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 행사 줄이고 회식 자제… “일찍 퇴근하라” 권고까지

코로나19 비상 - 직장인 新풍경 / 직원 확진 땐 ‘직장폐쇄’ 우려 커 / 재택근무 권장… 대화도 메신저로 / 해외출장도 대부분 취소 분위기 / 中 등 다녀오면 14일간 재택근무 / 직장인들 “반강제 저녁 있는 삶” / 전문가 “종식 전까지 일시적 현상”
먹자골목도 식당도 ‘썰렁’ 18일 서울 시내 한 먹자골목이 한산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왼쪽 사진). 코로나19로 식사 약속이나 회식 등이 줄어들면서 식당영업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이재문 기자

외국계 의류회사에 다니는 이모(28)씨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 이후 퇴근시간이 빨라졌다. 코로나19 우려로 회사 측이 조기 퇴근이나 재택근무를 권장하는 분위기 덕이다. 이씨는 “본사에서 지침이 내려와 재택근무를 장려하고 있다”며 “지난주 금요일에는 주기적으로 진행하는 사내 방역작업을 위해 조기 퇴근했다”고 말했다.

한 달째 이어지는 코로나19 사태가 직장인들의 일상도 바꾸고 있다. 장기간 이어지는 감염병 사태로 기업계가 불필요한 행사나 회식 등을 줄인 덕에 반강제의 ‘저녁이 있는 삶’이 실현됐다는 우스갯소리가 나오고 있다.

18일 재계 등에 따르면 국내 기업들은 코로나19 확신 우려로 국내외 출장이나 회식 등을 자제하는 분위기가 뚜렷하다. 특히 지난 6일 GS홈쇼핑이 직원 중 확진자가 나오면서 직장폐쇄까지 단행하자 기업들의 대외활동이 크게 줄어든 분위기다.



국내 한 대형 건설사는 코로나19 사태 직후 직원들에게 회의와 회식을 자제하도록 지침을 내렸다. 주 52시간제 시행으로 직장인들의 ‘회식 2차’가 사라졌다면 코로나19 사태로 회식 자체를 피하는 분위기다. 직장인 박모(31)씨는 “사내에서 연초에 잡힌 신년모임이 모두 취소됐다”고 전했다.

기업들은 업무 과정에서 필요한 최소한의 대면 소통도 피하고 있다. 화장품 회사에 다니는 김모(36)씨는 사내에서 동료와 업무상 필요한 간단한 대화도 메신저로 대신하고 있다. 김씨는 “코로나19로 사내에서 3명 이상이 모이는 오프라인 미팅도 가급적 하지 말라는 지침이 내려왔다”며 “근무 중에도 30분마다 손을 씻도록 권장하는 등 서로 조심하자는 분위기”라고 말했다.

 

자녀를 키우는 직장인의 경우 학교나 어린이집의 휴원으로 재택근무를 하는 경우도 있다. 카카오에 근무하는 직장인 황혜정(33)씨는 지난주 재택근무를 신청했다. 황씨의 자녀가 다니는 직장 내 어린이집에서 코로나19 사태로 가정 보육을 권고했고, 회사 측도 재택근무를 장려해 준 덕분이다. 황씨는 “팀원들과 업무를 조율해 재택근무를 신청했다”며 “회사 밖에서도 업무를 처리할 수 있는 시스템이 갖춰져 있어서 별다른 어려움 없이 집에서 근무했다”고 말했다.

사진=뉴스1

해외출장의 경우 불가피한 경우가 아니라면 대부분 취소하고 있다. LG유플러스 직원은 중국을 비롯해 해외출장을 다녀온 경우 14일간 재택근무를 해야 한다. LG전자는 이달 말 스페인 MWC에서 예정된 신제품 공개 행사를 선제적으로 연기한 바 있다.

인크루트가 운영하는 ‘알바앱’이 직장인 661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조사에서 코로나19로 근무방식이 달라졌다는 응답이 39.1%로 집계됐다. 달라진 부분으로는 국내외 출장이 취소됐다는 응답이 29.2%로 가장 많았으며, 회식(20.3%), 사내회의(16.3%), 제품출시 및 행사(13.8%) 등을 자제한다는 응답이 뒤를 이었다.

다만 이 같은 분위기가 코로나19 사태 이후에도 지속되기보다 일시적일 것이란 전망이 대체적이다. 송재룡 경희대 교수(사회학)는 “코로나19 사태로 기업들은 인력 손실을 막고 구성원의 건강을 관리하는 차원에서 대내외 활동을 줄이고 있다”며 “다만 이런 현상이 기업문화 변화로 굳어지기보다 코로나19로 인한 일시적 대응으로 보인다”고 해석했다.

 

권구성·곽은산 기자 ks@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