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별 후 힘들다면 술 대신 ‘이것’ 먹어라? [연구]

연인에게 이별 통보를 받고, 직장에서 해고당하는 등 ‘사회적 거부’를 경험한 사람에게 진통제가 도움이 될 수 있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미국 로스엔젤레스 캘리포니아대학 스트레스 평가·연구실의 조지 슬래비치 박사 연구팀은 해열진통제 아세트아미노펜이 사람들이 겪는 사회적 통증(social pain)을 경감시킬 수 있다는 연구 결과를 발표했다고 메디컬 익스프레스가 15일 보도했다.

 

아세트아미노펜 단일제로는 타이레놀이 대표적이다.

 

이번 연구는 단순히 고통을 느끼는 신경을 억제하는 개념이 아니다. 사회적 통증과 신체 통증이 연결되어 있다는 점에서 연구팀은 힌트를 얻었다. 진통제로 신체 통증을 먼저 완화함으로써 스트레스와 분노 등 정신적 고통도 줄여주는 원리다.

 

연구팀은 건강한 성인 42명 중 무작위로 3분의 1에 해당하는 참가자에게 매일 1000mg의 아세트아미노펜을 섭취하도록 하고 나머지 참가자에게는 위약(플라시보)을 주거나 아무 약도 먹지 않도록 했다.

 

매일 설문조사를 통해 연구팀은 참가자들의 ‘마음의 상처 등급(Hurt Feelings Scale)’을 측정했다. 그 결과 시간이 갈수록 아세트아미노펜을 섭취한 이들의 상처가 다른 그룹에 비해 두드러지게 감소했다고 연구팀은 밝혔다.

 

다만 진통제를 먹었다고 모두 상처가 빠르게 치유된 것은 아니다. 진통제 섭취 그룹 안에서도 ‘용서하는 마음’(forgiveness)을 더 많이 가졌던 이들에게만 상처 치유 효과가 극대화됐다.

 

연구팀은 “아세트아미노펜이 용서하는 마음과 어울리면 사회적 통증을 크게 진정시키는 시너지효과를 낸 것으로 나타났다”고 밝혔다.

 

이별이나 해고 후 괴로움을 술에 의존하는 일도 줄여줄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아세트아미노펜 성분과 음주가 만나면 간에 부담이 되기 때문에 함께 잘 섭취하지 않는다고 알려져 있다.

 

아세타미노펜이 감정 기복을 줄여준다는 비슷한 연구 결과는 이전에도 나온 바 있다(2015년 오하이오주). 이부프로펜 등 다른 진통제에서도 이 같은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는 연구(UC 산타바바라)가 나왔다고 페인 뉴스네트워크(pain news network)는 전했다.

 

정리하자면 ‘타인에 대한 관용적 태도와 진통제 섭취를 병행하라’는 것이 상처받은 마음을 가장 빨리 치유하는 길인 셈이다.

 

정지혜 기자 wisdom@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