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40억원대 횡령과 100억원대 뇌물수수 등 혐의로 기소된 이명박 전 대통령이 1심에 이어 2심에서도 중형을 선고받았다. 법원은 자동차부품업체 ‘다스’를 실소유한 사람이 이 전 대통령이라는 점도 재확인했다. 실형이 선고되면서 이 전 대통령은 보석이 취소돼 11개월여(351일) 만에 다시 법정 구속됐다.
서울고등법원 형사1부(부장판사 정준영)는 19일 특정범죄가중처벌법상 뇌물수수 등의 혐의로 기소된 이 전 대통령 항소심에서 총 징역 17년과 벌금 130억원, 추징금 57억8000여만원을 선고했다. 징역이 1심 때의 15년보다 2년 더 늘어났다. 대통령 재직 중 저지른 뇌물 범죄는 형량을 분리해 선고해야 한다는 원칙에 따라 뇌물죄에 대해 징역 12년과 벌금 130억원이, 횡령 등 나머지 범죄에 대해서는 징역 5년이 선고됐다.
다스의 미국 소송을 삼성그룹으로부터 대납받은 혐의에서도 액수가 늘어났다. 기소 당시에는 약 115억원이었는데 검찰은 2심 재판 중 국민권익위원회가 제공한 송장 등을 근거로 해 27억원가량을 더 늘려 공소장을 변경했고 재판부는 이를 받아들였다. 재판부는 이 중 89억원을 이 전 대통령과 다스가 수뢰했다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다스 회삿돈 횡령과 삼성의 다스 소송비 대납을 뇌물 혐의로 보고 유죄로 판단함으로써 사실상 이 전 대통령이 다스의 실소유주임을 인정했다. 다스 법인세를 포탈했다는 혐의에 대해서는 1심과 마찬가지로 무죄 선고했다.
이 전 대통령이 이팔성 전 우리금융지주 회장과 김소남 전 의원 등에게서 공직 임용 등의 이유로 받은 뇌물 인정액은 1심에서의 23억1230만원에서 4억1230만원으로 19억원 줄었다. 이외에 국가정보원에서 넘어온 특수활동비에 대한 국고손실 혐의와 원세훈 전 원장이 전달한 10만달러에 대한 뇌물 혐의도 1심과 같이 유죄 인정됐다.
지난해 3월 보석 석방 후 불구속 상태로 재판을 받아왔던 이 전 대통령은 이날 선고와 함께 다시 법정 구속됐다. 재판부는 “피고인(이 전 대통령)은 국가 원수이자 행정 수반인 대통령으로 본인이 뇌물을 받지 않아야 하는 것은 물론이고 뇌물을 받은 공무원이 있다면 처벌해 부패를 막아야 할 지위에 있었다”며 “이런 지위에 따른 의무와 책임을 저버리고 공무원이나 사기업 등에서 뇌물을 받고 부정한 처사를 하기도 했다”고 질타했다.
이 전 대통령은 선고 결과가 믿기지 않는 듯 한참을 법정에서 나가지 못한 채 허공을 바라봤다. 이 전 대통령은 약 7분이 지난 뒤에야 자리에서 일어나 방청객들과 악수한 뒤 “고생했어, 갈게”라고 웃으며 구치감으로 들어갔다.
이도형 기자 scope@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