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우한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창궐로 한국 정치가 ‘쑥대밭’이 된 상황에서 2개월도 채 안 남은 4·15 총선을 연기해야 한다는 주장이 정치권에서 최초로 제기돼 주목된다. 현행 공직선거법상 천재지변 등 합당한 사유가 있으면 예정된 선거를 연기하는 것 자체는 대통령의 재량에 속한다.
손학규 바른미래당 대표는 21일 최고위원 회의에서 “무엇보다 경계 상태인 감염병 위기 단계를 최고 단계인 심각 단계로 격상하는 것이 급선무이고 중국인의 입국을 전면 제한해야 한다”며 “필요하면 4·15 총선을 연기하는 것도 검토해야 한다”고 말했다. 손 대표는 이어 문재인 대통령을 향해 “문 대통령과 정부·여당은 지금부터라도 바이러스 확산을 저지하는 데 진정성 있게 임해주기 바란다”고 당부했다.
그간 코로나19 지역사회 감염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커지면서 ‘총선 연기’ 가능성을 점치는 목소리가 없었던 것은 아니다. 그런데 주요 정당 대표가 이를 공론화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손 대표 말대로 선거 연기가 가능하기는 한 걸까. 선거법 196조는 ‘선거의 연기’에 관해 규정하고 있다. “천재·지변 기타 부득이한 사유로 인하여 선거를 실시할 수 없거나 실시하지 못한 때에는 대통령선거와 국회의원선거에 있어서는 대통령이, 지방의회의원 및 지방자치단체의 장의 선거에 있어서는 관할선거구선거관리위원회 위원장이 당해 지방자치단체의 장과 협의하여 선거를 연기하여야 한다.” (선거법 제196조 제1항)
코로나19 창궐을 ‘천재지변’으로 규정하는 경우 문재인 대통령이 4·15총선을 연기하는 것이 가능하다는 뜻이다. 법률은 ‘연기할 수 있다’가 아니고 ‘연기하여야 한다’고 규정, 천재지변 시에는 선거 연기가 일종의 의무 사항이라는 취지로 돼 있다.
현행 선거법에 선거를 얼마나 연기할 수 있느냐에 관한 구체적 조문은 없다. 선거법 36조가 ‘연기된 선거 등의 선거일’에 관해 규정하고 있다. 해당 조항은 ‘(천재지변 등으로) 연기된 선거를 실시하는 때에는 대통령선거 및 국회의원선거에 있어서는 대통령이, 지방의회의원 및 지방자치단체의 장의 선거에 있어서는 관할선거구선거관리위원회 위원장이 각각 그 선거일을 정하여 공고하여야 한다’고 돼 있다. 국회의원 총선의 경우 선거를 연기하는 것도, 새 선거일을 정하는 것도 모두 대통령 재량에 속한다는 뜻이다.
김태훈 기자 af103@segye.com