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 국왕과 정부의 권위, 정통성을 상징하는 도장 2점이 고국으로 돌아왔다.
문화재청은 19일 서울 종로구 국립고궁박물관에서 1882년(고종 19년) 제작된 국새 ‘대군주보’(大君主寶)와 1740년(영조 16년) 제작된 ‘효종어보’(孝宗御寶)를 공개했다.
1990년 후반 구입해 두 유물을 소장해 온 재미교포 이대수씨는 “국새, 어보가 대한민국의 소중한 재산이라는 사실을 알게 돼 고국에 돌려보내는 것이 좋겠다”는 판단에 따라 기증을 결정했다. 국새는 외교문서와 행정문서 등 공문서에 사용한 실무형, 어보는 왕·왕비 덕과 업적을 기리기 위해 제작한 의례용 도장이다.
대군주보는 높이 7.9㎝, 길이 12.7㎝, 무게 4.1㎏이다. 은에 도금했으며, 손잡이는 거북 모양이다. 사용 시기는 1882년부터 대한제국을 선포한 1897년까지로 파악됐다. 1883년, 1894년에 실제 사용한 사례가 확인됐다.
조선시대 인장 전문가인 서준 국립고궁박물관 학예연구사는 “조선은 본래 명·청이 준 ‘조선국왕지인’(朝鮮國王之印) 국새를 썼다”며 “(대군주보를 제작한 것은) 중국에 대한 사대적 관계를 청산하고 주권국가로 나아가려는 생각이 반영됐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고종은 강화도 조약(1876년) 이후 대한제국 전까지 외교용 국새 6점을 만들었는데, 이번에 귀환한 대군주보를 제외한 5점은 행방이 묘연하다는 점에서 (대군주보의) 가치가 크다”고 평가했다.
효종어보는 높이 8.4㎝, 길이 12.6㎝, 무게 4.0㎏이다. 손잡이는 거북 모양이며, 금빛을 띤다. 영조가 1740년 효종에게 ‘명의정덕’(明義正德)이라는 존호를 올릴 때 만들었다.
이날 공개 행사에 이대수씨를 대신해 참석한 아들 이성주씨는 “국새, 어보를 고국으로 돌려주게 돼 영광”이라며 “한국 국민들과 함께 행복하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강구열 기자 river910@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