바 법무장관에게 보낸 서한을 공개하고 그가 다음달 31일 청문회에서 증언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정치전문매체 더힐은 민주당이 이미 바 장관과 법무부에 대한 조사를 강화해왔다고 전했다. 바 장관은 트럼프의 개인변호사인 루디 줄리아니로부터 ‘우크라이나 스캔들’ 관련 정보를 넘겨받은 사실도 최근 인정한 바 있다. WP는 “윌리엄 바 법무부 장관은 취임 이후 트럼프 대통령의 한결같은 ‘협력자’ 역할을 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탄핵심판에 실패한 민주당이 이번 사안을 다시 공세로 전환할 계기로 삼을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이번 트럼프 대통령의 측근에 대한 사건 개입 논란 발원지는 대통령의 트위터였다. 트럼프 대통령은 전날 오전 1시50분쯤 자신의 트위터에 ‘러시아 스캔들’로 기소된 측근 로저 스톤이 7∼9년을 구형받은 것에 대해 “매우 끔찍하고 불공정하다”며 “이런 무고한 사람에 대한 기소를 용납할 수 없다”는 글을 올렸다. 그러자 법무부는 구형량을 낮추기 위한 조처를 하겠다고 밝혔고, 이날 오전 담당 판사인 에이미 버먼 잭슨 연방판사에게 스톤의 형량을 낮춰 달라는 서류를 제출했다. 티머시 셰이 연방 검찰국장 직무대행 명의로 된 법무부 의견서에는 “스톤은 투옥돼야 하지만, 7∼9년은 과도하다”는 내용이 담겼다고 뉴욕타임스 등은 전했다.
법무부가 구형에 개입하자 담당 검사 4명은 즉각 반발했다. 이들은 모두 “이번 사건을 맡지 않겠다”며 사임을 요청했고, 이 중 한 명은 아예 연방검사직을 사직하겠다고 밝혔다.
이로 인해 법무부의 형사사법 절차 개입의 적절성에 대한 논란에 불이 붙었다. 하지만 트럼프 대통령은 검사들의 집단 반발 사실이 알려지자 트위터에 “(검사들이) 터무니없게 9년형을 구형하고는 이런 사실이 드러나자 꼬리 자르고 도망갔다”면서 “나는 법무부의 구형량 번복에 관여하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트럼프 대통령의 측근 가운데서도 사법부의 사건 처리 과정에 개입하는 것에 대해 수차례 경고가 나왔지만 그는 “나는 내가 원하는 것을 말할 권리가 있다”며 일축해왔다고 WP는 전했다.
이번 의혹의 핵심 인물인 스톤은 트럼프 대통령 곁에서 30년 넘게 조언자 역할을 수행해 온 워싱턴 흑막정치의 대부다. 지난 대선에서 트럼프의 참모역을 맡아 모두의 예측을 뒤집고 당선을 이끌어내 ‘킹메이커’로 불린다. 그는 트럼프 캠프가 선거 때 러시아와 공모했다는 ‘러시아 스캔들’에 개입하고, 조사 과정에서 위증하는 등 7가지 혐의로 불구속 기소된 후 지난해 11월 유죄 평결을 받았다.
조성민 기자 josungmin@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